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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미리보는 결승전'답게 명승부가 펼쳐졌다.
스페인의 사라고사가 3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2025 BNK금융 박신자컵' 조별예선 A조 경기서 일본의 최강 후지쯔를 80대67로 꺾으며 3전 전승, 조 1위를 확정지으며 가장 먼저 4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사라고사는 스페인 리그에서 지난 시즌 정규리그 4위이자, 플레이오프 준우승을 거둔 강팀이다. 후지쯔는 역시 일본 리그에서 지난 시즌 챔피언이자, 지난해 박신자컵을 제패한 디펜딩 챔피언. A조 1~2위를 가리는 경기이자, 사실상의 결승전이었다.
초반부터 밀리지 않는 경기가 펼쳐졌다. 주전 멤버 가운데 최소 신장조차 1m80이 넘는 사라고사를 맞아 후지쯔는 하야시 사키의 연속 3점포 3개로 리드를 이어갔다. 사라고사 역시 1m91에 이르는 센터 나디아 핑갈이 3점포 2개로 응수했고, 긴 리치를 활용한 스틸과 장신 선수들의 속공 참여로 지속적인 시소전이 펼쳐졌다.
특히 3쿼터에는 사라고사가 주전들의 휴식 시간을 주기 위해 벤치 멤버를 적극 활용하자 특유의 조직적인 수비로 상대를 10득점으로 묶으며 적극적인 속공과 컷인, 몸싸움에 이은 레이업을 연속으로 성공시키며 52-52로 동점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사라고사는 체력적인 우위가 있었다. 4쿼터 시작 후 오르넬라 방콜레가 미들 점퍼에 이어 골밑 3점 플레이를 성공시키고, 스핀 무브까지 보여준 테크니션 포워드 베로니카 보라키코바의 득점까지 더해지면서 다시 스코어를 벌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엘레나 오마와 방콜레의 연속 3점포가 폭발하며 66-52까지 달아났다. 후반 들어 좀처럼 외곽이 터지지 않은 후지쯔는 4쿼터 시작 후 첫 득점을 올렸지만 따라가기엔 이미 늦었다. 46개의 3점슛 시도에 12개만 넣는 26%의 성공률로는 사라고사를 넘을 수 없었다.
반면 사라고사는 간간이 외곽을 공략했지만, 높이를 바탕으로 철저히 페인트존을 노리며 55%(47개 시도, 26개 성공)의 2점슛 성공률로 디펜딩 챔프를 잠재웠다.
하지만 두 팀은 결승전에서 다시 만날 가능성이 높아, 또 다시 흥미로운 승부를 예고했다. 어쨌든 유럽과 일본의 최정상팀의 경기가 국내에서 펼쳐진 것만으로도 박신자컵의 위상은 더 올라가게 됐다.
사라고사의 카를로스 모랄레스 감독은 "지난 1일 우리은행에 이어 3일 후지쯔를 만나며 한국과 일본 농구의 차이를 조금 알게된 새로운 경험이었다. 한국 선수들은 단신이지만 빠르고 외곽슛이 좋았던 반면 일본 선수들은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며 조직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부산=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