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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작은 아씨들'이 치밀한 서사로 쫄깃한 미스터리의 포문을 열었다.
이날 방송은 막내 오인혜의 생일날 풍경으로 막을 열었다. 가난한 형편에도 첫째 오인주와 둘째 오인경은 오직 동생을 위해 유럽행 수학 여행비를 선물했다. 행복은 짧았다. 그날 새벽, 엄마 안희연(박지영)이 돈이 든 봉투를 들고 몰래 떠나버린 것. 다급해진 오인주에게 손을 내민 이는 회사 비밀 친구 진화영(추자현)이었다. 그의 도움으로 다시 돈을 만든 오인주는 들뜬 마음으로 오인혜를 찾았지만, 동생은 선뜻 기뻐하지 않았다. 자신을 위한 언니들의 고생과 노력이 미안했고, 또 버거웠기 때문. 또한 오인혜에게는 비밀이 있었다. 같은 반의 부유한 친구 박효린(전채은)의 집에서 함께 그림을 그려주며, 그의 엄마 원상아(엄지원)에게 돈을 받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이 장면을 눈앞에서 본 오인주는 원상아가 내민 돈봉투를 단호히 거절했다. 오인혜는 자신의 능력을 인정해주지 않고 모든 것을 동정으로 치부하는 언니가 그저 답답할 뿐이었다.
한편, 사회부 기자였던 오인경은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 박재상(엄기준)을 주시하고 있었다. 과거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보배저축은행 사건'의 은행 측 변호사였던 박재상. 오인경은 이 사건을 줄곧 마음에 품고 있었다. 그 길로 박재상 재단 설립 기념식에 찾아간 오인경은 기자회견 도중 보배저축은행 사건을 거론하며 박재상을 자극했다. 이는 오히려 패착이 됐다. 회견이 끝난 뒤, 그와 마주한 오인경은 피해자들의 감정에 녹아들어 눈물을 보였다. 박재상은 기자답지 못한 태도를 지적하는 한편, 그가 음주 상태라는 사실까지 폭로하며 궁지로 몰아넣었다.
최도일은 사라진 700억을 찾기 위해 진화영을 잘 아는 오인주가 필요하다며 도움을 청했다. 오인주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직서를 던지고 나오는 길, 그는 진화영이 다니던 요가원 회원권이 양도되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곳의 라커룸에는 커다란 배낭이 남겨져 있었다. 가방을 본 오인주는 충격에 휩싸였다. 미어터질 듯한 그 가방에 5만 원권 다발이 가득 채워져 있었던 것. 태어나 처음 보는 액수의 돈, 죽은 친구가 남긴 위험한 선물 앞에서 그는 기어코 눈물을 터뜨렸다. 돈 가방을 끌어안은 채 오열하는 오인주의 모습은 앞으로의 전개를 더욱 궁금케 했다.
'작은 아씨들'은 시작부터 차원이 달랐다. 촘촘한 서사에 날카로운 메시지를 숨겨둔 정서경 작가는 '작은 아씨들'을 통해 더욱 그 진가를 발휘했다. 김희원 감독은 거대한 사건에 조금씩 휩쓸려가는 세 자매의 변화를 섬세하게 담아내며 몰입도를 극대화했다. 여기에 류성희 미술감독과 박세준 음악감독 등 내로라하는 제작진이 빚어낸 미장센은 '작은 아씨들'만의 독보적인 분위기를 완성했다.
개성 강한 캐릭터들을 완성한 배우들의 열연에도 호평이 쏟아졌다. 김고은은 철없는 맏언니와 삶의 무게감을 인 어른의 얼굴을 오가는 탁월한 완급 조절로 극의 분위기를 조율했다. 남지현 역시 내면에 자신만의 소용돌이를 감춘 오인경을 섬세하게 표현해내며 색다른 변신을 선보였다. 속 깊은 막내 오인혜의 예민한 심리를 그린 박지후의 활약도 남달랐다. 속내를 알 수 없는 최도일의 면모를 입체적으로 완성한 위하준 역시 그 진가를 발휘했다. 여기에 이제 막 물밑에서의 움직임을 시작하며 긴장감을 더한 엄지원, 엄기준, 김미숙과 등장만으로도 시선을 사로잡은 강훈과 전채은, 거대한 사건의 서막을 열며 몰입도를 더한 추자현, 오정세, 박지영은 더욱 확장될 이야기를 기대케 했다.
진화영으로부터 '친절'의 대가로 거금을 선물 받은 오인주. 음주 기자회견 논란으로 정직을 당하게 된 오인경. 의문의 가족과 얽혀버린 오인혜. 서로에게 말하지 못할 비밀을 가진 세 자매의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됐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전개가 향할 곳은 과연 어디일지 이목이 집중된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