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③] 빅뱅의 과거 "지난 10년, 친구들과 여행 다닌 느낌"

기사입력 2016-12-15 09:59



[스포츠조선 박영웅 기자] 2006년 MTV코리아의 '리얼 다큐 빅뱅'을 통해 등장했을 때만 해도 빅뱅의 성공은 보장되지 않았다. 동방신기나 SS501과 같은 꽃미남 보이그룹이 큰 인기를 끌던 당시, 그들은 '힙합 그룹'으로 데뷔했다. 많은 이들이 그들의 성공을 반신반의했다. 당시만 해도 힙합은 낯선 장르였고, 서정적인 멜로디에 하우스 기반의 '거짓말'로 유턴하자 큰 성공을 거뒀다. 정확히 2007년 '거짓말' 열풍은 각종 연말 음악 시상식 대상의 기쁨과 함께 빅뱅을 국내 가요계의 대표 그룹으로 성장하게끔 했다. 그렇게 10년이 흘렀고 빅뱅은 장수 아이돌 반열에 올랐다.

빅뱅은 13일 0시 8년 만에 정규 3집 '메이드 더 풀 앨범(MADE THE FULL ALBUM)'을 발표했다. 이번 앨범은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메이드' 시리즈의 완결판. 매월 2곡씩 공개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던 빅뱅은 무려 1년 반 만에 '메이드 더 풀 앨범'을 완성한 셈이다. 이번 앨범에는 지난해 히트곡과 더불어 더블 타이틀곡인 '에라 모르겠다'와 '라스트 댄스'를 비롯해 '걸프렌드' 등 총 11곡이 수록됐다. 차트 올킬은 물론 수록곡들도 차트 상위권에 안착했다.

첫 번째 타이틀곡 '에라 모르겠다'는 그루브한 미디움 템포의 힙합 장르곡으로 지드래곤과 YG엔터테인먼트 메인 프로듀서 테디의 공동 작품으로, 지드래곤과 탑, 테디가 함께 작사에 참여했다. 두 번째 타이틀곡 '라스트 댄스'는 빅뱅 스타일의 또 다른 축이다. 빅뱅의 대표 슬로우 곡이 될 만큼 인상 깊은 R&B 슬로우 곡으로 10년간 응원을 보내준 팬들을 향한 '팬송'이기도 하다. 멤버들은 "지금 들려줄 수 있는 일기장과도 같은 곡"이라고 입을 모았다.

'영원할 줄 알았던 사랑도 저물고/ 이젠 그 흔한 친구마저 떠나가네요/ 나이가 들어서 나 어른이 되나 봐요/ 왜 이렇게 불안할까/ 사람들은 오늘도 과거에 머물고/ 세상은 나 없이도 잘 돌아가네요.' ('라스트 댄스'中)

노랫말은 20대 마지막 '완전체' 활동을 앞둔 빅뱅의 심경을 담은 듯 해 더욱 애잔한 감성을 자극한다. 맏형 탑이 내년 2월 의경으로 병역의무를 시작하고 멤버들 모두 입대를 앞두고 있다. 때문에 팬들 입장에서는 반가운 신곡이면서도 울컥한 마음이 교차하는 곡이다. 지드래곤 역시 "우리들의 이야기이자, 가장 진정성 있는 곡"이라고 소개했다.

올해로 데뷔 10주년을 맞이한 빅뱅은 '아이돌'을 넘어선지 오래다. 단순히 케이팝 붐을 타고 세를 확장한 것만은 아니다. 전 세계가 멤버들 행보 하나하나를 주목하는 '월드 스타'가 됐다. 그들의 지난 10년은 가요계에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직접 음악을 창작하는 아이돌이란 새 시대를 연 빅뱅은 완전체와 솔로, 유닛 활동을 병행하면서 멤버 개개인의 개성과 능력도 마음껏 뽐내왔다. 이후 빅뱅의 음악과 활동패턴은 많은 후배 가수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YG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난 빅뱅은 10년을 정상에서 버틴 힘을 '운명'이라고 표현했다.

태양은 "사실 5년 넘게 하다보면 주관도 많이 생기고 표현하지 않지만 일 하면서 쌓이는 것이 있다. 그렇게 조금씩 멀어진다. 생각해보면 우리도 그러한 과정을 거쳤다"면서도 "그럴 때마다 저희를 하늘이 '다섯 명은 같이 하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매우 중요한 시기마다 결속력을 다지는 상황이 생긴다. 뭉쳐서 극복해 나가는 시간을 갖게 되면서 서로 이해하게 되고 굉장히 가까워지고 존중하게 되는 시간이 됐다"며 "그 과정을 통해 어떻게든 같이 하면 이겨낼 수 있구나 깨닫게 됐다"고 했다.


지드래곤은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빅뱅 멤버로 투어를 돌고 싶다고 했다. 10대 때 데뷔해 어느덧 30대를 바라보는 나이가 된 그는 여전히 무대가 고프다. 언제가 될 지 모를 빅뱅 전 멤버들과 인터뷰를 위해 마주 앉았다. 그리고 멤버들은 "감사하게도 그동안 좋은 일들만 있었다. 결속력은 하늘이 허락해 준 힘과 같았다"고 자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지금 와서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어떤가요.

"그때 정말 헝그리 했던 거 같아요. 음악방송은 물론이고, 예능도 거의 모든 예능을 다 했었죠.그러면서 행사도 하고, 그 안에 연습도 해야하고 곡도 써야하고..많이 힘들었던 거 같아요. 앨범을 내고 월드투어로 팬을 만나는 게 굉장히 이상적이죠. 그때부터 일이 좀 재미있어진 거 같습니다."(태양)

"늘 에너지에 대해 크게 생각하는데 어떤 일이 있든 사소한 다툼이 있든 내가 좀더 참고 양보하려고 해요. 이 좋은 에너지를 깨뜨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죠. 덕분에 10년간 저희끼리 그런 습관이 생기는 것 같아요. 다들 선천적으로 다 착하기도 하구요. 사실 현실적으로는 계속 잘 되지 않았나요. 거만하게 말씀드리는 게 아니라 불만이라는게 딱히 없었어요. 딱히 기분 나쁠 일이 없이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각자의 성격을 잘 알기 때문에 이해를 한다면 불화는 없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없을 거구요."(지드래곤)

- 그래도 10년이면 큰 다툼도 있었을텐데

"앨범이 나오기 전에 항상 문제가 발생하는 징크스가 있어요. 열심히 안 하면 안 되는 상황을 견디면서 단단해졌구요. 우리는 그동안 흔한 주먹 다짐도 한 번 없었어요. 작은 실랑이는 있었지만 서로 성격을 너무 잘 알아서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그게 빅뱅의 아주 강한 에너지에요."(지드래곤)

"제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다행히 우리 모두 선천적으로 다 착해요(웃음). 하지만 좋은 싸움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모두 팀이 소중해서 내는 의견이니까요. 그러한 부분에 기분 나빠하는 멤버는 아무도 없죠."(태양)

- 멤버들의 실제 모습은 어떤가요

"어릴 때는 센척하고 남성스럽게 보이려고 했는데 어느 순간 다들 변했어요. 애정 표현도 무척 많이하고 '사랑해'라는 말도 정말 많이 하죠. 심지어 뽀뽀까지 해요. 토라지는 일도 참 많은데 다들 여리고 예민합니다. 음악을 하는 감수성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뮤직비디오나 무대에서 강해 보이는 이미지와 달리 실제 우리 모습은 여리여리해요."(지드래곤)

"다들 친구가 많이 없어요. 가장 친한 친구가 멤버들이죠. 유일한 우리 세계는 단체 문자방이에요. 10시간 이상 웃긴 사진도 공유하고 우리끼리만 얘기하죠."(탑)

"모든 연예인의 현실이기도 해요. 1년에 며칠 빼고 다섯 명이 붙어있고 10년 이상 일하는 스태프도 같아요. 항상 보는 사람과 같이 여행을 다니는 느낌이죠. 그게 바로 우리의 지금 세계인 것 같아요."(지드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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