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무릇 예능천하를 읽지 않은 자와는 '무도'를 논할 수 없다,했다.' 지상파 채널은 물론, 신흥 세력으로 떠오른 종편과 케이블 채널까지 현대 예능은 춘추전국시대. 시청률 경쟁이 과열될수록 예능인들의 삶은 더 치열해지는 법. 난세가 영웅을 낳는다고 했던가. 9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유재석,강호동, 신동엽, 이경규, 이휘재를 비롯해 신흥 예능 대세들에 이르기까지 흥망성쇠로 본 예능 영웅담을 펼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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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그 생김새를 한 번 뜯어 보자. '신서유기'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중국의 고전 '서유기'를 예능적으로 재해석한 리얼 버라이어티로, 나PD가 그간 보여준 강점들이 축약돼 있다. 익숙한 인물들과 함께 가장 자신있는 여행 예능으로 뭉쳤다. 강호동, 이수근, 은지원, 이승기가 서유기 속 주인공으로 변신, 축생으로서 인간이 되려 몸부림 치는 모습을 웃음으로 승화시킨다.
멤버들의 조합은 손오공, 사오정, 저팔계, 삼장법사등 '서유기' 속 인물들과 절묘하게 닮아 있다. '1박2일' 시절과 비교해 조금씩 시련을 겪고 어려움에 처하기도 한 이들의 현재 모습은 죄를 뉘우치고 천축국으로 떠나는 요괴들의 모습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억지스러운 설정 없이도 한 편의 서사시가 완성됐다.
애초에 심각한 고민 끝에 탄생한 예능이 아니기에 목표 또한 단순하다. 지상파건 케이블이건 인터넷이건, '즐거움을 주는 일'이라는 예능의 목적에 충실한 것이다. '신서유기'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많지만, 나 PD는 "우리도 처음 해보는 일이고, 그냥 우리가 젤 잘하는 것 하자 그렇게 하게 됐다"고 말한다.
"새로운 형식 장르에 얽매이다 보면 어려워질 것 같다. '무조건 웃기게 찍자. 재밌는 부분 골라서 인터넷에 내자.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 학생에게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는 그런 것을 해보자' 그것이 모토"라는 게 나 PD가 말하는 '신서유기' 탄생의 이유다. 그 시작 과정부터 '신서유기'는 이미 깊이 생각않고 쉽게 즐길 수 있는 예능의 사명을 타고난 셈이다.
그렇다면 이 '신서유기'라 하는 '웹예능'이 기존 예능과 무엇이 달랐는고 하니, 그 첫 번째는 듣는 이는 물론 '옛날 사람' 강호동을 흠칫하게 만드는 거침없는 대화 수위다. '빼박켄트'(빼도 박도 못하는) 등 인터넷 용어를 활용은 물론이거니와, 명품 브랜드부터 아직도 생산중인지 궁금한 상표명도 거리낌 없이 등장했다. 이승기는 첫날부터 이수근을 '상암동 베팅남', 은지원을 '여의도 이혼남'이라 칭하며 돌직구로 형들을 휘어잡았다. 강호동도 그런 이승기에게 "많이 가르쳐 달라"며 고개를 숙일 뿐이더라.
간접광고(PPL)에 대한 욕심도 적나라하게 드러났다.1~5회는 광고 없이 진행됐지만 브랜드 이름이 로고와 함께 등장하는가 하면 이들이 사용하는 각종 용품과 이들이 먹는 식품의 상표가 고스란히 등장하며 광고주를 유혹했다. 아예 브랜드 이름을 가지고 게임을 벌이자 멤버들도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었다. 제작진은 이승기가 코카콜라를 맛있게 마시는 모습에 은근히 환호하기도 했음이다. 다만 리얼 버라이어티라는 것이 예상된 대로 흐를 수 만은 없는지라, 언제나 복병은 존재했다. 농심 라면을 상품으로 내건 게임으로 웃음도 잡고 라면 광고도 노렸던 나PD, 이수근이 우승을 차지하는 바람에 은근히 아쉬워했다는 후문.
단순하게 화면으로 비교했을 때 가장 눈의 띄는 변화는 자막이다. 방송과 비교해 차이가 확연한 이 자막은 인터넷 방송의 묘미를 살리기 위한, 혹은 품을 덜 들이려다 보니 단순해졌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알고보니 이는 모바일 시청자들을 위한 제작진의 배려다. "화려한 글씨체와 자막은 작은 모바일 화면에서 제 역할을 다 할 수 없고, 오히려 보는데 방해만 될 것"이라는 제작진의 '선견지명'이었던 셈이다.
무엇보다 다른 점은 역시 제작진과 시청자들의 마음가짐이 아닐까 한다. 나 PD는 "인터넷은 허리띠를 한 칸 정도 풀어놓고 방송하는 재미가 있다. 거창한 의미는 없는 프로그램이라 같이 웃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표현했다. 보는 이들도 '시간 때우기'로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접하니 시선이 한층 부드럽다. 인터넷을 활용한 이 예능에 '전파 낭비'라는 말도 적용하기 힘든 비판이 됐다.
매주 금요일 5개의 영상을 공개하는 '신서유기'는 22일 '11-1화'라며 계획에 없던 영상을 공개하는 기습 전술을 펼치기도 했다. 본래 11화에 들어갔어야 할 분량이 편집 때문에 뒤늦게 공개된 것. 편성 시간이 촘촘히 정해져 있는 방송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방송이었다면 사과했어야, 아니 애초에 불가능한 이 늦은 편집본은 웹세상 백성들에게는 깜짝 선물이 됐다. 이처럼 예측불가하고 규정 지을 수 없는 것이 또한 선구자의 특혜가 아닐런지. 앞길을 쉽게 내다볼 수 없는 이들의 여정, 아직 끝이 아니거늘 벌써 그 다음이 궁금해 진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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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원 기자 moo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