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종합]"대통령役, 한반도 향한 연민이 기본"…정우성, '강철비2'에 담은 뜨거운 진심

기사입력 2020-07-27 13:38


[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외로운 인내의 시간" 27년차 충무로 대표 정우성(47)에게도 대한민국 대통령을 연기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남북미 정상회담 중에 북의 쿠데타로 세 정상이 북의 핵잠수함에 납치된 후 벌어지는 전쟁 직전의 위기 상황을 그리는 영화 '강철비2: 정상회담'(이하, '강철비2', 양우석 감독, ㈜스튜디오게니우스우정 제작). 극중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재 역을 맡은 정우성이 27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1994년 영화 '구미호'로 데뷔한 이후 26년간 수많은 영화에 출연하며 스타성과 흥행력, 연기력을 모두 갖춘 명실상부 충무로 최고의 톱배우로 활약하고 있는 정우성. 특유의 힘있고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은 물론, 지난 해 제40회 청룡영화상을 비롯한 수많은 영화제의 남우주연상을 휩쓴 '증인' 속 부드럽고 따뜻한 모습까지 장르와 캐릭터를 넘나드는 그가 2017년 개봉한 '강철비'의 속편 '강철비2: 정상회담'으로 다시 한번 관객을 만난다.

'강철비2'에서 정우성이 연기하는 한경재는 집에서는 아내에게 잔소리를 듣고 딸에게 용돈을 뜯기는 평범한 아빠지만, 하루 24시간을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 냉전의 섬이 된 한번도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고민하는 대한민국 대통령이다. 어렵게 서사된 남북미 정상회담 중 북의 쿠데타로 핵잠수함에 감금되자 첨예하게 대립하는 북 위원장과 미국 대통령 사이에서 참을성과 유연함과 강단을 오가며 임박한 전쟁을 막기 위해 목숨을 걸고 노력한다.
앞서 진행된 언론시사회 기자간담회에서 영화를 본 소감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울컥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던 정우성은 당시 기분에 대해 묻자 ""오만에 한경재 대통령의 모습에 몰입됐을 수도 있고 영화가 말하는 우리 한반도의 미래 지향점에 대해서 생각하니까 마음이 남다르더라"고 말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이어 "우리 민족을 생각하면 '충분히 불행한 시간을 겪었구나라'는 생각이 밀려왔다. 영화가 끝나고 바로 일어나지 못하고 한참동안 앉아있었다"고 말했다.

'강철비' 1편의 속편이지만 인물과 설정이 전혀 다른, 하지만 한반도의 문제를 다룬다는 주제를 유지하는 독특한 시리즈인 '강철비'. 정우성 역시 이 같은 기획에 대해 "굉장히 똑똑한 기획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철비' 1편은 납북에 살고 있는 인물들의 판타지적 상황에 집중한 작품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강철비'는 주인공은 한반도이다. '강철비2'는 이 시리즈에 주인공은 한반도라는 걸 다시 한번 되새겨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역사적 분단을 이야기를 여전히 하면서도 인물을 새롭게 포지셔닝을 하고 새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굉장히 독특하고 똑똑한 시리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 '유령'(1999)에 이어 다시 한번 잠수함 액션에 참여한 정우성은 "확실히 장비들이 그때보다 훨씬 좋아졌다. 잠수함 세트를 기계에 올려놓고 경사면을 주고 움직임을 줄 수 있었다. 그리고 촬영 전에 잠수함 시뮬레이션을 실제로 봤고 장비를 통해서 최대한 구현하려고 했다"며 "유령' 촬영 때는 확실히 달랐다. '유령' 촬영할 때는 잠수함의 움직임을 오직 몸으로만 표현해야 했는데, 세트로 구현을 하려고 하니까 연기할 때는 환경이 더욱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강철비2: 정상회담' 스틸
이날 정우성은 '강철비2'의 출연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정치에 대한 소신 발언을 하는 배우'라는 대중의 오해를 언급하며 "사실 배우 정우성은 정치적인 발언을 한 적은 없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발언을 정치적으로 바라보시는 분들이 나왔고 그런 발언이 정치적인 발언이 되더라"며 "어찌 되었건 그런 배우가 정치적으로 읽혀질 수 있는 요소가 다분한 영화에 얹혀졌을 때 영화의 입장도 불리해질 수 있을꺼라 우려했다. 그런 우려를 감독님께 말씀을 드리기도 했다. 그런데도 감독님께서 정우성 배우가 꼭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우리가 몰랐던 한반도의 역사에 대한 새로운 생각까지 하게 해주는 '강철비2'. 정우성은 "국민에게 역사 교육을 많이 배제 돼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근현대사에 대한 교육이 우리의 뿌리 아닌가"라며 "사실 '강철비' 출연 전에도 우리 역사 관련해서는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도 딘 러스크의 메모 등 이번 영화를 하면서 알게 된 새로운 사실들이 많더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의 젊은 대통령 역을 준비하며 "정상회담을 이끌었던 선대 지도자들의 연설을 찾아봤다"는 정우성.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 참여하셨으니까 자료를 찾아봤다. 배우가 대중에게 호소하는 연설을 하는 직업은 아니기 때문에 연설을 할 때의 뉘앙스 같은 것들을 중심으로 봤다. 사람은 바뀌어도 연설할 때는 특유의 뉘앙스가 있더라. 그런 것들을 파악하려 했다. 그리고 그들이 얼마만큼의 통일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고 그 의지는 어떻게 기인하는지를 집중해서 봤다"고 말했다.

실제 현재 한반도의 상황처럼 북미 두 정상 사이에서 자기의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중재자의 역할을 해야 하는 극중 대한민국 대통령 한경재. 정우성은 그렇기에 한경재 캐릭터의 연기가 더욱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쉽지 않은 연기였다. 한경재는 액션보다는 끊임없이 리액션을 해야 하는 캐릭터였다. 상황 속에 놓인 표정 속에서 정확히 그 사람의 심리적인 외로움이 비춰져야 했다. 그럼에도 과장되게 표현해선 안됐다. 침묵 안에서의 한숨과 고뇌를 신경을 많이 썼다"며 "하지만 또 힘을 주어선 연기를 해선 안됐기 때문에 더욱 쉽지 않았다. 표정과 한숨, 침묵을 연기하기 위해서는 우리에 대한, 한반도에 대한 연민이 컸다. 그런 연민으로 긍정적인 미래의 출발을 생각하면서 연기했다"고 말했다.


'강철비2: 정상회담'과 '강철비' 스틸

이에 "1편에서 북한최정예요원 역할과 2편의 대한민국 대통령 역할 중 무엇이 더 어려웠냐"는 질문을 건네자 정우성은 1초의 고민도 없이 "이번 영화가 더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1편에서는 뭔가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캐릭터였다. 뭔가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건, 내가 뭔가 했다는 만족감은 있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는 표현을 하지 않고 참아야 하는 캐릭터 아닌가. 그 인내의 시간이 답답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한 "사실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입장은 편하다. 회담 장면을 찍는데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에 놓인)대한민국의 지도자가 극한직업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어떻게 이 상황을 인내하고 돌파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아 좀 그만 좀 해!'라는 한마디를 할 수 없는 입장 아닌가. 대한민국의 지도자라는 건 극한의 인내를 가져야 하는 직업이고 정말 외로운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경재 캐릭터는 어느 특정 대통령을 따온 것이 아니라 "100퍼센트 재창조된 캐릭터"라며 "풍자라는 게 현실적 인물을 빗대어 표현하기도 하지만 상황적 풍자도 있다. 물론 상황적 풍자는 가져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입장과 상황 속에서 한경재 대통령은 어떤 사람일까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한경재 대통령은 정치적 입장이 거세된 절대적인 평화에 대한 의지만을 부각한 인물로 해석했다"고 말했다.

한편, '강철비2: 정상회담'은 '변호인'(2013), '강철비'(2017)를 연출한 양우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정우성, 곽도원, 유연석,앵거스 맥페이든, 신정근, 류수영, 염정아, 김용림 등이 출연한다. 오는 29일 개봉.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hcosun.com, 사진 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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