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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원조 연애 리얼리티 자존심이 크게 다친 모양새다.
이러한 '나는 솔로' 인기에 '하트시그널4'이 편성 시간을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두 프로그램은 모두 연애 리얼리티라는 공통점이 있다. 비슷한 포맷의 두 프로그램이 동시간대 방송돼, 업계에서는 흥미진진한 맞대결로 보기도 했다. 그러나 '하트시그널4'의 편성 변경으로 이러한 정면승부가 단 2주 만에 막 내려 버렸다.
다만 '하트시그널4'의 편성 변경 전략은 성공적으로 평가된다. 1회 0.5%, 2회 0.7%로 1% 고지를 넘기지 못했던 '하트시그널4'이 '나는 솔로'를 피해 금요일로 이동하자, 3회 1.2%, 4회 1.2%, 5회 1.4%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새롭게 투입되는 '메기 출연자'와 본격적으로 진행된 러브라인 등이 시청률 상승 요인으로 보고 있지만, 대부분 '나는 솔로'를 피했기에 반등할 수 있었다고 분석하는 분위기다.
방송가에서는 3년 만에 다시 돌아온 '하트시그널4'이 그간 바뀐 시대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다며 꼬집고 있다. 특히 방송 초반, 첫 만남 당시 여성 출연자들을 두고 '여인천하', '팽팽한 여자들의 기싸움', '그녀들의 전쟁', '도발적인 레드퀸 등장', '과감한 코트 벗기' 등이라고 표현한 것에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불편하다는 반응이 많다. 아직 호감 가는 상대도 확실히 정해지기 전인 첫날인데 이른바 '여적여(여자의 적은 여자)' 프레임을 씌운다며, 요즘 시대의 젠더 감수성과 맞지 않는 연출이라는 지적이다.
더불어 '추리'라는 포맷 자체에 집중하는 것은 좋으나, 출연진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 부여하는 것이 다소 억지스럽고 어설프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하트시그널4'에서는 출연진의 구체적인 속마음은 직접적으로 공개하지 않고, 그날 날 호감 있는 상대만 공개된다. 이에 출연진이 어떤 의도로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직접 해명할 수 없다. 패널들이 출연진의 사소한 행동을 예측하지만,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는 것이다.
'하트시그널' 시리즈가 잠시 공백을 가진 동안, '환승연애2', '나는 솔로' , '솔로지옥' 등이 인기 연애 리얼리티로 자리 잡았다. 이들 프로그램에서는 출연진의 인터뷰를 통해 솔직한 마음이 그대로 공개되는데, 이것이 MZ세대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한 요소로 통한다. 숏폼 콘텐츠를 주로 소비하는 젊은 시청층은 솔직 당당한 모습의 연애 과정을 빠른 템포로 보길 원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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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하트시그널4'가 3년간 변화된 미디어 환경을 읽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는 현재, 제작진이 다시 고심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공백기가 길었고, 그사이에 새로운 연애 리얼리티들이 등장한 만큼, '하트시그널4'도 시대에 맞는 포맷으로 변화를 줬어야 한다는 것이다. 연애 리얼리티의 지평을 연 '하트시그널'이지만, 무조건 원조를 고집하기보다는 시대에 맞는 색다른 시도가 필요해 보인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