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는 1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신관 국제회의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신료 인상 계획을 밝혔다. KBS는 2007년, 2010년, 2014년 수신료 인상안을 제출했지만 국회에서 계류됐다. 이에 1981년부터 35년 동안 수신료는 2500으로 동결돼 왔다. 이에 KBS는 수신료 비중을 50% 이상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검토, 현행 수신료에서 1500원을 인상할 계획이다.
수신료 인상을 향한 KBS의 의지는 강했다. 먼저 다른 국가의 예를 들었다. 영국 공영 방송 BBC와 일본 NHK의 수신료 수입 비중은 각각 74%, 96%인데 KBS는 평균 수신료 수입 비중이 38.3%(2010년~2014년)에 그친다는 것. 나머지 수입은 광고(38%)와 기타(23.7%)에서 얻는다고 했다.
제작 환경의 문제점도 피력했다. KBS 조대현 사장은 "지난 14년 간 방송 제작비는 2.2배 정도 증가했는데 지상파 광고 매출은 32% 가량 하락했다. 생산비와 생산 원가는 늘어가는데 수입이 줄어들고 있다. 이는 콘텐츠 질의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KBS는 그동안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주도해 왔다. 최초의 미니시리즈, 스페셜 다큐 편성, 대하 드라마 등 여러가지 프로그램을 제작해 왔다. 이는 수신료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차별화된 고품질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수신료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KBS가 공영 방송으로서 '한류 대항마' 역할을 해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조대현 사장은 "현대 경제 연구원에 따르면 2002년 KBS 드라마 '겨울연가'의 경제 효과가 3조원이다. '뮤직뱅크'는 KBS 월드 채널을 통해 114개국에 방송된다. KBS가 한류의 시발점"이라며 "국내 제작사와 우수한 제작인력이 중국으로 유출되고 있다. 한류가 중국 한족의 한류가 될까 우려스럽다. 공영 방송이 한류 위기 대항마 역할을 하기 위해서라도 수신료 현실화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디어 업계까지 걱정했다. 조 사장은 "신문 방송 광고 사정이 좋지 않다. 수신료 인상으로 KBS가 광고를 중단하면 그만큼 다른 방송이나 신문으로 광고 수입이 유입될 것이다. KBS 수신료 인상이 미디어 산업의 상생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KBS는 이번에 1500원의 수신료를 인상해 공영적 재원구조를 확보하는 대신 6000억 원 수준이었던 상업 광고를 2000억 원 대폭 줄이고 고품질 콘텐츠 제작 확대, 제2의 한류 도약, 직급 폐지 및 성과 연봉제 도입 등을 통한 경영 혁신, EBS 지원금과 교육 복지 확대, 무료 다채널 방송을 통한 디지털 복지 실현, 지역 제작 역량 강화 및 외주 제작비 확대 등 시청자 복지를 위한 60가지 공적 서비스 제공 등을 약속했다.
그렇다고 해서 수신료 인상안의 미래가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KBS는 지난해에도 수신료를 2500원에서 4000원으로 인상하는 수신료 인상안을 의결했다. 하지만 국민적 저항에 부딪혀 좌절된 바 있다. 이번에도 국민적 반발이 일어난다면 수신료 인상폭이 클 수는 없을 전망이다. 더욱이 '일베 기자' 채용, 프로그램 베끼기 논란, 정부·대통령 흠집 내기논란(성완종 리스트 보도 등), 북한·중국 편향 보도 등의 문제로 구설에 오르내리며 공영 방송으로서의 체면을 잃어가고 있어 국민들이 흔쾌히 KBS의 손을 들어줄 지도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