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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정우성(49)이 감독 이정재(50)와 함께 황금 날개를 달고 훨훨 날아 올랐다.
이정재와 '태양은 없다'(99, 김성수 감독) 이후 '헌트'로 23년 만에 재회한 정우성은 '헌트'에서 강인하면서도 강직한 성품과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을 지닌 군인 출신 안기부 요원 김정도로 변신했다. 새로 부임해온 안기부 수장인 안 부장(김종수)을 등에 업고 안기부 내에 잠입한 스파이 색출을 위해 박평호(이정재)가 이끄는 해외팀을 본격적으로 조사하는 인물 김정도를 연기한 정우성. 스파이의 존재에 한층 가까이 다가가고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마주하게 되면서 딜레마에 빠지는 깊이 있는 내면 연기를 소화한 정우성은 '헌트'의 긴장감과 밀도를 한껏 끌어올리며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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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23년이 걸렸다. 그 시간 동안 숙성을 잘한 것 같다. 잘 기다린 것 같다. 앞서 오래전부터 같이 하려고 노력했고 영화계 제안도 많았다. 시나리오의 완성도를 따졌을 때 그렇게 서로의 마음에 든 작품이 없어서 오래 걸린 부분도 있다. 그러다 '헌트'로 만나게 됐다. 오랜 기간 동안 각자 배우로서 커리어도 쌓았다. 영화 현장과 이해도, 표현도 서로 많이 생겼다. '헌트'에서 연기할 때 시간이 선물해준 경험의 노하우가 녹아들었다"며 "이정재는 내게 정말 좋은, 평생 벗이다. 서로가 의도하지 않고 의식하지 않아도 긍정적 자극을 주고받은 것 같다. 나도 이정재의 작품과 연기를 보면서 '저런 시도를 했네?'라며 놀라고 이정재도 마찬가지다. 그런 것들을 서로 주고받으면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애정을 눌러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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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정우성은 최근 이정재와 함께 감독으로서 나란히 제47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 초청돼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정우성의 첫 연출 데뷔작인 '보호자'가 오는 9월 열리는 토론토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으로 공식 초청을 받은 것. 정우성과 이정재는 감독으로 각각 '보호자' '헌트'를 들고 본격 북미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정우성은 "토론토영화제가 타이밍이 절묘했다. 이정재와 함께 갈 수 있는 소식을 전할 수 있어 모두 좋아했다. '보호자'를 공개할 때는 '헌트'는 잊어버리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물론 '헌트'와 '보호자'를 비교하는 것도 있다. 영화를 만드는 입장으로 다른 버짓이고 다른 스케일의 영화다. '보호자'는 내가 감독으로서 어떤 연출을 해야 할지에 대한 자신감을 충분히 담았다. 연기와는 다른 도전이다. 이정재와 감독이라는 도전은 같지만 전부 다르다. 현장도 다르고 스토리도 다르다"고 덧붙였다.
또한 정우성은 이후 앞으로 배우 이정재의 캐스팅에 대해 "과거 이정재와의 한 만원짜리 개런티 계약서가 아직 유효하다. 그는 지금 월드 스타이기 때문에 내가 더 유리한 입장에서 감독으로 캐스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더불어 '헌트'를 통해 얻은 연기 호평도 모두 이정재 감독의 공으로 돌렸다. 정우성은 "아무래도 이정재 감독이 내게 '애정 필터'를 끼워준 것 같다. 이정재 감독은 정우성을 가장 멋있게 찍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배우 입장에서, 또 같이 영화를 만드는 동료 입장에서는 멋짐을 치우고 얼마나 김정도스러운지에 집중하려고 했다. 김정도와 박평호는 서로가 맞섰을 때 형성되는 기류가 서로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캐릭터다. 그 두 캐릭터 안에서 만들어지는 팽팽한 긴장감을 충실하게 만들어 내는 부분에 신경을 썼다. 그 부분에 잘 살아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고백했다.
액션 신에 대해서는 "이정재와 부딪치는 액션 신이 있는데 정말 체력이 바닥이어서 힘들었다. 보통 액션은 무기를 들었을 때보다 주먹 액션이 체력 소모가 더 크다. 당시 이정재 감독은 연출하면서 살이 많이 빠진 상태고 나는 '보호자' 연출 이후 넷플릭스 '고요의 바다'(박은교 극본, 최항용 연출) 제작을 막 끝낸 상태라 몸을 만들지 못했다. 서로 주먹다짐 액션을 펼쳐야 했는데 체력이 바닥날 정도로 힘들더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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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