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지호, 숨 못 쉬고 결국” 문소리, ‘이태원 참사’ 추모식서 울컥

기사입력 2025-10-31 10:25


“막내 지호, 숨 못 쉬고 결국” 문소리, ‘이태원 참사’ 추모식서 울컥

[스포츠조선 박아람 기자] 배우 문소리가 이태원 핼러윈 참사 3주기 추모식에서 참사 희생자이자 자신과 함께 일했던 21살 스태프를 떠올리며 눈물을 삼켰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 3주기를 맞은 지난 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정부 차원의 첫 공식 추모식이 열렸다.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와 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 행정안전부, 서울시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번 추모식에는 유가족과 시민, 정치권 인사들이 참석해 159명의 희생자를 추모했다.

배우 문소리는 이날 무대에 올라 생전 함께했던 스태프를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많이 힘드시죠?"라고 어렵게 입을 열은 그는 "많은 무대에 서봤지만 오늘 이 무대는 특히나 더 힘든 자리인 것 같다"라며 "2021년 드라마 '미치지 않고서야' 촬영 당시 6개월 넘게 경상남도 창원시에서 생활했는데 그 당시 함께 지냈던 21살 막내 스태프 지호를 기억한다"고 말했다.

문소리는 "제가 본 지호는 무척 똑똑하고 밝고 예의 바른 친구였다. 오죽하면 제가 그런 말을 여러 번 했다. '지호야 너희 부모님은 정말 좋으시겠다. 너를 이렇게 멋지게 훌륭하게 멋진 딸을 키워내서 얼마나 뿌듯하시겠니' 그런 말을 제가 여러 번 했었다"며 "촬영이 끝난 후 복학해 의상 공부를 이어 갔고 종종 저에게 소식을 전해왔다. 그리고 그 다음 해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에 갔다가 숨을 못 쉬고 결국..."고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해달라는 이야기를 듣고 저는 지호에게 편지를 써보려고 했다. 그런데 쉽지 않더라.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기도 하고 아무 미래도 할 수 없기도 하고. 그래서 몇 날 며칠을 편지를 썼다가 지웠다가"라며 "그러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 속 '아녜스의 노래'를 다시 보게 됐고, 그 시가 마치 지호가 우리에게 보내는 편지처럼 느껴졌다"고 밝혔다.

문소리는 "오늘 이 자리에서 제가 지호에게 보내는 편지 대신, 지호가 우리에게 보내는 편지이자 그날 이태원에서 떠난 모든 이들이 우리에게 보내는 시를 읽고 싶다"며 시를 낭독했다. 낭독이 끝나자 현장은 침묵에 잠겼고, 곳곳에서 흐느낌이 이어졌다.

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는 이날 공동 선언문을 내고 "3주기 기억식은 안전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또 다른 시작점이 될 것"이라며 "이태원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생명과 존엄이 지켜지는 사회를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겠다"고 했다. 송해진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인 의무를 다했다면, 159명의 희생자는 지금 우리 곁에서 각자의 내일을 살고 있었을 것"이라며 "오늘은 참사 3년 만에 정부가 처음으로 유가족과 시민들 곁에 섰지만, 이것은 출발점에 불과하다"라고 했다. 참사로 딸을 잃은 노르웨이 국적의 수잔나 에벤센씨도 이날 행사에서 추모사를 낭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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