|
'중과부적'이었다.
사실 한국과 일본의 전력차를 감안하면 이날 경기는 승패보다는 내용이 더 중요했다. 게다가 하나은행은 WKBL에서 최하위의 전력인 반면 덴소는 지난 시즌 일본 W리그에서 이번 대회에 참가한 후지쯔 레드웨이브에 이어 정규리그 2위와 함께 플레이오프 파이널 준우승을 거둔 강팀이었다.
하나은행은 양인영과 김정은 등 두 베테랑이 부상으로 인해 대회에 참가하지 못하는 정상적인 전력이 아닌 상황인데다, 오는 11월 시즌 개막을 앞두고 이상범 감독, 정선민 코치 등 새로운 사령탑과 손발을 맞추는 과정임을 감안해도 그닥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진 못했다. 이에 반해 덴소는 지난 7월 중국 선전에서 열린 FIBA 아시아컵 준우승을 차지한 일본 대표팀 멤버 4명이 번갈아 코트에 나서며 한 수 위의 기량을 그대로 발휘했다.
경기 시작 후 6분여간이 이날 유일하게 대등하게 맞선 시간이 됐다. 하나은행은 진안의 골밑슛을 시작으로 신예 하지윤과 박소희의 연속 3점포로 10-7로 잠시 앞서기도 했다. 지난 시즌 BNK썸을 챔프전 우승으로 이끌었고, 지난 6월에 열린 아시아선수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하나은행에 뽑힌 일본 베테랑 선수 이이지마 사키도 고국의 후배들 앞에서 3점포를 선사했다.
무엇보다 가드를 6명이나 보유하면서 일본 여자농구 특유의 빠른 스피드와 강한 압박, 좀처럼 뺏기지 않는 강한 볼 소유 능력 등이 대승의 원인이 됐다. 리바운드 싸움에선 38-32로 큰 차이는 나지 않았지만, 12개의 스틸과 함께 2점슛 성공률이 51.2%(41개 시도에 21개 성공)에서 보듯 기본적인 부분에서 승부가 갈렸다. 경기 후 이상범 하나은행 감독은 "일본의 경우 이지샷과 스피드가 훨씬 뛰어나다. 선수 인프라도 훨씬 두텁다. 우리팀 젊은 선수들이 열심히 뛰면서 좋은 경험을 했지만 수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상범 감독은 이날 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국내 여자농구 경기 중에 여전히 존재하는 선후배 문화의 존재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이 감독은 "왜 경기를 하면서 다른 팀 선배들에게 미안해하거나 미리 기죽고 들어가는 등 이른바 '언니농구'를 하는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프로스포츠에선 도저히 있어선 안된다. 남자농구에선 이미 사라졌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는 선배를 존중해야겠지만 적어도 경기를 하면서 절대 선배라고 해서 봐주거나 비켜줘선 안된다. 실력으로 이겨내야 한다. 많은 욕을 먹겠지만, 내가 하나은행을 지도하는 한 적어도 우리팀에선 없어지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부산=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