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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선보이는 '여름 모래 정원 괴담'(작가 도은, 창작집단 꼴)은 시골 마을 무상리를 배경으로, 여름을 맞아 '괴담부'라는 동아리에 모인 청소년들이 전설과 괴담을 수집하는 과정을 그린다. 여름과 정원, 두 주인공이 담담하면서도 때로는 소름 돋는 미스터리한 일련의 괴담을 접하게 되면서 외면해 왔던 현실의 그림자를 맞닥뜨리는 과정이 치밀하게 전개된다. 괴담은 단순한 공포의 소재가 아닌 현실 속 청소년의 모습을 내비치는 거울로 기능한다. '이것은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다른 부영' 등 섬세한 인간관계를 그려온 도은 작가와 시대적 화두와 극적 양식에 대한 도전을 모토로 삼는 '창작집단 꼴'이 만나 청소년이 느끼는 혼란과 희망을 다채로운 감각으로 그려낸다.
이어 공연되는 '프렉쳐'(작가 예반디, 정글프로젝트)는 '나는 너를 구할 수 있을까? 너는 나를 구할 수 있을까? 나는 나를 구할 수 있을까?'라는 작가의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일상을 파고든 사고 이후, 주인공은 자기 안의 '또 다른 나'와 조우하며 일상을 새롭게 인식하는 여정을 시작한다. 현실에서 좌절하는 청소년의 절박함, 그리고 내면의 복합적인 세계가 SF적 감수성과 유머러스한 대사들을 통해 압축적으로 펼쳐진다. 예반디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아이들이 아이들을 구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라고 말하며, 청소년극 창작에 대한 관심과 열정으로 결성된 콜렉티브 그룹 '정글프로젝트'와 함께 환상적 세계와 동시대 청소년의 모습을 극적으로 펼쳐낼 예정이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