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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닷컴 이우주 기자] '옥문아' 박미옥이 '최초'의 인생 속 아무도 몰랐던 외로움을 고백했다.
드라마나 영화에 자문을 많이 했다는 박미옥은 "제가 모티브가 된 드라마가 많다"며 드라마 '히트'의 고현정, '시그널'의 김혜수,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의 김소진의 역할이 자신을 모티브로 했다고 밝혀 놀라움을 자아냈다.
'시그널' 김은희 작가에게 직접 연락을 받았다는 박미옥은 "김은희 작가가 찾아와서 한 첫 마디가 '당신 가슴에 남은 미제가 뭐냐'였다 신정동 연쇄 살인사건이었다"고 밝혔다.
또 형사의 조력자로 나오는 정보원 장면에 대해서는 "저는 여형사라서 약간 한계가 있었던 거 같다. 도박꾼, 조폭, 수표 장사하시는 분을 만나면 그 분들 눈에 저는 아기"라며 "저는 술을 못했을 때 형사 일을 했는데 어린 여자로 보이기 싫어서 술을 배웠다. '우리 선배한테 말 못한 걸 나한테 말하게 하리라'하는 생각이었다. 저는 정보를 빼내는 게 아니라 가져오게 하는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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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현장들을 보며 생긴 트라우마는 없을까. 박미옥은 "제가 강력형사인 게 참 다행이다. 현장을 보면 거기에 남아있는 게 아니라 빨리 생각해야 하지 않냐. 거기에 머물러 있으면 안 된다. 현장을 보는 거보다 사진이 더 잔인할 때가 있다. 근데 사진에서 범인이 했던 행동을 읽어야 하기 때문에 그 사진을 끊임없이 봐야 한다"고 토로했다.
정년까지 8년이 남은 상황에서 퇴직한 이유에 대해서는 "저는 항상 역할론을 얘기했던 사림이다. 과장이 되고 승진해보니까 중간 관리자가 됐더라. 제가 기다리는 시간이 많이 오고 현장에 남아있지 않는 제가 굳는 느낌이었다. 나머지 얘기를 범인 잡는 얘기만 할 수 없겠다 싶었다"며 "형사가 삶의 도구였으면 또 다른 연장선으로 형사 일을 다르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지금 새로운 직업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은퇴 후 삶에 대해서는 "제주도에서 무료 책방을 열었다. 거기서 저를 만나고 싶으면 저를 만나는데 감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는 사회적 시선을 가지느라 자신에 대해 얘기하지 못했다. 저도 공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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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여자 형사'를 향한 차별은 심각했다 박미옥은 "'여자가' 이런 소리는 기본이었다.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쇼'로 끝날 줄 알았다더라. 그러다 결정적으로 충격을 받은 게 신창원 수사를 갔을 때 6년 정도 됐을 때였다. 특별수사본부에 들어갔는데 '냄비가 왜 왔냐'더라. 여성을 성적으로 비하한 비속어인데 그냥 넘어갈 수 없어서 저도 '주전자는 가만히 계시라' 했다"고 속시원한 대처를 밝혔다.
박미옥은 "여형사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던 바. 그 이유에 대해 "시선이 다양해야 한다. 피해자의 사체에 여성용품인 팬티라이너가 있었다. 남자 분들은 그 물건 자체를 모르더라. 제가 그 물건을 브리핑했다.우리는 남녀를 떠나서 누구나 자기 경험치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다양한 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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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옥은 "당구장에서 검거하려고 들어가는데 당구공, 종이컵을 막 던지더라. 나한테 맞추려는 게 아니구나 싶어 코앞에 갔다. '여자한테 맞고 잡혀가실래요? 여자 팼다는 망신까지 당하실래요?'라고 물으니 털썩 주저 앉아 '동생들 앞에서 수갑만 안 보이게 해달라'더라"라고 검거 비하인드를 밝혔다.
최근 계속 늘어나는 '교제살인'. '안전이별'을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묻자 박미옥은 "그런 게 있을까요?"라며 쉽게 답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박미옥은 "집착 성향에 있는 상대를 만났을 경우 조절할 필요가 있다. 또 주변에 이야기를 해야 한다.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람과 단계적으로 벗어나야 한다. 갑자기 사라지면 가족까지도 위험할 수도 있다. 매우 위험하고 심각한 범죄"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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