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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루프탑'은 오랜 연인과 이별한 하늘(이홍내)이 오랜만의 '썸'으로 설레는 하루하루는 보내고 있는 친구 봉식(정휘)의 옥탑방에 얹혀 살면서 벌어지는 이를 그린 유쾌한 퀴어 로맨스 영화다. 퀴어 로맨스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라 녹록치 않은 현실을 모내고 있는 90년대생 청춘들의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내며 응원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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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동안 새 영화 준비는 계속했는데 캐스팅과 투자에 문제가 있어서 찍지 못하고 있었다. 영화를 계속 찍어야 연출력이 늘텐데 그러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있었다. 제가 가진 여러 정체성 중에 감독이라는 정체성을 스스로가 너무 좋아한다는 사실을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다시 느꼈다. 그래서 영화를 자주 만들어야 겠다고 느꼈다. 앞으로 독립영화를 계속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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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루프탑'에 짧은 출연에도 남다른 존재감을 보여줬던 '우정출연' 배우 이정은에 대한 애정과 고마움도 드러냈다. 이정은과는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 선후배로 만나 벌써 30년간의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는 김조광수 감독은 "제가 92년도에 졸업작품으로 연극 연기를 한 적이 있다. 교수님이 꼭 연기를 하라고 해서 연기를 했는데, 그때 연출이 이정은씨였다. 이번에는 제가 연출을 하고 이정은씨가 연기를 하게 된 거다. 92년도에 발연기하는 저를 데리고 연출을 하느라 정은씨가 고생을 많이 했다"며 웃었다.
그리고는 "그리고 제가 제작했던 '와니와 준하'(2001)라는 영화에 이정은 배우가 출연한 적이 있는데 그게 정은 배우의 첫 영화 데뷔작이었다. 이후에도 저는 늘 제가 연출한 영화에 이정은 배우를 출연시키고 싶었다. 그런데 제가 늘 독립영화를 연출하고 아무래도 개런티를 많이 드릴 수 없는 상화이니 출연해 달라고 말하는게 미안했다. 그런데 이번 영화 순자 역은 이정은 배우가 아니면 누가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결국 부탁했는데 너무 흔쾌하게 출연 결정을 해줬다. 그리고 독립영화니까 노개런티로 출연하겠다고 해줬다"고 말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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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충무로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대부분의 퀴어 영화는 어둡고 우울하거나 비극적 결말의 작품이 많은데 반해, 늘 밝고 사랑스러운 퀴어 영화를 제작해온 김조광수 감독. 그는 "편견을 깨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였냐"는 질문에 "제가 워낙에 어릴때부터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했다. 보통 자기가 좋아하는 영화를 만들게 되는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
그리고는 "제 영화를 한국의 관객들도 좋아해주시지만, 외국의 영화제나 외국에 판매가 되서 개봉이되면 외국 관객분들이 무척 좋아해주신다. 외국 관객분들이 '대한민국은 퀴어에 대해 차별이 심하고 성소수자들이 살기 어려운 나라인 줄만 생각했는데 당신 영화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더라'라는 반응을 많이 보인다. 물론 대한민국은 여전히 퀴어에 대한 차별이 심하고 퀴어가 살기 쉽지 않은 나라다. 하지만 퀴어들이 일년 내내 울고 있진 않을거 아니냐. 밝고 명랑한 성소수자가 있는 것도 현실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제 영화는 밝은 면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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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사실 저는 홍래 정휘 배우에게 '스테레오타입의 게이'로 연기하라고 하지 않았다. 다만, 이성애자라면 갖지 않아도 되는 고민, 게이이기에 가져야 하는 고민을 보여줘야 할 때의 그 고민을 표현하는 방법 등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다. 예를 들어 연인의 가족의 보게 될까봐 연인의 휴대폰에서 자신의 다 지우는 장면, 그 때의 마음에 대해서 이야기를 깊게 했던 기억이 난다"라며 "하지만 이성애자적 특성 혹은 동성애자의 특성을 나눠서 생각하고 연기하라고 하기 보다는 그냥 그 배우의 매력을 끌어내려고 했다. 굳이 동성애 연기에 대해 '넌 동성애자라고 생각해!'라는 식의 디렉팅은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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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최근 많은 문화 컨텐츠에 퀴어 소재가 자연스럽고 다양하게 쓰이고 있는 것에 대해 "과거에는 상업·주류 영화에서는 퀴어가 희화화 되는 방식으로 쓰이거나 반전의 포인트로 쓰이는 식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퀴어 소재를 사용하는 방식이 많이 달라지고 다양해졌고, 오히려 뮤지컬에서는 퀴어 소재가 메인이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초 SBS에서 특집으로 방영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에 남성간의 키스신 장면이 삭제된 것에 대해 언급하며 "하지만 공중파에서는 아직도 퀴어 콘텐츠를 지레 겁먹고 있다고 생각한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키스신을 삭제한 것에 대해서도 감독에게 미리 '삭제 해도 되냐'고 물어봤으면 과연 감독이 승락했을까? 절대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이성애 키스는 보여주면서 동성애 키스는 보여주면 안된다는 건 명백히 차별이고 그냥 지레 겁 먹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특히 '보헤미안 랩소디'는 거의 천만명이 본 초히트 영화 아닌가. 그런데 TV 방영할 때는 그런식으로 키스신을 삭제해 버리는 건 정말 아닌 것 같다"고 소신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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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여전히 성소수자를 다룬 영화는 많지 않기 때문에 저라도 좀 꾸준히 만들어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는 좀더 다양한 성소수자 영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음 영화도 로맨스이긴 한데 이후에는 퀴어를 소재로 한 애션 등 장르영화나 호러 영화도 만들어보고 싶다"고 소망을 전했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 제공=㈜엣나인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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