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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닷컴 김수현기자] 이탈리아 나폴리에서의 장사 첫날, 백종원의 기지가 돋보였다.
백종원은 "두근거린다"라며 한 달 전 가게 인테리어 변경을 요청한 것에 기대했다. 외부에 음식 사진을 걸어 가시성을 높이고 테이블 위에는 상판을 덧대기. 벽에 한식 먹는 방법을 부착하기로. 주방은 고치지 않아도 됐다.
나폴리 1호점의 새 이름은 출국 전 정해졌다. 존박의 아이디어로 '한글 이름'을 하기로 했다. 주택가 인점 상권으로 나폴리 사람들을 한식으로 매료시킬 '나폴리 최초의 한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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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료를 위해 마트에 도착한 네 사람은 엄청난 규모에 압도됐다. 무려 축구장 2개가 들어갈 정도의 크기. 파스타의 나라 이탈리아이기에 파스타면 종류만 해도 어마어마했다. 나폴리에서 영업 중인 아시안 음식점은 대부분 중국 일본, 식재료 역시 김치소스지만 일본제였다. 제대로 된 한식 재료는 '김' 뿐이었다.
가장 중요한 메뉴 선정, 백종원은 "여기 사람들은 정찬을 자기 한 상으로 받지 않지 않냐. 코스로 먹으니까. 쟁반 위에 접시별로 올라간다면?"이라며 '한상구성'으로 승부하기 위한 틀을 만들었다.
백종원은 메인디시를 중심으로 그릇마다 들어갈 음식을 브레인스토밍하기로 했다. 장장 3시간 동안의 회의 지옥. 내일 팔 첫 번째 메뉴는 제육볶음으로 결정됐다. 지난 시식회 때 제육피자에서 피자는 혹평이었지만 제육볶음은 호평을 받은 것에서 착안한 것. 백종원은 "전세계 유일한 우리의 식문화가 '쌈 싸먹는 문화'다"라 아이디어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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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소한 한식당 오픈에 주변 이탈리아 어르신들의 관심이 생겼지만 쉽게 들어오지는 않는 상황. 간혹 멈춰서 묻는 현지인들은 있었지만 들어오기까지는 역부족. 밖에 나가본 백종원은 바로 문제점들을 지적하며 솔루션까지 해냈다. 백종원은 "한글이 있어야 한다"며 외부 메뉴판 뒷편에 '백종원 소유진 백용희 백서현 백세은' 가족의 이름도 적었다.
그때 다가오는 첫 남녀 손님, 백종원은 바로 입구쪽으로 안내했다. 긴장되는 첫 손님의 시식평. 낯선 메뉴였지만 손님들은 밥까지 리필해가며 거부감 없이 맛있게 점심을 즐겼다.
하지만 길 하나 건너의 피자집은 백반집과 달리 손님들로 북적거리는 상황. 이장우는 이를 봤지만 차마 백종원에게는 말을 못하고 망설였다. 그러던 백종원은 손님도 없는데 음식을 하더니 "알바생들 앉혀서 먹여라"라 했다. 한식이 낯설 이탈리아 사람들을 위해 신뢰감도 주고 시선도 사로잡겠다는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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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음식은 싹 비운 손님은 막걸리는 거의 먹지 않았고 위스키를 찾으며 "못 먹겠다"며 클레임을 걸었다. 한식과 가장 잘어울리는 막걸리였지만 손님의 입맛에는 맛지 않은 것. 손님은 "사케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이건 말이 안된다"라 했고 존박은 "한국의 전통술이지만 안맞을 수도 있겠다"라며 경청했다.
손님은 "(식당 하려면)와인도 사다 놓아아야 한다"라 조언했다. 존박은 "막걸리는 바로 환불해드리겠다"라 했지만 손님은 거절하며 "와인과 맥주 없이 레스토랑을 한다는 게 이상하다는 거다. 제 생각에는 그렇다"라 전했다. 낮이건 밤이건 상관없이 항상 반즈를 즐기는 이탈리아 사람들은 식당에서 테이블 세팅 시 당연하게 술잔이 세팅될 정도. 존박은 끝까지 "조언해주셔서 감사하다"라며 정중하게 답했다.
shy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