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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회 BIFF]"연출작 102편, 압박감 속에 살았다"…'거장' 임권택, 한국영화에 바친 인생(종합)

이승미 기자

기사입력 2021-10-06 21:50 | 최종수정 2021-10-07 16:16


[부산=스포츠조선 이승미 기자]"연출작만 102편, 영화가 좋아 영화를 쫓아 살아온 인생입니다."

6일 오후 부산광역시 사상구 동서대학교 소극장에서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BIFF)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자인 임권택(86) 감독의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은 매해 아시아영화 산업과 문화 발전에 있어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보인 아시아영화인 또는 단체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부산국제영화제는 한국영화계의 '리빙 레전드' 임권택 감독에게 이 의미있는 상을 수여하기로 했다.

임 감독은 1962년 데뷔작 '두만강아 잘 있거라'를 시작으로 102번째 영화 '화장'(2014)에 이르기까지 60여 년간 쉬지 않고 영화를 만들며 한국영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한 한국의 거장 감독이다. 지난 2002년 대한민국 금관문화훈장을 받았고, 2002년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2005년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명예황금곰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 영화사에 이름을 뚜렷이 새기며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았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임 감독의 수상을 기념하여 영화제 기간인 16일부터 15일까지 매일 오후 12시부터 오후 7시까지 동서대학교 임권택영화박물관을 특별 연장 개관한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세계를 가까이서 체험할 수 있는 문화예술공간으로 임권택 감독이 기증한 소장자료들로 구성된 상설 전시실과 그가 부산 영화사에 남긴 활약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획 전시실을 운영한다.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이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열렸다. 임권택 감독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부산=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1.10.06/
임권택 감독은 "이제는 영화 인생이 끝났다는 생각을 할 나이가 됐다. 큰 장례가 있는 감독이 아니다. 그치만 받으면 늘 좋은 것이 상이다. 영화를 새로 만들고 출품해서 상을 받을 받을 수는 없는 인생이다. 상이란게 받는 사람들에게 격려와 위안이 되는 효과가 있는 것인데, 저는 이제 끝난 인생에서 공로상 비슷하게 받는 것 같아서 좋기도 하지만, 생이 남은 분들에게 가야 되는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며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 소감을 먼저 전하며 간담회를 시작했다.

"나의 영화 인생은 이제 끝났다"고 말하는 노년의 거장 임권택. 하지만 영화팬들은 여전히 그의 신작을 기다리고 있다. 이에 임 감독은 "차기작 계획은 없다. 평생 영화를 찍기로 하고 직업으로 살다가 이렇게 쉬고 있으니까 더 영화를 찍고 싶은 유혹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간절해도 제 스스로 멀어지는 나이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저는 100여편의 영화를 찍은 감독이기 때문에 어지간히 생각 나는 영화는 모두 찍어왔다"라며 "다만 못찍었던 영화는 우리 무속을 소재로한 영화다. 우리 한국 사람들의 종교적 심성과 무속이 주는 것들을 영화로 찍어봤으면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럴 기회도 없고 그럴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사양하고 더 잘해야 하는 사람에게 넘겨야 하는 단계에 와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된 한국영화계를 돌아보며 임 감독도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사람들이 극장으로 몰려가 영화로부터 위안을 받거나 재미를 받는 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마음인 것 같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우리가 살면서 좋아하고 재미있어하는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괴상한 시대가 온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하지만 지금은 관객들이 극장으로 찾아와서 봐주는 시대다.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많이 장애가 되고 있긴 하지만, 극장을 가고 싶어하는 심성은 누구나 가지고 있기 때문에 좋은 영화만 생산이 되면 언제나 호황을 맞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희망찬 미래를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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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충무로의 살아있는 전설로서 그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큰 각광을 받고 있는 한국영화에 대해 자부심을 드러냈다. "몇해 전까지만 해도 한국영화를 보면서, 내가 그 일에 종사하면서도 짜증자는 헛점이 있었다. 하지만 근자에는 그런 헛점 없이 정말 완성도가 높은 영화가 나오고 있는 것 같다. 근자에는 우리영화가 얼마나 완성도 높게 제작됐는지 관심을 놓고 보고 있다. 그런 쪽 신경도 많이 쓰인다. 우리 영화도 이제 세계적 수준에서 결코 뒤쳐지지 않는 시대인 것 같다"고 전했다.


특히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보고 봉 감독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훌륭한 작품에 대해 높은 칭찬을 하기도 했다는 임 감독. 그는 "'기생충'은 정말 너무 좋았다"라며 "늘 우리 한국영화는, 내 영화를 포함해서 항상 불완전한 완성도를 보였던 것 같다. 근자에 와서는 봉준호 감독 같은 연출자들의 영화들이 상당히 완성도가 높은 것 같다"고 힘줘 말했다.

한국영화 최초로 칸 영화제 초청된 '춘향전'부터 칸 감독상 수상작인 '취화선'까지, 해외 영화제에서 한국영화의 위상을 드높여온 임권택 감독은 지난 영화 인생을 되돌아보며 후회되고 힘들었던 순간에 대해서도 말했다. "(대중과 언론 등) 제가 큰 영화제에서 상을 타오기를 바라는 기대심리와 압박이 컸다. 그 압력이 내 영화 인생을 너무 쫓기며 살게끔 만들었던 것 같다. 영화를 즐기면서 찍었어야 하는데 너무 고통 안에서 작업을 했던 것 같다"라며 "그러면서 "저에게 잔뜩 기대를 보내는 사람들이 많은데도 내 능력으로는 일궈내지 못하는 열패감도 있었다. 그러다가 해외 영화제에서 상을 받고 체면이 좀 서게 됐는데 영화제가 나를 옥죄고 좀 그랬던 것 같다. 영화 인생을 훨훨 살았으면 작품도 더 살아났을텐데 늘 옹졸한 틀 속에 있었던 것 같다"고 솔직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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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권택 감독은 영화인생에서 가장 중요했던 동반자를 묻자 "제가 한번도 칭찬을 안해서 꾸중을 많이 듣고 사는 우리 집사람. 오늘 이 자리에서 정말 칭찬하고 싶다"고 답했다. 그리고는 "아내에게 정말 신세 많이 졌다. 수입도 없어서 넉넉한 살림도 아닌데 잘 지켜줘서 지금까지 영화감독으로 살게 해준 아내에게 감사하다"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임 감독은 "자신의 영화 인생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이라는 질문에 "내가 영화를 100편이 넘게 만든 사람이다. 그래서 한 마디로 말하는게 힘들다. 하지만 굳이 말해야 한다면 '영화가 좋아 영화를 쫓으며 산 인생'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전했다.

한편,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6일 개막해 열흘간의 축제를 마친 후 15일 폐막한다. 70개국에서 출품한 223편의 작품(장편·단편)이 6개 극장 29개 스크린에서 상영된다.

이승미 기자 smlee0326@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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