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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채널A '아이콘택트'에 판소리 인생 40년을 살아온 명창 박정아와 그의 애제자인 9살 김태연이 출연, 핏줄이 이어진 사이보다도 끈끈한 사제 간의 사랑으로 모두의 마음을 울렸다.
그는 제자 김태연에 대해 "흥보가 한 바탕 배우는 데 보통 5~10년이 걸리는데 태연이는 3년 만에 거의 끝나간다. 너무 잘해서 놀랄 때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제자에게 이날 '마지막 수업'을 해 주기로 한 것은 유방암 4기에 접어든 몸 상태 때문이었다. 박 명창은 "끝까지 가르치고 싶었는데, 시간이 얼마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눈물을 훔쳤다.
또 "제자들이 떠날 때, 암 선고 받을 때보다 더 힘들었다"며 "근데 우리 태연이가 '다 떠나도 저는 안 떠난다'고 저를 위로했는데, 이제는 태연이가 더 잘 될 수 있도록 보내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 수업'을 위한 눈맞춤이란 것을 모르는 김태연은 "선생님은 강하고 무서운 분이니까 암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천진난만하게 말했다.
행복했던 기억을 되짚던 박 명창은 "너희들 아끼는 마음에 많이 혼냈는데 이해해 줘"라고 그 동안 엄했던 이유를 설명했고, 김태연은 "선생님은 우리 잘 되라고 혼내셨던 것"이라고 답해 9살 아이답지 않은 성숙함을 보였다. 박 명창은 그런 김태연에게 "제자들이 떠날 때 엄청 힘들었는데, 태연이가 다 떠나도 안 떠날 거라고 해서 힘이 많이 됐어"라고도 고백했다.
이어 박 명창은 "어쩌면 선생님이 네 곁에 오래 없을지도 몰라. 다른 데서 더 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 돼"라며 '흥보가' 중 박 타는 대목을 마지막 수업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선생님은 이 대목에서 가장 기분이 좋더라고. 은금보화가 많이 나오잖아. 선생님 은금보화는 우리 태연이야"라고 진심을 전했고, 김태연은 흐느끼기 시작했다. 이후 두 사람은 감정을 추스르고 판소리 열창을 시작했다.
소리가 끝나자 박 명창은 "이제 정말 어디 내놔도 쓰겠다"며 "태연이 칭찬 처음 듣지? 이럴 줄 알았으면 맨날 칭찬해 줄 걸 그랬어"라고 아쉬워했다. 그리고 "선생님이 이제 보내주고 싶어. 우리나라 음악을 지키는 명창이 꼭 됐으면 좋겠다"며 선택의 문 앞에 섰다. 하지만 김태연은 "선생님, 전 싫어요"라며 돌아서서 나갔고, 박 명창은 "고맙고 미안하다"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눈맞춤을 마친 김태연은 "선생님 눈빛이 평소와 달랐어요. 이상했어요"라며 "가족 외의 사람 중 여전히 선생님이 1등이에요"라며 떠나지 않을 것을 다짐했다. 이상민은 "태연이가 이제 스스로 선생님께 더 잘해야 한다는 걸 느낀 것"이라며 고개를 끄덕였고, 강호동과 하하는 "정말 한 편의 영화와도 같은 스승과 제자의 눈맞춤이었다"며 박 명창의 쾌유를 빌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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