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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부모자식 간에도 시간이 쌓여야 한다."
시작은 복자클럽의 원대한 복수에 의심을 줄이기 위한 '내조 프로젝트' 때문이었다. "부모 능력은 자식 농사로 결정된다더라. 나 도와준다고 생각하고 쟤 좀 부탁해"라는 이병수(최병모)의 말에 정혜는 "내조 프로젝트의 연장선"이라고 스스로를 납득시키며 수겸을 챙기는 엄마를 연기하기 시작한 것.
초보 엄마의 귀여움이 절정에 오른 것은 '나 화법으로 말하기'를 실천하는 정혜의 엄마봇 연기였다. 사과마저 잘 깎는 수겸에게 "넌 정말 못하는 게 뭐니?"라며 톡 쏘아붙이는 듯하더니, 바로 마음을 가라앉힌 후 "나는 네가 뭐든 잘해서 참 좋아"라고 또박또박 말하는 정혜는 과거 주길연(정영주)을 골탕먹이기 위해 홍도 언니와 친한 척하던 로봇 연기의 컴백이었다. 곧이어 정혜의 눈물겨운 노력에 수겸이 "너무 무리하시는 것 아니냐. 둘만 있을 땐 편하게 하이소"라고 말하자 정혜는 또다시 엄마봇에 빙의해 "나는 네가 내 생각해줘서 참 기쁘다. 나는 지금도 편해"라고 말해 보는 이들의 폭소를 터뜨렸다.
이렇듯 어설픈 초보 엄마의 모습으로 보는 이들에게 귀여움과 훈훈함을 선물한 정혜의 노력에는 그녀의 짠한 속사정이 숨어있었다. 두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 매일을 열심히 사는 홍도를 향한 "언니는 참 좋은 엄마예요", 그리고 미숙에게 "언니는 처음부터 좋은 엄마로 태어났을 것 같다"라고 말하는 정혜의 마음 한구석에는 '나는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는 걸까'하는 의문이 담겨있는 것 같아 보는 이들을 헛헛하게 했다.
계모와 남편의 혼외자식, 심지어 두 사람 모두 혼외자식의 아픔을 지닌 홍길동 모자라는 흔치 않은 인연으로 만난 정혜와 수겸. "엄마란 이름은 듣고 싶기도 하고, 부르고 싶기도 했는데 태어날 때부터 제 것이 아닌 것 같다"라며 자신 없는 모습을 보이는 정혜를 응원하는 홍도의 "부모자식 간에도 시간이 쌓여야 한다"는 말처럼, 쌓아가는 시간 속에서 정혜는 수겸에게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지. 엄마가 필요했던 만큼 좋은 엄마가 되어갈 정혜의 변화가 기대된다.
'부암동 복수자들', 오늘(2일) 밤 9시 30분 tvN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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