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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보란 기자] 규현, 진정한 외유내강 MC였다.
사실 규현의 합류에 기대와 우려가 엇갈렸다. 앞서 MC였던 신동과 김희철은 데뷔 때부터 예능돌로서 주목받았던 상황. 그에 비해 규현은 입담이나 진행력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였다. 제작진 또한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규현을 임시 MC로 먼저 실험대에 올렸다.
규현은 "임시지만 고정을 노리고 있다"며 야심차게 등장했지만 역시 적응기간은 필요했다. 토크쇼 중에서도 독하기로 소문났던 '라디오스타'였고 3~4명의 단체 게스트 체제였기에 이야기 사이에 쉽사리 끼어들지 못했다. 출연진 중에는 대부분 선배 연예인이 많았기에 돌직구 질문을 던지는 것도 어색했다.
예능계 큰 형님들 사이에서 '라디오스타'의 약점을 자처한다는 점도 대체불가한 규현만의 매력이었다. 김국진, 윤종신, 김구라에게 호되게 당한 게스트들이 유일하게 공격할 수 있는 대상으로서, 게스트가 일방적으로 당하기만하는 구조로 쏠리지 않게 균형을 맞춰줬다. 형들을 믿고 신나게 게스트를 공격하다 되려 역공을 당하는 모습도 웃음 포인트가 됐다.
지난 2012년 5인 체제로 새로운 시도를 통해 유세윤을 임시 MC로 투입하자, 규현은 "처음엔 다들 임시로 시작하니까요"라고 말해 형들을 폭소케 했다. 이어 규현은 '임시'라고 쓰인 노란 완장을 꺼내 유세윤에게 건네 웃음을 자아냈다. 김구라는 "밑에 누가 깔리니 잘한다"라며 규현을 칭찬해 웃음을 더하기도 했다.
그렇게 규현은 임시로 들어와 빠르게 '라디오스타'의 마스코트로 자리를 잡았다. 2014년 한 라디오에 출연한 윤종신은 예상외로 뜬 스타를 묻는 질문에 규현을 꼽으며 "처음 '라디오 스타'에 MC로 들어온다고 했을 때, 우려 했었는데 이렇게 잘 할지 몰랐다. 지금은 제일 잘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독한 입담에 따르는 책임감도 피하지 않았다. 지난해 2월 양세형이 규현의 지인 결혼식 사회자로 나선 에피소드와 관련해 태도 논란이 휩싸였을 때는 먼저 제작진에게 사과를 드리고 싶다고 나서기도 했다. 규현은 실제 방송을 통해 시청자에게 사과를 전했다. 이후 방송에서 조심스러웠을텐데도 자신의 캐릭터와 룰을 꿋꿋히 지켜나가며 더욱 성장한 모습을 보여줬다.
규현은 '라디오스타'를 통해 예능돌로서 새롭게 태어날 수 있었다. '라디오스타'에는 수많은 막내들이 있었지만 규현만큼 오랫동안 자리를 지킨 이는 없었다. '황금어장'을 떠나 독립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고, 수요일의 제왕으로 군림하는데 규현의 활약이 적잖은 힘이 됐을 것.
이에 양측은 마지막까지 서로의 의리를 지킨다. 당초 제작진은 입대 전날 녹화에 참여하는 것이 무리라고 판단, 지난 3일 진행된 녹화를 끝으로 규현과 작별하려 했다. 하지만 10주년의 의미를 함께 나누고자 특집방송까지 출연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오는 31일 방송까지 규현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라디오스타' 10년 중 절반을 함께 한 규현,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올 때 그 어떤 프로그램으로 복귀하더라도 기죽지 않을 예능감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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