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WKBL(한국여자농구연맹) 정규리그 정상을 차지한 청주 KB의 우승 비결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시계를 1년 전으로 돌려야 한다.
당시, KB는 리그 최고 빅맨이자 절대 에이스 박지수가 없었다. 유럽진출로 자리를 비웠다.
박지수의 공백은 KB 입장에서 치명타였다. 전력은 급격히 떨어졌다. 그런데, KB는 지난 시즌 돌풍을 일으켰다. 허예은, 강이슬, 그리고 아시아쿼터 나가타 모에를 중심으로 4강 진출에 성공했다. 플레이오프에서 아쉽게 탈락했지만, 그 의미는 남달랐다.
KB가 그동안 지적받은 문제점은 박지수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였다. 박지수가 코트에 있을 때는 절대 전력을 유지했지만, 없을 때 평범한 팀으로 전락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더욱 치명적 약점으로 작용했다.
이 약점을 완벽하게 메웠다. 무기는 3가지였다. 강력한 트랜지션과 강한 압박을 바탕으로 한 변형 수비, 그리고 두려움 없는 3점슛. 허예은과 강이슬은 팀 에이스급 선수로 자리매김했고, 이채은, 양지수 역시 핵심 식스맨으로 성장했다. 팀 체질이 완전히 개선됐고, 트랜지션 농구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 박지수가 돌아왔다. 올 시즌 직전 KB는 갈림길에 서 있었다.
박지수를 중심으로 다시 과거로 회귀할 것인가, 아니면 기존 트랜지션 시스템에 박지수의 장점을 녹일까에 대한 선택이었다.
유럽에서 돌아온 박지수는 부상과 체력저하가 있었다. 그도 자신에 의존하는 농구는 원치 않았다. 골밑에서 벗어나 외곽 활동 비율을 높이고 싶었다. 결국 KB는 트랜지션과 박지수의 포스트업 플레이를 결합시키기로 했다.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있었다.
시즌 초반 박지수의 체력과 부상에 따른 컨디션은 좋지 않았다. KB는 경기에 기복이 있었지만, 치명적이진 않았다. 꾸준히 2위를 유지하면서 경기력을 유지했다.
박지수가 없을 때, 예전 트랜지션 강점이 유감없이 발휘됐다. 강이슬이 절대 에이스 역할을 했고, 허예은은 리그 최고 메인 볼 핸들러로 가치를 유지했다.
박지수 역시 부담을 덜었다. 시즌 초반, 하나은행의 돌풍이 있었고, KB는 일시적 위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그러나, KB는 흔들리지 않았다. 우승을 차지할 강력한 '플랜'이 있었다.
트랜지션 농구로 버티던 KB는 박지수가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4라운드 그의 '봉인'이 풀리기 시작했다. 20분 안팎의 출전시간을 가지던 박지수는 리그에 완벽하게 적응하면서 4, 5라운드 MVP에 올랐다. 골밑에서 그의 위력은 상대에게 재앙이었다. 승부처, KB가 드디어 경기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2년 전에 비해 KB의 농구는 더욱 안정적이면서 위력적으로 변했다.
박지수의 포스트업 중심의 농구가 더욱 다채롭게 변했기 때문이다. 상대 입장에서는 박지수의 골밑을 막으면, 외곽이 터지고, KB의 빠른 속공 농구까지 막아야 했다.
2개의 강력한 무기를 장착한 KB는 경기를 치를수록 더욱 막강한 팀으로 변모했다. 결국 지난달 21일 우리은행전에서 70대68로 승리를 거두면서 1위를 탈환했고, 이틀 뒤 0.5게임 차 2위 하나은행마저 72대61로 완벽하게 제압하면서 정규리그 우승 확률을 극대화시켰다. 결국 KB는 30일 BNK를 제압하면서 21승9패를 기록,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1경기가 남은 하나은행이 잔여 경기에 승리하면 동률을 이루지만, 올 시즌 맞대결 전적에서 KB가 4승2패로 앞서기 때문이다.
박지수, 강이슬, 허예은이라는 '빅3'가 있는 KB를 절대 1강이라 평가한다. 하지만, KB의 우승은 단지 객관적 전력의 결과물이 아니다. 2시즌에 걸친 KB의 부단한 개선의 결과물이다.
이제 그들의 시선은 플레이오프에 맞춰져 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