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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7일의왕비' 박민영 "연우진과 키스신에 모두 질투"

백지은 기자

기사입력 2017-08-09 16:24




[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KBS2 수목극 '7일의 왕비'는 박민영이라는 배우를 재발견하게 만든 작품이었다.

'7일의 왕비'는 역사상 단 7일, 가장 짧은 기간 동안 왕비 자리에 올랐다 폐위된 단경왕후 신씨의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받아 만든 드라마다. 박민영은 극중 신채경 역을 맡아 열연했다.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것은 언제나 상당한 위험 부담이 따르는 일이지만, 충분한 사료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작품에서 다뤄진 적도 없는 인물을 재창조 해낸다는 것은 '자명고' '닥터진' '성균관 스캔들' 등 사극 경험이 많은 박민영에게도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었다.

"실존인물을 연기할 때는 100% 허구의 인물을 연기할 때보다 조심성이 생긴다. 최대한 (역사를) 해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 역사상 한 줄밖에 안나와 있는 인물이지만 좀더 사랑스럽고 당당하고 주관있는 캐릭터로 만들고 싶었다. 내 캐릭터를 보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가 진행되다 보면 배우의 연기에 따라 캐릭터가 흔들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많이 중점을 두고 연구했다."

극중 신채경은 연산군 이융(이동건)과 중종 이역(연우진)의 사랑을 동시에 받지만 결국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평생의 사랑을 잃는 비극적인 인물이었다. 집착에 가까운 이융의 광기 어린 사랑과 첫사랑 이역의 절절한 순애보 사이에서 무게 중심을 잡아야 하는 중요한 캐릭터인 것.

"두 남자의 사랑을 받는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흔들리거나 다른 상대에게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만약 내가 그렇게 하면 러브라인은 물론 캐릭터가 붕괴되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역과 융을 대할 때 선을 긋고 연기했다. 역과 채경이는 평생을 서로만 사랑한 아이들이고 서사가 잘 쌓였기 때문에 '이 사람은 무조건 나의 사랑'이라고 생각하면 됐다. 그 부분은 편했다. 융과의 관계는 가족이자 좋은 형님으로 시작해 주군으로 표현했다. 좋은 형님으로 모시던 이융이 내가 생각했던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주군으로 대했기 때문에 그가 채경을 여인으로 마음에 품고 있다는 걸 알고 더 큰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조선의 왕이기 때문에 확고하게 그의 마음을 거절하지 못하는, 그런 일관성을 유지하는데 신경 썼다. 그런 게 내 몫이라고 생각했다."

'7일의 왕비'에서 박민영이 진짜 보여주고 싶었던 건 감정 표현이다. 조선시대 여인이라는 신분 때문에 역할의 한계는 있었지만 정확한 심리 대사를 보여주려 했다. 그런 박민영의 노력이 가장 드러난 순간은 19회 엔딩신이었다. 조정 대신들은 신채경의 부친 신수근(장현성)이 이융의 측근이었다는 이유로 신채경의 폐위를 주장했다. 이역은 어떻게든 그것을 막으려 했지만, 대신들의 압박 속에 힘겨워하는 이역의 모습을 보며 신채경은 스스로 지위를 버렸다.

"이번엔 심리 묘사에 좀더 신경을 썼다. 19부 엔딩 편전신 같은 경우엔 한 신의 목적이 두 개였다. 상대에 따라 다른 목적을 갖고 연기했어야 했다. 너무 어려운 신이라고 생각하고 하루종일 붙들고 있다가 나도 모르는 리액션이 나왔다. 내가 끊임없이 마음 속으로 '그러니까 나를 놓아달라'는 서브 텍스트를 던지니까 나도 모르게 약간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엔딩컷으로 쓰셨다. 이번 내 연기는 그런 숙제의 연속이었다. 좀더 디테일한 심리 묘사를 하고 싶었고 실제로 대본 사이의 공백을 채우는 경험을 해볼 수 있었다. 눈물 연기도 이번에는 소녀가 아닌 한 여인의 눈물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결혼부터 이혼까지 좀더 성숙한 여인의 슬픔을 표현하려고 애썼다. 그래서 나도 몰입을 높이기 위해서 열심히 했다. 죽을 힘을 다해서 연기했다. 정말 힘들고 고된 싸움이었는데 그런 걸 해낼 때마다 쾌감이 너무 컸다. 어려운 수학문제 풀 듯 하나씩 이뤄가는 재미가 너무 컸다."

워낙 아픈 사랑이었던 만큼 신채경과 이역의 작은 스킨십 하나, 작은 눈빛 교환 하나도 더욱 애절하게 다가왔다. 그런 두 사람이 눈물로 키스를 나누는 신은 '7일의 왕비'를 지켜보던 모든 시청자를 숨 죽이게 만든 명장면이었다.


"역과의 꽁냥꽁냥 로맨스 때문에 현장에서 질투하셨다. 특히 키스신이 있었을 때는 '더울텐데, 엄청 더울텐데' 라고 막 그러셨다.(웃음)"

silk78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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