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 장항준 감독이 9년만의 신작 '기억의 밤'으로 영화 감독의 입지를 단단히 굳힐 수 있을까.
납치된 후 기억을 잃고 변해버린 형과 그런 형의 흔적을 쫓다 자신의 기억조차 의심하게 되는 동생의 엇갈린 기억 속 살인사건의 진실을 그린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 영화 '기억의 밤'(비에이엔터테인먼트·미디어메이커 제작) 29일 개봉된다.
특히 이번 작품은 충무로의 '천재 스토리텔러'라고 불리는 장항준 감독의 9년만의 영화 연출 복귀작이다. 지난 1996년 영화 '박봉곤 가출 사건'(김태균 감독)의 각본을 쓰며 영화판에 발을 들인 장항준은 번뜩이고 소재와 신선한 이야기 전개로 데뷔 직후부터 '천재 스토리텔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후 코미디 영화 '라이터를 켜라'(2002)와 '불어라 봄바람'(2003)의 각본은 물론 메가폰 까지 잡으며 영화감독으로 데뷔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9년 동안 장항준 감독이 직접 연출한 영화는 볼 수 없었다. 그 대신 tvN '위기일발 풍년빌라'(2010, 극본), SBS '싸인'(2011, 연출 극본), SBS '드라마의 제왕'(2012, 극본) 등 드라마 극본을 쓰며 '천재 스토리텔러'로서의 능력을 제대로 보여줬고 영화 '귀신이 신다(2004, 김상진 감독), '끝까지 간다'(2013, 김성훈 감독)을 각색했다. 특히 그가 2011년 아내 김은희 작가와 공동으로 집필하고 연출까지 한 드라마 '싸인'은 한국 드라마 최초로 법의학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파격적이고 치밀한 스토리로 엄청난 호평을 받았으며 한국 장르드라마의 시초로 꼽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는 특유의 유쾌하고 코믹한 이미지를 내세워 여러 드라마와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하며 대중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계속 유지했고, 지난 해에는 '시그널' '쓰리데이즈' '유령' 등을 집필하며 한국 장르드라마의 '미다스 손'이라 불리는 아내 김은희 작가와 함께 국민 예능 프로그램 MBC '무한도전'이 제작한 특집 드라마 '무한상사'의 연출을 맡으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장항준 감독은 이렇게 드라마 극본과 영화 각색, 여러 작품의 특별출연까지 쉬지 않고 활동해 왔지만 언제나 영화 연출에 대한 갈증을 느꼈다. '불어라 봄바람' 이후 길어지기만 하는 영화 연출 공백에 대한 초조함까지 있었다. 그는 스포츠조선과 인터뷰를 통해 "9년 동안 준비하던 영화가 엎어지고 나니까 초조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영화감독으로서의 장항준은 끝났나 싶기도 했다"며 "어느 순간 내려놓는 마음도 들었는데, 그러다가 결국 '기억의 밤'을 할 수 있게 됐고 기쁘다. 9년간의 영화 연출 공백이 있었기 때문에 신인이라고 생각한다"고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베테랑 스토리텔러답게 9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그는 9년 전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직접 쓴 시나리오를 택했다. 하지만 9년 전 그가 직접 쓰고 연출했던 '라이터를 켜라'와 '불어라 봄바람'과 달리 그가 내놓은 '기억의 밤'은 코미디가 아니라 스릴러 영화다. 드라마 '싸인'을 연출하면서 '스릴러의 맛'을 알아버렸다는 그는 '기억의 밤'으로 '싸인'으로 100% 해갈하지 못했던 '스릴러에 대한 갈증'을 '기억의 밤'으로 채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 주변에서는 연출 하지 말고 그냥 작가만 하라는 분들이 많다. 작가에 집중해서 글만 열심히 쓰면 돈도 많이 벌거라고. 하지만 사실 난 글을 쓰는 것 보다 연출이 더 재미있다. 활자는 죽은 거지만 연출은 그 죽어있는 활자에 생명을 불어넣어서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거지 않냐. 그래서 포기할 수 가 없다"는 장항준 감독. 그가 9년만에 세상에 내놓은 자신의 연출 복귀작 '기억의 밤'으로 스릴러에 대한 갈증을 해결하고, '영화 감독' 장항준의 입지를 단단히 굳힐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한편, '기억의 밤'에는 강하늘, 김무열, 문성근, 나영희 등이 출연한다. 11월 2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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