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은 어디로?'
넥슨의 지배구조는 복잡하지 않다. 지주사 NXC를 정점으로, 넥슨재팬과 넥슨코리아, 넥슨지티, 네오플 등 게임 개발과 서비스를 전담하는 회사군과 NXMH, 코빗, 비트스탬프, 스토케 등 암호화폐와 유아 용품 전문 회사 등으로 짜여진 나머지 사업군으로 크게 두 갈래로 나눠진다. 김 이사가 보유한 67.49%의 지분에 부인이자 창업 동업자인 유정현 NXC 감사가 29.43%, 두 딸이 1.36% 여기에 사실상 가족회사인 와이즈키즈의 1.72%까지 더해 NXC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NXC가 비상장 회사이기에 시장 가치를 정확히 측정하기는 힘들지만, 가장 큰 포션을 차지하는 넥슨재팬의 시가총액이 4일 현재 2조4036억엔(약 25조 3708억원)이고 NXC가 이 가운데 47.4%를 보유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김 이사의 넥슨재팬 지분 가치는 대략 8조1160억원 정도라 할 수 있다. 미 경제지 포브스는 지난해 5월 김 이사의 자산 규모를 109억달러(약 13조2700억원)로 평가했는데, 이는 넥슨재팬을 비롯한 다양한 자회사의 가치를 합한 수치다.
이미 예전부터 IP를 확보하기 위한 글로벌 인수합병 쟁탈전은 치열했는데, 올해 초 MS(마이크로소프트)가 글로벌 게임사 액티비전블리자드를 82조원에 그리고 소니가 '헤일로' 시리즈를 개발한 번지를 약 4조3000억원에 각각 인수하는 등 그 액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정도로 더욱 격화되고 있다. 당장은 MS와 소니가 각각 X박스와 PS(플레이스테이션) 등 자사가 보유한 콘솔 플랫폼의 구독 서비스 확장을 위한 킬러 콘텐츠 확보 차원일 수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메타버스 플랫폼의 주도권 확보를 위한 행보라는 것을 감안하면 매년 3조원 가까운 꾸준한 매출을 내고 있는 넥슨 컴퍼니의 다양한 IP의 매력과 가치가 3년 전보다 더욱 커진 것도 이를 뒷받침 한다.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하지만 정작 크게 달라질 것이 없을 것이란 관측도 힘을 받고 있다. NXC가 비상장사이기에, 상속세를 지분으로 대신 납부하는 이른바 '물납'이 가능하다는 것이 그 이유라 할 수 있다. NXC 지분의 40% 조금 넘게 공개 매각되더라도, 나머지 60%에 가까운 지분을 여전히 유가족들이 보유할 수 있기에 지분에 변화가 있을 뿐 기업의 지배 구조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란 시나리오가 바로 그 것이다. 게다가 김 이사는 생전에 경영권을 두 딸에게 넘겨줄 일은 없을 것이라 공언했지만, 상속까지 포기한다는 얘기는 없었기에 '소유와 경영'이 철저히 분리된 상태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또 부인이기에 앞서 창업 동료라 할 수 있는 유정현 감사가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유 감사는 넥슨 창업부터 시작해 내부 구조를 김 이사만큼 속속들이 잘 알고 있지만, 김 이사보다 더 외부 활동을 하지 않아 내부에서도 초기 멤버를 제외하곤 거의 아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내부 평가는 상당히 좋은 편이다. 넥슨 초기 멤버였던 한 관계자는 "10여년 전 넥슨의 사회공헌 프로그램 등을 실시할 때, 유 감사가 소품 하나하나 직접 시장에서 구매하며 꼼꼼하게 준비할 정도로 소탈한 모습을 본 적이 있다"며 "일이 끝난 후 쇼핑도 직접 하고, 아이들 교육도 직접 시키고 회사 구성원들도 잘 챙기는 등 기업 대표의 부인으로서 지위를 누리기보다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워킹맘' 같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당장 경영주로 나서도 큰 무리가 없다는 뜻이다. 여기에 NXC는 이재교 대표, 넥슨재팬은 오언 마호니 대표, 넥슨코리아는 이정헌 대표 등 주요 포스트를 전문 경영인 체제로 운영하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게다가 유 감사와 이재교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함께 한 사실상 가족과 같은 사이다. 지난해 7월 김 이사가 NXC의 수장 자리를 가장 믿고 맡길 수 있는 이 대표에게 선뜻 내준 이유다. 향후에도 사주(社主)와 전문 경영인으로서 호흡을 맞춰나가기엔 최적이다. 다만 유 감사가 게임을 담당하는 넥슨 컴퍼니 그리고 사회공헌사업을 전개하는 넥슨재단 등에 대해선 누구보다 잘 알고 참여도 적극적이었던 반면 김 이사가 미래 먹거리로 삼았던 블록체인, 암호화폐 사업 등에 대해선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따라서 계열사를 분리해 매각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어쨌든 올해 넥슨은 그동안 준비했던 다수의 기대작을 계속 선보이며 '개발력의 넥슨'을 다시 보여주겠다고 나섰다. 코로나19 특수로 2020년 국내 게임사 중 연매출 3조원을 처음으로 찍기도 했지만, 지난해는 신작 부재로 다시 뒷걸음을 한 상황이라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이다.
업계 관계자는 "김 이사의 급작스런 별세로 회사의 향배에 대해 기대보다 불안감을 호소하는 내부 구성원들이 많다고 알고 있다. 또 미래를 쉽사리 예측하기 힘들기에 넥슨 계열사 주가들도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며 "넥슨뿐 아니라 산업계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서라도 어떤 쪽으로든 빨리 방향성을 잡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무료로 보는 오늘의 운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