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SC현장]거장 고레에다 감독이 말한 #어느가족 #황금종려상 #日영화+정부(종합)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18-07-30 11:06


영화 '어느 가족'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공식 기자 간담회가 30일 오전 서울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열렸다.
기자 간담회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어느 가족'은
할머니의 연금과 훔친 물건으로 살아가는 가족이 우연히 길에서 떨고 있는 다섯 살 소녀를 데려와 함께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보통의 가족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07.30/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가족은 여러 형태가 있기 때문에 너무 억압적으로 가족을 규정하지 않은게 좋은 자세가 아닐까"

할머니의 연금과 훔친 물건으로 살아가는 가족이 우연히 길에서 떨고 있는 다섯 살 소녀를 데려와 함께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어쩌면 보통의 가족 이야기를 그린 영화 '어느 가족'. 30일 오전 종로구 씨네큐브 광화문에서는 '어느 가족'의 메가폰을 잡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내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영화 '디스턴스'(2001)으로 제54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받은 후로 '아무도 모른다'(2004, 57회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66회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 68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초청) 등의 작품으로 칸이 사랑하는 아시아 감독으로 주목받아온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그는 올해 5월 열린 71회 칸영화제에서 이창동 감독의 '버닝' 등을 제치고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의 영광을 안았다.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인 케이트 블란쳇으로부터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연출, 배우들의 연기, 촬영 등이 조화를 이룬 뛰어난 작품"이라는 극찬을 받은 '어느 가족'은 피가 아닌 '유대감'으로 모인 이상하지만 따뜻한 '어느 가족'을 통해서 진정한 가족의 의미, 더 나아가 소외된 사람들을 더욱 소외시키는 사회의 문제까지 날카로운 시선으로 파고든다.

이날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개봉에 맞춰 한국 팬들에게 인사를 드릴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행복하다는 마음을 표현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제가 영화를 시작하고 나서 15년 정도는 일본에서 독립영화를 만드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큰 규모의 개봉을 한 적이 없었다. 그때와 지금을 비교할 때도 영화를 대하는 태도와 자세가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제작진과 스태프들의 힘을 입고 만들고 있다. 국내외에서 믿기 힘들 정도로 제 영화를 봐주시게 됐다. 지금 일본에서 300만 정도 관객들이 영화를 관람했다. 아시아 각국에서도 개봉이 되고 있는 와중에 한국에서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좋은 출발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개봉을 위해 힘써주신 분들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영화 '어느 가족'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공식 기자 간담회가 30일 오전 서울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열렸다.
기자 간담회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어느 가족'은
할머니의 연금과 훔친 물건으로 살아가는 가족이 우연히 길에서 떨고 있는 다섯 살 소녀를 데려와 함께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보통의 가족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07.30/
또한 그는 영화를 만들고 관객에게 선보이는 자신의 마음과 태도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는 "작품을 만들때는 작게 낳아서 길게 오래 동안 키워가자는 마음이다. 이번에 이렇게 뜻하지 않게 칸 영화제에서 큰 상을 수상하게 돼 그에 힘 입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돼 예상하지 못했지만 기쁘다"고 마음을 표현했다. 이어 "일본에서는 오리지널 작품을 가지고 대규모로 개봉하는게 수월한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오랫동안 해온게 보답을 받는 것 같아 기쁘다. 앞으로도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한결같은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어 나가겠다. 그럼 더 수월해지려나라는 달콤한 기대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의 관객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그는 전 세계인의 공감을 줄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어떤 부분, 무엇이 사람들의 정서에 감동을 주는가, 어떤 것이 국경이나 문화를 넘어 전해지냐에 대해서는 최근에는 의식을 하지 못한다. 의식해서 한다고 해도 잘 안될 수도 있고 전해질 것은 전해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은 저 자신이 제게 절신한 모티브를 만들면 확실하게 전해진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그래도 제 작품을 사랑해주시고 좋아해주시는 스페인이나 프랑스, 캐나다 그리고 한국 분들의 마음은 실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시 한번 '어느 가족'으로 가족에 대해 이야기 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그는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말하는 가족에 정의에 대한 질문에 "'가족은 어때야 한다', '좋은 가족이란 어떤거다' 라던가 그런 것들을 정의내리지 않으려 한다"고 답했다.

그는 "가족은 여러 형태가 있기 때문에 너무 억압적으로 가족을 규정하지 않은게 좋은 자세가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여러 형태가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해서 이번 작품을 만들었다"며 "'어느가족' 안에서는 이 가족들이 죄를 범하고 그 결과 심판을 받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혈연이 아닌 형태로 공동체를 구성해서 가족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능성을 말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고 말했다.

또한 고레에다는 '어느 가족'의 결말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어느 가족'의 열린 결말은 희망과 절망, 어둠과 빛의 양측을 모두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어느 가족'의 마지막 장면을 두고는 여러 형태의 감상이 있다. 너무 잔인하지 않냐. 어둡다라는 반응도 있고 밝은 빛이 느껴졌다는 반응도 있다. 그건 각각 보는 이들이 느끼는 감상이니까 제가 말씀드리긴 그렇고 보는 이들의 해석에 맡기고 싶다"며 "하지만 찍으면서 생각했던 건 이렇다. 쇼타가 영화 내내 느꼈던 것 경험했던 것들이 쇼타의 앞으로의 삶의 양식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표정을 지었을거라고 느낌을 받으면서 촬영했다. 린은 진짜 엄마의 품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부정적인 요소의 연쇄가 일어났을거라는 생각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저는 린이 자신이 엄마가 이야기 할 때 수긍하지 않고 명백히 거부를 표하는 의지를 표한다. 그게 굉장한 의미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영화 초반 난간 틈 사이로 세상을 바라보던 린이 마지막에서는 난간 위로 세상을 바라본다. 그건 아주 큰 변화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영화 '어느 가족'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공식 기자 간담회가 30일 오전 서울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열렸다.
기자 간담회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칸 황금종려상을 보이고 있다.
'어느 가족'은
할머니의 연금과 훔친 물건으로 살아가는 가족이 우연히 길에서 떨고 있는 다섯 살 소녀를 데려와 함께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보통의 가족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07.30/
수편의 영화를 함께 한 배우 릴리 프랭키와 키키 키린에 대해 이야기 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와는 뗄레야 뗄 수 없는 명배우인 릴리 프랭키와 키키 키린은 이번 영화에서도 완벽한 연기로 관개을 감동시킨다. 고레에다 감독은 "이 작품을 만들고 플롯을 구상하기 전에 연금 사기 사건 기사를 접하게 됐다. 전국적으로 화제가 됐던 사회 문제 였는데 그걸 보고 혈연이 아니지만 가족을 구성해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런 가족의 모습을 생각하자 릴리 프랭키, 키키 키린 두 배우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릴리 프랭키와는 촬영이 들어가기 전부터 역할에 대해 편지를 계속 주고 받았다며 "손으로 편지를 써서 사진으로 찍어서 sns로 보여주는 신기한 방식의 손편지를 주고 받았다. 그때 제가 말씀드린건 오사무라는 사람은 인간적으로 성장하지 않는 어려운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오사무가 성장하지 않음으로써 아이 쇼타가 아버지를 앞질러서 가게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성장을 통해 아버지를 앞지르는 경험을 하면서도 죄의식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오사무는 슬픈 아버지상이다라는 이야기를 해드렸다"고 설명했다.
영화 '어느 가족'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공식 기자 간담회가 30일 오전 서울 씨네큐브 광화문에서 열렸다.
기자 간담회에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인사를 하고 있다.
'어느 가족'은
할머니의 연금과 훔친 물건으로 살아가는 가족이 우연히 길에서 떨고 있는 다섯 살 소녀를 데려와 함께 살게 되면서 벌어지는 보통의 가족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8.07.30/
이어 키키 키린에 대해서는 "누가봐도 정말 좋은 훌륭한 배우다. 반론의 여지가 없다. 이분 이상으로 좋은 배우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 안에서 6명이 여행을 가고 파도 놀이를 하는 가족을 바라보며 할머니(키키 키린)가 내뱉듯 '고맙다'라는 말을 중얼거린다. 그 옆 모습을 제가 찍고 있었는데 그게 모든 영화 촬영의 첫날이었다. 사실 그 부분이 대본에는 써있지 않았다. 그 장면은 키키 키린이 현장에서 즉석으로 했다"며 "현장에서는 의식하지 못했는데 편집실에서 다시 돌려보니 중얼거리는 모습이 담겼다. 잘 보니 '고맙다'는 이야기였다. 그 모습을 보고 저는 영화의 줄거리상 그 말이 마지막에 나올 수 있도록을 대본을 수정했다. 그렇게 키키 키린의 영화의 주제 핵심을 포착해 내고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이날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자신을 향한 정부의 부정적 자세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였다. 앞서 일본에서는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수십년만에 칸영화제 최고상을 받았음에도 아베 정부가 고레에다 히로카즈에게 축하 표현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정부가 축하의 마음을 표한다는게 영화의 본질과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화제를 가능하나 피하고 싶다. 한편의 영화가 만들어졌고 국회 안에서 영화가 전쟁의 소재가 된다는 것도 편치 않다. 좀더 본질적으로 영화를 둘러싼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초점의 대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퇴보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일본 영화 사업에 대한 냉철한 시선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는 "일본 영화 산업은 점점 내향적으로 변하고 있다. 시각이 좁아지고 있다"며 "과거 구로사와 아키라, 오즈 야스지로 감독처럼 멋진 선배들의 작품이 세계 시장에서 호평받은 바 있다. 과거 일본 영화 후광 효과 덕분에 지금의 일본 영화도 호평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경향이 지속되긴 힘들 것 같다"이라고 전했다.

한편, '어느 가족'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릴리 프랭키, 안도 사쿠라, 마츠오카 마유, 키키 키린, 죠 카이리, 사사키 미유 등이 출연한다. 지난 7월 26일 국내 개봉돼 절찬리 상영중이다.

smlee032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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