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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닷컴 김수현기자] 양치승이 과거 고마웠던 은인과 재회했다.
양치승은 '강철민' 이름에 대해 "그 당시 남자 배우들이 강한 캐릭터가 인기가 많았다. 강하니까 '강'을 넣고, 나무와 철 중에 뭐가 강하냐. '철'을 넣었다. 그리고 로맨스를 노린 '민'으로 가명을 쓴 거다"라고 설명했다.
양치승은 "과거 연기학원을 다닐 때 경제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그런데 그때 저를 많이 도와줬던 형이 있다. 배우의 캐스팅을 돕는 디렉터 박태길 형이다. 항상 응원해주고 처음 출연한 상업 영화도 형이 도와줬다. 처음으로 제 이름을 엔딩 스크롤에 올리게 해준 형이다"라고 말했다.
1995년에 방송된 드라마 '갈채'에 나왔다는 양치승은 아무리 봐도 찾기 어려웠다. 양치승은 "내가 어딨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라면서 이내 자신을 찾아냈다. 출연 시간은 단 4초 가량이었다.
또 다른 드라마 '불꽃', '총잡이' 등에서도 짧은 시간 대사 없이 눈만 뜨다 퇴장했다. 김원희는 "형이 꽂아줘서 분량이 엄청났겠다"고 감탄했고, 양치승은 "2분 출연한 것도 태길이 형 덕인 거다"라고 회상했다.
양치승은 "우연한 계기로 방송을 시작했지만 꿈 같은 거다. 왜냐면 제 나이 마흔 중만에 방송활동을 하고 있지 않나. 이게 다 형님 때문에 이렇게 된 게 아닌가 싶다"라며 "형과 헤어진 지는 20년 정도 됐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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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제가 사실 행복한 가정사를 가지고 있지 않다. 저희 아버님이 남달랐다. 예전 분들 있지 않냐. 집에와서 상 엎고 어머니 힘들게 했다. 손도 올리셨다. 전형적인 분이었다. 새벽 3시까지 술을 드시고 오면 저희가 잠을 못잤다"라고 아픈 기억을 떠올렸다.
양치승은 "하지만 이웃들에게 평판이 좋았던 아버지를 보며 이해가 안갔다. 원래는 철도청 공무원이셨다. 그런데 월급을 가져다 주시질 않았다. 생계를 전혀 책임지지 않았다. 단칸방에 살았는데 설움이 많았다. 정문이 있고 쪽문이 있는데 셋방 사는 사람은 정문으로 다니지 말라고 다니라고 문을 잠갔다. 한 번은 겨울에 문을 잠궈놔서 못들어갔다. 누나가 화가 나서 대문을 발로 찼는데 주인 집에서 나와서 누나 뺨을 때렸다"고 털어놓았다.
또 "그걸 보고 어머니가 화가 나셔서 빚을 내서 집을 사셨다. 가격은 기억나지 않지만 방이 3개 있는 집이었다. 작은 마당을 가진 빨간 기와집이었다. 거기서는 대문을 맘대로 열수 있다는 게 정말 좋았다"고 힘들었던 과거사를 전했다.
세 사람은 양치승의 과거 집을 찾아갔다. 빨간 벽돌로 만들어진 옛날 집. 쪽문을 들어서자 보이는 건 푸세식 야외 화장실과 수돗가가 있었다.
양치승은 "예전에 친구랑 생일이 같았는데 친구 생일만 축하해주고 제 생일인 건 말을 못했다. 제 생일이라고 하면 친구들이 집에 놀러 올까봐 그랬다. 생일 잔치를 할 형편이 안됐다. 집에 와서 수돗물로 씻고 배도 채웠다"라고 고백했다.
양치승은 "저는 서울에서 첫 집인데 그런 경험을 했다.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 할 수 있지만 사실 좀 씁쓸하다"라고 한탄했다.
'특별한 날'에 대한 질문에 양치승은 "친구들 부모님들은 오셨지만 저는 안왔다"라며 "끼니는 볶음김치를 해주신다. 그걸로 3~4일 먹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가 철도청 공무원이다보니까 중국집 쿠폰을 한 번씩 받아 오셔서 주셨다. 그걸 한 번씩 먹으면 정말 맛있고 좋았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김원희가 "그래도 엇나가지 않고 잘 자랐다"라고 칭찬하자 양치승은 "엇나갈 수가 없는게, 엇나가면 아버지가 어머니를 힘들게 할까봐 어머니가 고생하는 걸 더이상 보고 싶지 않았따. 어머니가 너무 힘들게 사시다 보니까 어머님을 잘 사실 수 있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뿌리깊게 박혀있다"라고 어른스러운 면모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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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빚을 지더라도 집을 사야겠다 싶었다. 빚을 갚기 위해 세탁 공장에서 일을 했다. 7시 30분에 집을 나갔다. 2년, 3년 다닌 사람들도 보조로 일을 하는데 나는 세정반에 올려줬다. 일을 잘한다고. 약 20시간 정도 일을 했다. 집에 오면 새벽 2시 반이었다"라며 "그때는 집에 초인종이 없어서 나와서 문을 열어줘야 했다. 애들은 자니까 남편이 문을 열어줘야 하는데 성질을 있는대로 다 냈다. '누가 돈 벌어오라고 했어. 안 굶어 죽일 건데'라고 했다"라고 힘들었던 과거를 되새겼다.
어머니는 "그렇게 살아도 집을 사서 살 때는 떠나고 싶고 가고 싶은 생각은 안해봤다. 남편이 괴롭혀도 나는 돈 벌어서 빚 갚고 떳떳하게 살아야 하니까"라며 "얘가 나를 똑같이 닮았다"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현주엽은 "먹성이 비슷하다는데 저는 급격 다르다. 여기는 막 많이 먹는 거고 저는 골라서 많이 먹는 거다"라며 양치승을 견제했다. 양치승은 짜장면이 나오자마자 곧바로 흡입하며 21초 만에 한 그릇을 먹어치웠다. 그는 탕수육으로 짜장을 긁어먹는 마무리까지 완벽했다. 김원희는 "내가 뭘 본 거냐"라며 놀라워했다. 양치승은 가위로 짜장면을 잘라먹는 현주엽을 보며 "난 저런게 보면 얌생이 같다"라고 흘겨봤다.
'현실 앞에서 좌절할 때마다 태길이 형에게 위로 받은 거냐'라는 말에 "그런 때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배역을 소개시켜줬다. 군대 첫 휴가 때 여자친구에게 차였다. 태길이 형에게 연락했더니 소주 한 잔을 사주며 위로해줬다. 연기자의 꿈을 포기하고 생활 전선에 뛰어든 제게 형이 많은 조언과 도움을 줬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1994년 양치승이 다녔던 영기학원을 찾은 제작진은 건물 내 오래돼 보이는 식당을 방문했다. 식당 사장님은 연기학원에 대한 질문에 "안다. 이사갔다. 10여 년 전쯤에 이사간 걸로 안다"라며 "양치승씨, 현주엽씨 와주셨음 좋겠다"라고 솔직한 홍보도 잊지 않았다.
'TV는 사랑을 싣고'는 박태길 씨를 계속해서 추적했고 결국 찾아냈다. 양치승 씨는 "치승이 기억난다. 열심히 하니까 빛을 보는 구나 했다. 자기 꿈이 있는데 마음이 편하고 좋았다"면서도 만나보자는 말에 "난 치승이한테 별로 해준 것도 없다. 제가 나가는 건 좀 그렇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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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놓아 형을 부른 양치승에게 박태길 씨가 화답했다. 두 사람은 서로를 꼭 껴안으며 재회했다. 양치승은 반가운 마음을 드러내며 "그대로다"라며 "근데 좀 늙었다"고 농담했다. MC들도 박태길 씨를 찾았다. 양치승은 "제가 이렇게 사람을 오랜만에 만나고 반가워할 수 있을까 했는데 형을 만니까 그렇다"고 말했다. 박태길 씨는 "원하던 꿈을 드디어 이루는 구나"라며 양치승을 칭찬했다.
박태길 씨는 "지금은 의류 디자인 사업체 운영하면서 평범하게 살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 캐스팅 디렉터와 학원생은 원래 얼굴 보기도 힘들다. 그런데 옥상에서 치승이가 열심히 연습하는 걸 보고 인상 깊었었다"라며 두 사람이 친해진 계기에 대해 밝혔다.
네 사람은 양치승 박태길을 위한 포장마차로 갔다. 과거 포장마차를 운영했었던 양치승은 두 팔을 걷어붙이고 요리를 시작했다. 양치승은 "걱정하지 마라. 제가 다 해드리겠다"라며 능숙한 손놀림으로 요리를 이어나갔다.
양치승은 보기만 해도 먹음직 스러운 요리를 내놓았다. 박태길 씨는 감격한 얼굴로 양치승이 만든 두루치기를 맛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자칭 미식가' 현주엽도 김원희도 양치승의 요리를 맛있게 먹었다.
박태길 씨는 양치승을 위해 특별히 제작한 옷과 그의 출연작 영화 '총잡이' 비디오 테이프를 선물하며 훈훈한 마무리를 했다.
shy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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