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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 세상을 떠난 아들의 생일날, 남겨진 이들이 서로가 간직한 기억을 함께 나누는 이야기를 그린 휴먼 영화 '생일'(이종언 감독, 나우필름·영화사레드피터·파인하우스필름 제작).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촌동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생일'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이날 시사회에는 아들 수호(윤찬영)가 세상을 떠나던 날 아버지의 자리를 지키지 못해 가족에 대한 미안함을 안고 살아가는 아빠 정일 역의 설경구, 떠나간 아들 수호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슬픔을 묵묵히 견뎌내는 엄마 순남 역의 전도연, 그리고 이종언 감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진심을 오롯이 담아내기 위해 유가족들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바탕으로 플롯을 작성하고 트리트먼트를 거듭하며 시나리오 작업을 한 '생일'은 결코 가볍지 않게, 또 너무 어둡지 않게 담아내 눈길을 끈다. 특히 이런 진정성 있는 스토리의 힘을 뒷받침하는 '명품 배우' 설경구와 전도연의 열연은 남은 자들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전국민 모두에게 사회적 트라우마를 남긴 세월호 참사 소재를 조심스럽지만 진정성있게 그린 '생일'이 4월 극장가 어떤 의미를 남길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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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내가 연기한 정일은 세월호 참사 때 가족과 함께하지 못한 인물이다. 정일이라는 인물은 참사의 당사자이기도 하면서 관찰자의 입장이었다. 그래서 좀 더 누르고 담담하게 표현하려고 했다. 전작과 다르게 꾹꾹 참아보려 애를 썼던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촬영이 종료되고 나서 더 많이 울었던 것 같다"고 머쓱하게 웃었다.
이어 "내가 '생일'을 처음 받고 난 뒤 가장 먼저 이종언 감독에게 물어본게 전도연이었다. 전도연이 못하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 걱정이 많았다. 이후 다시 제작진에게 전도연이 한다고 했을 때 안도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설경구는 "국민적 트라우마를 안긴 참사다. 우리 영화는 상처받은 사람이 상처입은 사람을 위로해주고 위안해주는 영화다. 우리 영화가 작은 물결이 돼 큰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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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남과 여'(16, 이윤기 감독) 이후 3년 만에 '생일'로 스크린에 컴백한 전도연은 "영화가 오랜만이기도 한데 과연 이 '생일'이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어떻게 보여질지 걱정돼 잠을 한숨도 못잤다. 그런 마음으로 개봉도 기다릴 것 같다. '생일'이 많은 관객에게 사랑받고 응원받을 수 있는 작품이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어 "설경구와 마찬가지의 고민도 했다. 슬픔이 커서 이 이야기를 감당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앞으로 살아가야할 사람들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용기내 작품을 선택할 수 있었다"고 애정을 담았다.
그는 극 중 오열 장면에 대해 "굉장히 부담이 많았던 장면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신을 어떻게 촬영했는지 잘 모르겠다. 카메라 앞에서 나서기까지 무서웠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의심하기도 했다. 스스로 감정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요한 것은 아니었다. 그 순간 카메라 앞에 섰을 때 느낀 만큼만 연기하자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전도연은 "순남은 슬픔을 받아들이지 않고 또 아들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는 캐릭터다. 내가 걱정됐던 것은 내 감정이 앞 서갈까봐 걱정했던 것 같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나 이종언 감독과 이야기할 때 순남의 감정인지, 아니면 내 슬픔에 젖은 것인지 의심하면서 촬영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01, 박흥식 감독) 이후 18년 만에 설경구와 재회한 전도연은 "설경구는 오래 전에 호흡을 맞췄고 실제로 내겐 친오빠같은 느낌이다. 내가 이 영화를 믿고 들어갈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어떤 감정을 표현해도 받아들여주는 설경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편하지는 않았지만 믿을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게 좋았다"고 웃었다.
전도연은 "다같이 붙잡고 아프자며 만든 영화는 아닌 것 같다. 서로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만든 영화인 것 같다. 모두에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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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캐스팅에 대해 "전도연을 떠올리고 제일 먼저 제안을 했을 때 처음엔 거절당했다. 하지만 여러 이야기 끝에 캐스팅할 수 있게 됐다. 설경구는 내가 오랫동안 함께 일한 이창동 감독의 인연으로 시작하게 됐다. '오아시스'는 내게 인생 영화인데 '오아시스'의 배우와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답했다.
영화 말미 등장하는 수호의 생일 장면에 대해 "영화 전체에서 가장 신경썼던 장면이 수호의 생일 장면이다. 그 장면을 롱테이크 하나로 쭉 갈 수 있을지 촬영 전에는 자신이 없었다. 그 장면 촬영을 위해 50명의 배우가 함께 모였는데 그때 리허설을 맞춰보고 확신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설경구는 "30분 넘게 롱테이크를 촬영해본게 처음이다. 처음에는 이게 가능할까 걱정도 했다. 50여명의 배우가 함께한 장면이었는데 하나같은 느낌을 받았다. 귀한 경험을 얻었다"고 말했고 전도연은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됐던 장면이었던 것 같다"고 곱씹었다.
한편, '생일'은 설경구, 전도연, 김보민, 윤찬영, 김수진 등이 가세했고 '시' '여행자' 연출부 출신 이종언 감독의 첫 상업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오는 4월 3일 개봉한다.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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