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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왜그래 풍상씨'를 마친 배우 유준상(51)을 만났다.
14일 종영한 KBS2 수목드라마 '왜그래 풍상씨'(문영남 극본, 진형욱 연출)에서 유준상은 동생바보로 살아왔던 중년 남자 이풍상 역을 맡아 열연했다. 동생들인 이진상(오지호), 이화상(이시영), 이정상(전혜빈), 이외상(이창엽)과 '속 터지는' 호흡으로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겼고, 아내인 간분실(신동미)과는 현실 부부의 모습을 보여주며 사랑받았다. 특히 극 말미 간암에 걸린 이풍상의 '간이식' 이야기가 화면을 채우며 분노와 감동을 동시에 안기기도 했다.
유준상은 "많이 서운하고, 동생(오지호, 이시영, 전혜빈, 이창엽)들도 다 서로 문자하는 거 보면 다들 '보고 싶다'고 할 정도다. 짧은 시간이었는데 겨울 한 계절을 같이 했다. 삶 속에서 18년 같이 사는 것처럼 오래 함께한 거 같아서 여운이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특히 '왜그래 풍상씨'는 KBS의 수목극을 살렸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작품. 최종회는 22.8%를 기록할 정도로 높은 시청률을 남겼다. 유준상은 "뿌듯하고 참 좋다. 그동안 침체기였다고 힘들어하셨는데, 이제는 KBS에 가면 반갑게 맞아주셔서 '잘됐구나' 싶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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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가락에 검정칠을 해가며 이풍상의 외관을 만들었던 유준상은, 겨울 한 계절을 온전히 이풍상으로 살았다. 유준상은 "처음에 대본연습 할 때 작가 선생님이 제 얼굴을 보고 '풍상이네'라고 좋아하시다가 리딩을 하고는 '큰일났네, 잘해야 하는데'라고 하시더라. 아무리 열심히 해도 작가선생님이 원하는 방향이 있었을 거다. 지호도 저도 지적을 당했다"고 대본리딩 당시의 기억을 꺼냈다.
이어 "촬영 전에 제가 뉴욕을 갈 일이 있어서 전날 선생님을 만나서 연습하고 비행기를 타고 가는 내내 연습했다. 그 후에 대본리딩을 할 때 지호는 울면서 연습하고 저는 서서 소리치면서 했다. 그러면서 감정을 만들게 된 것 같다. 글(대본)이 좋았고 진형욱 감독님과 제가 호흡이 좋아서 감독님이 제 감정이 생기도록 도와줬다. 역시 함께하는 연기자들이 집중하니 모두가 '훅훅' 들어간 거 같다. 연습을 치열하게 하다 보니 첫 촬영 때도 NG 없이 12페이지 분량을 풀샷을 찍는데 아무도 NG를 안내고 끝났다. 스태프들이 막 박수를 쳤다. 그 다음에는 18페이지도 NG를 안내고 간적도 있다. 오지호 씨가 나중에는 '누구든 NG좀 내 달라'고 했다. 초반에 잡히니까 NG가 나서가 문제가 아니라 감정에 따라 더 잘해보려는 시너지 효과가 생겼다"고 말했다.
후반에는 완벽한 감정선으로 시청자들을 울렸던 '왜그래 풍상씨'지만, 초반에는 '욕'도 좀 먹었다. 동생들만 챙기는 이풍상이 답답하다는 반응과 함께 '막장 논란'도 불거졌다. 그러나 유준상은 오히려 욕을 먹는 상황 등에 대해 신경쓰지 않았다고, "제가 욕먹은 것도 몰랐다. 그런데 어느 순간 동미가 칭찬받는다는 말을 듣고 '좋겠다'고 했었다. 우리 배우들 진상, 화상, 노양심 엄마는 욕을 많이 먹었다. 그래도 저희는 흐트러짐이 없이 캐릭터를 위해 달려갔다. 배우이기 때문에 욕을 먹으면 연기의 방향을 바꾸거나 작가님께 건의를 할 수가 있다. '다르게 방향을 가자'거나 '이렇게 욕 먹어야 하느냐'고 할 수 있음에도 저도 그것에 개의치않았다."
이어 유준상은 "작가 선생님이 치밀하게 구성을 해놓고 저희가 피드백을 들으니까 '우리가 욕을 먹는다고?'라고 했다.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라고하기에 '왜?'라고 했다. 제가 이 작품을 처음에 선택한 의도가 있고 그 이야기를 향해 달려가는 거고, 그렇게 가려면 끝까지 다다랐을 때 그 상황에서 묘사가 돼야 하는데 그 전에 비판을 받으니 '이게 아닌데' 싶었다. 또 '우리의 진심을 알게 될 날이 올텐데' 했다"며 "작가 선생님이 그걸(의도를) 맨 마지막에 풀었다. 풍상이가 동생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를 하는데 그 지점부터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 제가 선택한 이유에 대해 거기서 묘사가 돼서 좋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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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그래 풍상씨'는 마지막까지 '연장이 없던' 드라마다. 드라마가 20%를 넘어갈 때 쯤 '연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마련이지만, 문영남 작가는 시작부터 '절대 연장 없다'고 못을 박아두고 드라마를 시작했다는 설명. 유준상은 "작가님이 드라마를 굳이 수목드라마로 한 이유도 있고 작품의 의도도 있지 않겠나. 주말드라마로 만들어지고 이약의 잔가지들이 많이 펼쳐지면 이야기의 핵심으로 가기보다는 가족의 또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는 확률이 있었다. 이 이야기들은 60분, 20회 분량을 해야 했기 때문에 잔가지를 만들 수가 없었다. 처음엔 70분 분량이었던 작품도 심지어 60분으로 축소가 되며 진형욱 감독님이 잔가지를 치고 신의 배치를 바꾸는 등 방향의 전환을 꾀했다. 이건 작가님과 감독님 두 분이 오래 작업을 함께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작가님은 감독님이 화면을 바꾼 것을 보면서 '괜찮은 거 같다'고 해주신다. 이미 작가님 머리에는 다 들어가 있던 거다"고 했다.
문영남 작가의 필력에 감탄한 유준상은 '간'에 대한 얘기도 꺼냈다. '왜그래 풍상씨'의 시놉시스에는 '누가 간을 주는데'로 줄거리 설명이 마무리된다. '누가' 간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배우들에게도 밝히지 않은 것. 제작사 대표도, 함께 연출하는 진형욱 PD도 모르게 만들어진 결말에 배우들도 모두 추측을 이어왔다는 설명. 유준상은 "감독님은 누가 간을 주는지 아실 줄 알았다. 감독님이 '준상 씨 아마 이렇게 흘러가고 간도 누가 주지 않겠냐'고 추측했는데 다음에 보니 하나도 안 맞았다. '감독님 다 틀리셨잖아요'하니까 '그러게요 예측이 안 되네요'라고 할 정도로 아무도 모르고 작가님만 알고 갔다. 게다가 작가님이 무조건 연장을 안 하고 주어진 회차 안에서 모두 완성되게 돼있다고 하셨다. 드라마가 잘되니 당연히 연장 얘기도 나오지 않나. 그런데 작가님이 처음부터 '연장 없다'고 하셨다. 그만큼 치밀하게 구성을 하셨던 거다. 가족의 이야기지만, 의도도 잘 전달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준상은 '왜그래 풍상씨'를 통해 올해 가장 강력한 대상 후보로 손꼽히고 있다. 이에 유준상은 "너무 감사한 마음이다. 이제 나머지는 여러분(기자들)의 몫이다. 이제는 상반기 작품, 하반기 작품 신경 쓸 나이도 아니다. 받으면 좋겠지만, 받는 것은 제 몫이 아닌 거다. '주세요' 하고 받는 것도 아니고 '받고 싶다'고 해서 주는 것도 아니다. 자연스럽게 줄 상황이 되면 받는 거다. 하지만 그렇게 언급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왜그래 풍상씨'는 14일 39회와 40회를 마지막으로 종영했다. 마지막회에서는 혼수상태에 빠졌던 이외상(이창엽)이 건강하게 돌아오고, 마지막까지 속을 썩혔던 이진상(오지호)이 중고차 딜러로 착실하게 살아가는 등 이풍상(유준상)의 인생에도 해 뜰 날이 찾아왔다. 여기에 간을 주겠다고 한 뒤 도망친 엄마 노양심(이보희)의 비참한 결말도 권선징악 엔딩에 힘을 실었다. 최종회는 전국기준 20.5%와 22.8%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지난 방송분(20.4%)이 기록했던 최고 시청률을 넘은 수치이자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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