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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그토록 기다리고 고대하던 배우 김우빈(33)이 다시 돌아왔다. 건강해진 몸과 단단해진 정신, 그리고 깊어진 내면으로 복귀한 김우빈은 여름 극장 관객을 사로잡을 준비를 모두 마쳤다.
무엇보다 최동훈 표 캐릭터 작법을 유려하고 맛깔나게 소화한 '외계+인' 속 김우빈의 화려한 컴백이 눈길을 끈다. 영화 '마스터'(16, 조의석 감독) 이후 6년 만에 '외계+인'으로 복귀하게 된 김우빈. 앞서 김우빈은 '마스터' 이후 차기작으로 2017년 홍콩 영화를 리메이크한 최동훈 감독의 신작 '도청'을 함께하기로 했지만 갑작스러운 비인두암 투병으로 모든 활동을 중단, 휴식기를 가지게 됐다. 최동훈 감독은 김우빈에 대한 신뢰로 '도청' 프로젝트를 중단했고 대신 새 프로젝트인 '외계+인'을 선택하며 김우빈의 복귀를 도왔다. 건강을 회복한 뒤 첫 복귀작으로 '외계+인'에 합류한 김우빈은 냉철한 판단력 아래 임무 수행에 충실하며 살아가는 가드를 단단한 눈빛과 연기로 그려냈다. 와이어를 비롯한 고난도의 특수 액션까지 완벽하게 소화한 그는 전보다 더 깊어진 감성과 재치, 농익은 캐릭터로 '외계+인'의 중심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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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투병으로 인해 중단된 프로젝트 '도청'(최동훈 감독)에 대해서도 "'도청' 이야기는 최동훈 감독과 자주 나눈다. 모두가 아쉬워하는 프로젝트다. 늘 다시 모두가 뭉치기를 원하고 있다. 나 역시 늘 준비가 되어있다고 말하고 있다. 재가동되려면 시기나 이런 상황이 맞아야 하는데 지금은 최동훈 감독이 '외계+인' 2부를 편집 중이라 조금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전했다.
신뢰로 합류하게 된 '외계+인'에 "처음 '외계+인'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어려웠다. 글로 내용을 이해하려다 보니 시간이 좀 걸리기도 했다. 1부, 2부 시나리오를 읽는데 8시간 정도 걸렸다. 처음에는 무슨 내용인지 이해가 안 가기도 했는데 다시 읽어보니 굉장히 많은 생각이 드는 글이더라. 다시 읽었을 때는 쉽고 재미있게 느껴졌다"며 "내 연기를 편하게 잘 못 보는 스타일이라 처음에는 땀을 흘리며 영화를 봤다. 기술 시사를 할 때 스태프들과 같이 봤는데 내 장면이 나오면 땀이 줄줄 흐르더라"고 곱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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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4역에 도전한 소회도 남달랐다. 김우빈은 "가드는 임무를 위해 존재하고 그래서 개인적인 생각보다는 상황에 있어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임무에만 충실히 하는 캐릭터다. 그래서 모든 것을 태연하게 받아들이려고 하고 흥분하지 않으려는 캐릭터인 것 같다. 그런 부분의 마음가짐을 생각하려고 했다. 가드는 시나리오를 봤을 때 외로운 인물인 것 같았다. 다양한 사람을 겪고 다양한 상황을 만났는데 그때마다 자신의 임무만 충실히 하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그의 삶이 외롭게 느껴졌다. 늘 어디에도 휘둘리지 않아야 한다는 임무를 가졌다. 연기할 때도 많은 게 눈에 들어왔지만 최대한 보지 않으려고 하고 내가 어디에 중점을 둬야 할지만 생각하며 촬영에 임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썬더에 대해 "썬더는 밝은 부분과 기운을 느끼려고 했다. 가드와 썬더 둘의 대화, 장면을 찍을 때 보여지는 것보다 그 기운을 느끼려고 했다. 그곳에서부터 차이를 두려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썬더가 더 매력적이었다. 귀여운 느낌이었다. 가드를 너무 잘 알고 있고 가드의 가장 친한 친구이다 보니 그 둘의 관계를 잘 보여주고 싶었다. 눈빛, 말투, 행동을 생각하며 연기하려고 했다. 오히려 가드 연기가 더 어려웠다. 표현 방법이 더 적고 그의 냉철함, 생각을 표현하는 게 어렵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썬더는 여러 캐릭터를 소화해야 해서 어려웠다. 시나리오에는 '다양한 모습의 썬더가 나온다'라는 글이 적혀 있었는데 촬영 중간중간 어떤 캐릭터가 나오면 좋을지 최동훈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다. 4가지의 캐릭터가 전부 다른 모습을 보여 줘야 했다. 3가지의 썬더와 1명의 가드가 등장하는데 분홍색 슈트의 썬더를 우리는 '낭만 썬더'라고 불렀다. 그 친구를 연기할 때 자유로움을 느꼈다.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기운과 모습의 톤을 가지고 있어서 좋았다. 실제 모습은 나도 사람인지라 누굴 만나고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 달라진다. 내 안에 '낭만 썬더'도 있고 '안경 썬더'도 있고 가드도 있다. 편안한 사람들과 있을 때는 기본 썬더의 모습이 가장 비슷하지 않나 싶다. 장난스럽고 편안한 모습이 있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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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날 전신 타이츠를 입고 촬영했는데 그게 처음에는 부끄럽더라. 시간이 필요한가 싶었는데 스스로 그러면 안 될 것 같아 롱패딩을 벗고 스태프들 사이를 다닌 기억이 있다"며 "최동훈 감독도 첫 촬영 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편안하고 시간도 안 걸리는 신을 잡아줬다. 그날 류준열과 김태리가 직접 차를 끌고 대전 세트장까지 응원을 와주기도 했다. 그때는 많이 마주치지 못해 가까운 사이도 아니었고 대화도 많이 나누지 못했는데 첫날이라고 응원해주러 와준 모습이 너무 감사하고 따뜻했다. 그날의 기억이 참 오래 남을 것 같다"고 곱씹었다.
6년 전과 달라진 마음가짐에 대해 "마음가짐이 많이 변했다. 스트레스가 많이 없어졌다. 인제야 비로소 내가 하는 일을 즐기면서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동안 나는 늘 미래에 살았던 것 같다. 나를 채찍질하고 살았는데 지금은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좋다, 그 순간을 오롯하게 느끼려고 노력하고 있다. 요즘은 내가 연기할 수 있는 순간을 집중하려고 하고 내 앞에 사람에 집중하려고 한다. 치료 이후 작품 선택에 영향을 준 대목은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현재를 더 느끼고 즐기려고 하다 보니 그 순간 캐릭터로서 감정이나 내가 바라보는 상황을 전보다 더 집중하게 됐다. 연기하면서 더 도움받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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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에이엠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