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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꽃길을 마다하고 기꺼이 가시밭길에 뛰어들었다. 느리지만 천천히, 또 묵묵히 꾸준하게 걸어가는 중이다. 지금은 그저 이름 없는 무명 배우지만 언젠가 타이틀 맨 처음 이름 석 자를 새길 그날을 꿈꾸며 오늘도 쉬지 않고 걷는 배우 정도원(41)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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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원은 "어렵게 재수해서 경희대학교 공대에 입학했는데 흥미가 없었다. 재수할 때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00, 박찬욱 감독) 봤고 그때 포스터를 보고 갑자기 울컥한 마음에 눈물이 쏟아져 나왔는데 그 기억이 떠올라 연극 동아리에 들어갔다. 물론 고민도 많이 했다. 자퇴서를 내기까지 고민을 많이 했고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에 편입생 준비도 열심히 했다. 그해 편입생은 1명이었는데 그게 나였다. 12시간을 공부해 들어갔고 그렇게 고민하고 노력해 결정한 연기의 꿈은 행복했다. 27살 인생 첫 도약이었다"고 밝혔다.
데뷔 역시 순조로웠던 정도원이다. 그는 "한양대를 졸업한 뒤 동기가 '아저씨' 제작부 막내 스태프로 일하게 됐다. '아저씨' 오디션을 준비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덕분에 오디션 프로필을 넣을 수 있었다. 오디션 현장에서 대사 연기를 하는데 순간 기지를 발휘해 표준어 대사를 사투리로 바꿔서 연기했다. 그런데 그게 신의 한 수 였다. 그 포인트가 어필이 돼 작품에 출연하게 됐고 배우로 정식 데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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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연기를 포기하고 싶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정도원이다. 정도원은 "포기할 생각은 안 들었다. 무명 배우의 삶은 마치 밧줄을 꽉 잡지도, 그렇다고 놓지도 못하는 삶인 것 같다. 그 시간을 버티면 살아남고 못 버티면 살아남지 못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쉽지 않은 고행의 삶을 버티고 버틴 정도원에게도 기회가 왔다. 그의 얼굴을 알린 작품을 찾게 된 것. '밀정'에서 우마에 역을 맡은 정도원은 하시모토(엄태구)에게 불 따귀를 맞는 장면 하나로 강렬한 존재감을 남기는 데 성공했다.
정도원은 "'밀정'은 나에게 정신을 번뜩 들게 해준 작품이 됐다. 또 반대로 내게 쓰라린 작품이 됐다. 내가 그동안 얼마나 이기적인 배우고 이기적인 사람이었는지 느낀 작품이었다. 배우는 내 안의 감정을 표출해 돈을 버는 직업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나를 희생해 관객의 카타르시스를 얻는 직업이라는 걸 배웠다. 마음속의 변화를 준 작품이다"며 "과거에는 나밖에 생각하지 못했던 풋내기 배우였다면 지금은 아니다. 평범하지만 진짜 중요한 태도,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 자세로 임하게 됐다. 역할이 작으면 배우는 변명도 많아진다. '이렇게 작은 역할인데 내가 굳이 열심히 해야 하나?'라는 변명이다. 하지만 그런 변명도 이제 하지 않는다. 작은 역에도 최선을 다하려 한다. 무엇보다 유명해지지 않아도 계속해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무명 배우는 유명해지지 않아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그런 일에 일희일비하지 않기로 했다. 이런 변화를 가진 것만으로도 내게 큰 변화다. '무명이 죽어야 유명이 핀다'라는 말처럼 무명으로 살았던 11년을 뒤로 하고 새롭게 태어난 지금 변화된 마음으로 더 열심히 길을 걸어갈 계획이다"고 다짐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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