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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소희 기자] 배우 박정민이 시력을 잃은 아버지를 위해 오디오북을 제작하게 된 특별한 사연을 전했다.
출판업계 현실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언급했다. 박정민은 "좋지 않다"면서도 자신의 출판사에서 펴낸 책이 베스트 셀러에 올랐다고 전했다. 그는 "하루에 몇 부 팔렸지? 했는데 전국에서 삼백 몇 부 팔렸더라. 삼백 몇 부 팔렸는데 베스트셀러인 걸 보고 책 시장이 정말 쉽지 않다고 느꼈다. 많은 분들이 책을 가까이 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솔직하게 전했다.
직원은 본인을 포함해 단 두 명뿐이라는 박정민은 "원래는 1인 출판사였는데, 지금은 함께하는 이사님이 계신다"고 말했다. 유재석이 "출판사 근무 경험이 없는 이사님이라 서로 '알아서 하겠지' 하다 일이 누락된다고 들었다"고 묻자, 박정민은 "저도 출판사에서 일해본 적이 없다. 진짜 누락된 일 많다. 얼마 전엔 이사님이 '왜 얘기를 안 하냐'며 화를 내기도 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박정민은 "이사님은 몇 시에 퇴근하시냐"라는 물음에 "10시에 출근해 5시에 퇴근하라고 하는데 퇴근을 안 하신다. '퇴근하세요!'하면 '대표님 저도 할 일이 있어요'한다"라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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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방송에서는 박정민이 오디오북을 제작하게 된 사연도 공개됐다.
그는 "중고등학교 때 엄마가 바닥에 있는 걸 자꾸 치우더라고. '나중에 해!'했는데, 엄마가 화를 냈다. 알고 봤더니 아버지 시야가 조금밖에 안 보이는 장애가 있으셨다. 그래서 바닥이 안보이니까 바닥에 있는 걸 차고 다니셨다"면서 "그때 처음 알았다. 우리 아버지가 시력이 안 좋은 줄 알았는데, 시력이 아니라 장애가 있는 거였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어릴 때부터 눈이 안 좋으셨다. 그래서 운전도 못 하셔서 '왜 우리아빠는 운전을 못 하지?'하고 짜증도 났었다"라고 털어놨다.
박정민은 "제가 출판사를 차리고 첫 책을 나올 때쯤 아버지가 사고가 나셨다. 아버지가 눈이 안 좋으신데 눈을 다치셔서 시력을 잃으셨다"면서 "제가 '1승'이라는 영화를 촬영 직전이었는데, 엄마한테 자꾸 전화와서 전화를 끊어버렸다. 근데 자꾸 전화가 와서 느낌이 이상해 전화를 받았더니 '빨리 병원으로 오라'고 하더라. 그날 이후로 시력을 잃고 속상해하는 아버지를 보고 마음이 아팠다"고 회상했다.
이어 "원래도 눈에 장애가 있으셨던 분임에도 불구하고 60년을 어떻게 살아오셨는데 시력을 완전히 잃은 걸 보니 우리 아버지 눈이 잘 안 보인다는 것에 제가 제 자신을 동정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나는 장애인의 아들이야'하는 아주 못된 동정들이 내 자신에게 있었다. 그때 내가 나를 동정했던 마음들이 너무 수치스럽고 꼴 보기 싫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정작 한 평생을 불편하게 사셨던 건 아버지이지 않냐. 그때 좀 아버지를 아버지를 위해, 가족을 위해 뭔가를 만들어 봐야겠다라는 생각이 처음 들었다"면서 "유독 기억나는 순간이 아버지가 책을 안버리시더라. 공무원이시고 회사 다니시고 눈도 안 좋으신데 책 읽을 시간도 없지 않냐. 근데도 집에 가면 책장에 아버지가 예전부터 읽어서 누레진 책이 가득했다. 아버지한테 어릴 때부터 책은 버리는 거 아니라고 배워서 저도 책을 안 버린다"고 이야기 했다.
이후 출판사를 차린 박정민은 "첫 책이 나왔는데 아버지에게 선물로 드리기가 애매해서 상심했다. 읽든 안 읽으시든 드리는 게 맞는데, 아예 못 읽으시는 건 다른 문제지 않냐. 그래서 '아버지에 책을 어떻게 드릴 수 있을까?'고민하던 차에 오디오북을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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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은 "종이책을 만든다고 종이책이 다 오디오북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오디오북으로 만들어진다고 해서 장애인 도서관에 다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시각 장애인분들 독서접근권이 너무 떨어진다"라며 "그래서 오디오 형태의 책을 만들어서 선물을 드리고 싶었다. 실제로 시각 장애인 독자분들 만나고 북토크도 했는데 다행히 좋아해주셨다"라고 뿌듯해 했다.
이어 "1년에 종이책이 8만종이 나온다. 우리는 그 8만종을 다 선택할 수 있는데, 시각장애인 분들은 (오디오북을) 만들어주지 않으면 접할 수가 없다. 계속 기다려야 하고 그 기다림이 헛될 가능성이 높다"라며 "이번 오디오북이 잘됐으면 좋겠는 가장 큰 이유는, 그분들이 가장 먼저 즐긴 책이 아무도 관심 없는 책이 아니길 바랐다. 비장애인 독자들도 좋아하는 책을 먼저 들었다는 뿌듯함이 있어야 이 프로젝트가 이어갈 수 있다. 이 분들이 즐길 거리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