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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리뷰] '해빙' 조진웅이란 미끼, 김대명이란 함정에 빠졌다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17-02-25 01:56 | 최종수정 2017-02-25 11:53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충무로에서 호탕하고 서글서글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조진웅과 김대명에게 제대로 뒤통수를 맞았다. 호탕했던 조진웅은 극강의 히스테릭을, 서글서글했던 김대명은 기묘한 미스터리를 선보였다. 두 사람의 충격 변신에 성큼 다가온 봄기운도 덜컥 겁먹고 저만치 도망갈 기세. 조진웅이란 미끼를 물고 김대명이란 함정에 빠질, 올해 최고의 충격 변신이 스크린에 펼쳐졌다.

얼었던 한강이 녹고 시체가 떠오르자, 수면 아래 있었던 비밀과 맞닥뜨린 한 남자를 둘러싼 심리 스릴러 영화 '해빙'(이수연 감독, 위더스필름 제작). 지난 2015년 7월 20일 크랭크 인, 그해 10월 7일 크랭크 업 이후 후반 작업까지 약 1년 6개월이 걸린 '해빙'. 지난 24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시사회를 통해 마침내 그 실체를 드러낸 것.

일단 영화는 표면에 드러낸 분위기 그 이상, 관객의 심리를 한껏 움켜쥐며 옴짝달싹 못 할 스릴을 선사한다. 머리가 지끈거릴 소름 끼치는 사운드와 섬뜩한 색감, 숨 막히는 앵글은 물론이거니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쫀쫀한 스토리까지 더해져 관객에게 상당히 쫄깃한 스릴을 선사한다. 널브러진 멘탈을 주워 담을 새도 없이 초반부터 가열차게, 미친 듯이 몰아치는 전개로 몰입도를 높였다. 이수진 감독은 전작 '4인용 식탁'(03)을 통해 인물 간의 심리적 긴장감을 탁월하게 녹여내며 시체스 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인 시민 케인 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았는데, '해빙'은 그의 장기가 십분 발휘되고 한층 더 진화했음을 입증했다.


탄탄한 연출도 연출이지만 무엇보다 '해빙'을 더욱 빛나게 만드는 대목은 역시, 명배우들의 명품연기. '믿고 보는 배우' 조진웅과 김대명, 그리고 신구가 '해빙'의 든든한 대들보 역할을 한다. 구명 없는, 빈틈 없는 배우들의 앙상블은 '해빙'을 더욱 끈적하게 만든다.

영화 '끝까지 간다'(14, 김성훈 감독)에서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은 '악의 축' 박창민으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 조진웅. 이후 tvN 드라마 '시그널'에서 한번 시작하면 무조건 직진인 우직한 형사 이재한으로 '만인의 재한선배'가 된 그는 선과 악을 넘나드는 충무로 '천의 얼굴'답게 또 한번 파격 변신을 시도했다. 거액의 사채로 파산한 뒤, 미제연쇄살인 사건으로 유명했던 경기도 신도시 병원으로 내려온 내시경 전문의사 승훈. 이를 연기한 조진웅은 그동안 보여주지 않은, 새롭고 낯선 얼굴로 관객을 깜작 놀라게 만든다. 마치 공포에 사로잡힌 순한 양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춰보면 곳곳에서 날 선 예민함을 드러내는 수준급 스킬을 과시한다. 특히 후반부 등장한 취조실 장면은 조진웅 인생 최고의 열연이라 평해도 좋을 만큼 환상의 열연을 펼쳤다. 말 그대로 '해빙'의 가장 치명적인 미끼였다.


조진웅과 대립 선상에 놓인 김대명의 활약 역시 상당하다. 2014년 방송된 tvN 드라마 '미생'의 김동식 대리로 생각하면 큰 오산. 당시 보여준 김대명 특유의 서글서글하고 친근한 인상을 눈빛 하나, 손짓 하나로 180도 바꾸는 섬짓한 내공을 드러냈다. 대대로 정육식당을 운영하며 치매 아버지 정노인(신구)과 함께 살고 있는, 승훈의 원룸 집주인 성근을 연기한 김대명. 극 중 승훈과 달리 차분하고 편안한 말투, 행동으로 시종일관 '해빙'을 이끄는 그는 조진웅과 또 다른 최상급 공포를 선사해 재미를 더한다. 극강의 선함이 극강의 악함을 전달하는 최상의 무기임을 증명했고 덕분에 관객은 제대로 함정에 빠질 수 있었다. 이밖에 데뷔 인생 최초로 악역에 도전한 신구, 예상외의 선전을 펼친 이청아 등 배우들의 열연이 '해빙'의 맛을 200% 끌어올렸다.


이처럼 사회의 병폐를 담은 적재적소 메시지, 쫀득한 구성, 끈적한 배우들의 명연기까지 더해진 '해빙'. 올해 가장 충격적인 심리 스릴러의 탄생을 예고했다. 바짝 얼어붙은, 극장가 해빙기를 깰 춘삼월 반전의 구원투수가 될지 영화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해빙'은 조진웅, 김대명, 신구, 송영창, 이청아 등이 가세했고 '4인용 식탁'의 이수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3월 1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영화 '해빙' 스틸 및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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