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의 작가·두 개의 극단·17명의 청소년이 만드는 무대…'2025 청소년극 창작벨트 낭독공연'

기사입력 2025-10-20 09:28


두 명의 작가·두 개의 극단·17명의 청소년이 만드는 무대…'2025 청…
[고재완의 컬쳐&]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소장 직무대행 김미선)가 선보이는 '2025 청소년극 창작벨트 낭독공연'이 오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아르코꿈밭극장에서 막을 올린다.

'청소년극 창작벨트'는 지난 2012년부터 '청소년과의 협력을 통한 청소년극 희곡 개발'을 목표로 진행된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의 창작 프로그램 사업이다. 이 과정을 통해 발굴된 주요작으로는 2017년 관객과 평단의 뜨거운 찬사를 받았던 '좋아하고있어', 2019, 2020년 연달아 공연하며 국립극단 청소년극 레퍼토리로 자리매김한 '영지' 등이 있다.

2025년 '청소년극 창작벨트'의 가장 큰 특징은 창작의 초기 과정부터 청소년이 동등한 창작 동료로 참여했다는 점이다. 희곡의 완성된 초고를 바탕으로 극단 및 청소년과 협업하는 방식이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트리트먼트(시놉시스 및 인물구성)를 기반으로 청소년이 작가와 함께 머리를 맞댔다. 상반기 동안 작가와 청소년 17인은 8회에 걸친 워크숍과 드라마터그의 주간 멘토링을 통해 동시대 청소년의 감각과 언어를 작품 속에 스며들게 했다. 작가가 작품을 완성해 가는 여정 속에서 청소년과의 만남이 단순한 자문에 머무는 것이 아닌 서사와 인물, 그리고 작가 자신을 변화시키는 동력이 될 수 있도록 창작 과정을 새롭게 설계한 것이다. 하반기에는 참여 극단과의 협업을 통해 희곡의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을 이어갔다. 이렇게 탄생한 두 편의 신작에는 생생한 시선과 현실적 언어, 예민한 문제의식이 각본과 무대 밑바닥까지 촘촘히 스며들 수 있었다.

먼저 선보이는 '여름 모래 정원 괴담'(작가 도은, 창작집단 꼴)은 시골 마을 무상리를 배경으로, 여름을 맞아 '괴담부'라는 동아리에 모인 청소년들이 전설과 괴담을 수집하는 과정을 그린다. 여름과 정원, 두 주인공이 담담하면서도 때로는 소름 돋는 미스터리한 일련의 괴담을 접하게 되면서 외면해 왔던 현실의 그림자를 맞닥뜨리는 과정이 치밀하게 전개된다. 괴담은 단순한 공포의 소재가 아닌 현실 속 청소년의 모습을 내비치는 거울로 기능한다. '이것은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다른 부영' 등 섬세한 인간관계를 그려온 도은 작가와 시대적 화두와 극적 양식에 대한 도전을 모토로 삼는 '창작집단 꼴'이 만나 청소년이 느끼는 혼란과 희망을 다채로운 감각으로 그려낸다.

이어 공연되는 '프렉쳐'(작가 예반디, 정글프로젝트)는 '나는 너를 구할 수 있을까? 너는 나를 구할 수 있을까? 나는 나를 구할 수 있을까?'라는 작가의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일상을 파고든 사고 이후, 주인공은 자기 안의 '또 다른 나'와 조우하며 일상을 새롭게 인식하는 여정을 시작한다. 현실에서 좌절하는 청소년의 절박함, 그리고 내면의 복합적인 세계가 SF적 감수성과 유머러스한 대사들을 통해 압축적으로 펼쳐진다. 예반디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아이들이 아이들을 구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라고 말하며, 청소년극 창작에 대한 관심과 열정으로 결성된 콜렉티브 그룹 '정글프로젝트'와 함께 환상적 세계와 동시대 청소년의 모습을 극적으로 펼쳐낼 예정이다.

공연 관람은 전석 무료로, 국립극단 홈페이지에서 1인 1매씩 사전 예약할 수 있다. 특히 공연 종료 후에는 창작 과정에 협력한 청소년 17인이 주축이 되어 관객을 만나는 '확장하는 벨트: 청소년극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된다. '여름 모래 정원 괴담'은 31일 공연 이후, '프렉쳐'는 11월 2일 공연 이후 각 객석에서 펼쳐진다. 청소년을 중심으로 공연을 넘어 창작진과 관객을 잇는 확장의 장을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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