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남자프로농구 외국인 선수 라건아(대구 한국가스공사)가 전 소속팀 부산 KCC를 상대로 '세금 분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분쟁 과정에서 라건아와 한국가스공사가 한국농구연맹(KBL) 내부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10일 스포츠조선 취재를 종합하면 라건아 측은 지난 11월 초 KCC 구단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고 통보했다. KCC 소속이던 지난 2024년 1~5월 소득에 대한 종합소득세를 자신이 납부했으니 KCC 구단이 보상하라는 것이다. 과거 계약서에 명시된 '소득세는 구단이 납부' 조항을 근거로 이같은 주장을 했다.
2023~2024시즌 이후 KCC와의 계약이 종료된 라건아는 한국을 떠났다가 지난 6월 한국가스공사와 계약하면서 국내로 복귀했다. 라건아가 KCC를 떠날 당시 발생한 2024년도분 소득세는 4억원 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소득세법상 특별귀화선수인 라건아는 내국인으로 분류되는 데다, 초고소득자여서 최고 누진세율 49.5%(소득세 45%+지방소득세 4.5%)를 적용받았다.
라건아의 '소득세 이슈'는 한국가스공사로 복귀할 때부터 제기된 문제였다. 당초 라건아와 한국가스공사가 소득세 납부를 놓고 이견을 보였다가 라건아가 해결하기로 하면서 입단이 성사됐다. 그렇게 원만하게 해결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느닷없이 KCC 구단을 향해 화살이 날아든 것이다. KCC는 '황당하다'는 반응을 떠나 발끈하고 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민사소송의 시시비비와 별개로 라건아와 한국가스공사 구단이 KBL의 자체 규정(이사회 의결)을 위반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KBL은 외국인 선수의 연봉을 세후 금액으로 지급하는 등 소득세를 구단이 내주는 방식이다. 이는 '국제표준'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선수가 팀을 옮길 경우 세금 부담을 놓고 구단간 분쟁이 적지 않았다. 연 단위로 소득세를 산정하는데, '추춘제'인 프로농구 리그 특성상 두 팀에 소속 기간이 분산되면서 납부 비율이 달라지는 까닭이었다. 이에 KBL은 지난해 5월 이사회를 열고 라건아의 귀화선수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기존 외국인 선수처럼 일반 계약을 하도록 했고, 외국인 선수의 해당 연도 소득세는 최종 영입 구단이 부담하기로 의결했다. 라건아가 주장하는 계약서상 세금 납부 주체 '구단'에 대한 정의도 '최종 영입 구단'으로 정리한 것이다. 이같은 의결에 따르면 라건아는 KCC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이유가 없고, 최종 영입 구단인 한국가스공사가 소득세를 납부해야 하지만 위반한 셈이다.
2023~2024시즌 KCC에서 챔피언결정전 우승 당시 라건아. 사진제공=KBL
KBL은 신인 드래프트가 열린 지난달 14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라건아 소송'건을 논의했고, 연맹 총재가 한국가스공사 측에 '규정에 따라 한국가스공사가 세금을 부담하거나, 라건아에게 소송 취하를 권고할 것'을 중재안으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한국가스공사는 "특별한 진척은 없다. 라건아가 이미 납부한 세금인데 어떻게 하나. 소송 취하도 라건아의 자유의사에 달린 것이라 어쩔 수 없다"면서 "이사회 의결 위반으로 KBL이 어떤 제재를 한다면 그에 따라 우리가 행동을 하면 될 것"이라고 답했다. KCC 측은 "모든 프로스포츠 단체가 다 그렇듯, 이사회 의결은 리그 존립을 지키기 위한 규칙이자 상도의다. 연맹 회원간 약속을 뭉개놓고 법적 분쟁으로 몰고가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다른 구단들도 "라건아를 영입하려다가 세금 부담으로 포기한 구단들도 있다. 규정을 준수한 구단은 뭐가 되느냐. 한국가스공사가 규정 위반을 알고도 라건아 개인의 일로 치부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