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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긴 기다림의 시간도 아깝지 않았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마지막 제임스 본드. '007 노 타임 투 다이'가 관객들의 심장을 제대로 저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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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제임스 본드 캐스팅 발표 당시 앞선 제임스 본드를 연기했던 배우들과 전혀 다른 이미지로 인해 팬들로부터 '미스캐스팅'이라는 원성을 들었던 다니엘 크레이그. 하지만 그의 첫번째 '007'인 '007 카지노 로얄'(2006)이 개봉되자 그에겐 찬사가 쏟아졌고, '007' 시리즈 최대 흥행작이자 최고작으로 꼽히는 '007 스카이폴'(2012)을 포함해 다섯편의 시리즈를 거치며 '역대 최고의 제임스 본드'로 우뚝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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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노 타임 투 다이'는 다니엘 크레이그의 마지막 영화이니 만큼, 그동안 그가 보여줬던 제임스 본드 특유의 쿨하고 매끈한 매력 뿐만 아니라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애틋하고 싶은 감정적인 모습까지 모두 담고 있어 더욱 의미가 크다. '007 스펙터'에서부터 연인으로 발전한 마들렌 스완(레아 세이두)와 절절한 로맨스가 가장 눈길을 끄는데, 그녀에게 배신을 당했다는 오해를 한 후 느끼는 배신감, 이후 그녀와 재회 후의 감정적 흔들림, 그녀를 향한 변함없는 사랑 등의 모든 사랑의 과정을 세심하게 표현했다. 그녀를 위해 적에게 가장 낮은 자세로 무릎까지 꿇고 애원하는 모습은 관객에게 새로운 감정적 울림을 준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역시 제임스 본드 식의 부성애다. 제임스 본드는 오해로 인해 5년간 소식을 끊고 살아왔던 마들렌 스완에게 자신을 닮은 딸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이후 마들렌과 그녀와 자신의 딸 마틸드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되는데, 이 과정을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몰아붙이거나 억지스러운 신파를 끼워넣지 않고, '제임스 본드 다운' 묵묵하지만 희생적인 행동으로 완벽하게 표현했다.
감정의 결이 더욱 깊어졌지만, 질척이지 않는다는게 이 영화가 다니엘 크레이그의 마지막 제임스 본드 영화로서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이다. 마지막이라는 이유로 감정에 함몰되는 것이 아닌 최후를 꼿꼿하게 받아들이는 제임스 본드. 최후의 이별까지도 '제임스 본드' 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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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007' 시리즈를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인 화려한 볼거리. 이 역시 '007 노 타임 투 다이'는 빠짐없이 모두 충족했다. 초반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광의 이탈리아부터, 자메이카, 런던, 노르웨이, 패로 제도 등 수많은 나라를 종횡무진 오가며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런 나라의 아름다운 경이로운 자연, 혹은 도심에서 펼쳐지는 대규모의 액션은 단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제임스 본드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첨단 장비를 보는 것도 큰 재미다. 전방 라이트에 첨단 기관총을 달고 제자리에서 360도 회전하며 총알을 난사하는 장면부터 비행부터 잠수까지 가능한 최첨단 제트기까지, 극중 첨단 장비의 스케일은 역대 최고다.
'007' 시리즈하면 떠오르는 음악도 영화를 풍성하게 채운다. 최고의 영화 음악가 한스 짐머가 참여한 음악은 장면 장면마다 다른 스타일로 변주되며 영화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특히 그래미 상을 다섯 차례나 수상한 빌리 아일리시가 부른 주제가와 함께 펼쳐지는 경이로운 오프닝 시퀀스 또한 감탄을 자아낸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사진 제공=유니버셜 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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