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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중국이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로 빚어진 갈등을 매듭짓기로 합의했다.
이와 함께 양국 지도부는 11월 10일부터 11일까지 베트남 다낭에서 열리는 '아시아 태평양 경제 협력체( 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APEC) 정상 회의' 기간 동안 양자 정상 회담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이 중국 시장에 진출할 길이 다시 열렸고, 게임 업계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한중 양국 간 빚어진 '사드' 갈등 이후 한국 게임은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중국 게임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중국 내에서 게임 서비스를 할 수 있는 허가권인 '판호'를 받아야 하는데, 발급 기관인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하 광전총국)은 그동안 판호 발급을 거절해 왔다. 특히 올 상반기 광전총국이 발급한 판호는 5,145건인데 이 중 한국 게임은 6종에 그쳐 사실상 한국 게임은 중국 진출이 불가능했다.
그러던 중 양국 지도부가 '사드' 갈등을 마무리하는 데 합의하면서, 25조 원 규모 중국 게임 시장에 한국 게임이 다시 진출할 여지가 생겼다. 그러나 올 한해 전 세계를 강타한 인기 게임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틀그라운드)'는 중국 진출에 제동이 걸렸다.
해당 글에서 광전총국은 "'배틀그라운드'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을 인지하고 이에 예의주시하고 있었다"며 "'배틀그라운드'가 선보이는 주요 콘텐츠는 마지막 한 명이 남을 때까지 서로 죽이는 과정에서 피가 낭자하고 폭력적이며, 이는 마치 고대 로마 검투장을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광전총국은 "이러한 게임 콘텐츠는 사회주의 핵심가치와 중화민족 전통문화 습관 및 도덕 규범을 해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청소년을 비롯한 젊은 세대에게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광전총국은 "최근 중국 내 개발자들이 '배틀그라운드'와 같이 유저가 서로 죽이는 행위를 주요 콘텐츠로 내세운 '배틀로얄' 장르 게임에 관심을 두고 있지만 광전총국 산하 게임 위원회는 이러한 장르 게임을 용납하지 않는다"며 "중국 내 게임 기업들은 '배틀로얄' 장르 게임 개발을 지양하고 이와 관련된 서비스 제공도 자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중국 정부는 최근 '인터넷 봉쇄' 절차를 강화하면서 중국 내 모든 PC에 설치돼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을 비롯해 한국, 미국, 유럽, 일본 등 해외 사이트에 접속할 수 없도록 하는 디지털 공안 체제 '만리방벽'을 우회하는 VPN(Virtual Private Network, 가상 사설 통신망) 제공 업자에게 징역을 선고한 바 있다.
'만리방벽' 때문에 해외 사이트 접속은 물론 해외 게임 또한 즐길 수 없었던 중국 유저들은 VPN으로 이를 우회했지만, 중국 정부는 차이나 모바일, 차이나 유니콤, 차이나 텔레콤 등 통신 기업에 내년 2월까지 VPN 개인 서비스 제공을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밸브 게임 플랫폼 스팀 비공식 통계 사이트 '스팀스파이'에 따르면 11월 1일 기준 '배틀그라운드' 중국 유저 비율은 44.89%에 달한다. 같은 기준으로 최근 '배틀그라운드' 전 세계 판매량이 1,800만 장을 돌파한 데 비교해 보면 약 808만 명에 해당하는 수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틀그라운드' 전체 유저 수에서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중국 유저가 게임을 플레이하지 못하거나 구매하지 못하게 되면 타격이 절대 작지 않으리라 예상된다"며 "한중 관계 개선으로 중국 시장 진출에 긍정적인 신호가 온 이 시점에 판호 발급처인 광전총국으로부터 부정적인 평을 받은 '배틀그라운드'가 어떻게 대처할지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림 텐더 / 글 박해수 겜툰기자(gamtoon@gamt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