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고유 명사 '세경씨'로 불리는 배우 신세경(36)이 성숙해진 모습으로 12년 만에 스크린 금의환향을 예고했다.
첩보 액션 영화 '휴민트'(류승완 감독, 외유내강 제작)에서 블라디보스토크의 북한 식당 종업원 채선화 역을 연기한 신세경. 그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휴민트'의 출연 계기와 작품을 향한 애정을 고백했다.
비밀도, 진실도 차가운 얼음 바다에 수장되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이들이 격돌하는 이야기를 그린 '휴민트'는 올해 설날 간판 영화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충무로 '흥행술사' 류승완 감독이 지난 2013년 선보인 '베를린' 이후 13년 만에 선보이는 두 번째 첩보 영화인 '휴민트'는 개봉 3일 전부터 전체 예매율 1위를 기록하며 극장가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무엇보다 '휴민트'는 신세경이 2014년 개봉한 '타짜-신의 손'(강형철 감독) 이후 12년 만에 장르 영화로 컴백해 기대를 모았다. 신세경은 극 중 어떤 상황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강인한 의지를 품고 있는 인물로 조 과장에게 정보원이 되어달라는 제안을 받고 생존을 위해 스스로 휴민트가 되는 인물 채선화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조용하지만 강력하고 깊이 있는 감정 연기로 채선화의 서사를 완성한 신세경은 북한 국가보위성 조장 박건으로 변신한 박정민과 애틋한 로맨스까지 펼치며 '휴민트'의 큰 축을 담당했다.
사진=더프레젠트컴퍼니
'휴민트'로 스크린 복귀까지 무려 12년의 공백기를 갖게 된 신세경은 "영화 차기작이 오래 걸린 뚜렷한 이유는 없었다. 드라마나 영화나 재미있으면 하자는 생각이었는데 아무래도 시간이 걸린 이유는 하고 싶었던 작품을 못 찾아서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오래 걸렸던 것 같다. 오랜 영화 공백기에 대한 조급함을 느낀 적은 없었다. 영화만 차기작이 없었지 사이에 다른 콘텐츠를 통해 꾸준히 좋은 작품으로 팬들을 찾아서 조급한 마음은 들지 않았다"며 "사실 영화 복귀까지 12년이 걸렸다고 하는데 실제로 12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다. 눈 깜짝할 사이 흘렀다. 12년 사이에 스스로 많은 배움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휴민트'를 선택한 과정에 있어서는 류승완 감독의 큰 이유로 작용했다. 신세경은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류승완 감독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류승완 감독과 첫 호흡을 맞췄는데 너무 좋았다. 류승완 감독을 가까운 거리에서 보면서 이렇게 큰 작품을 책임진다는 게 어떤 것인지 피부로 많이 와 닿았다. 한국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으로서 류승완 감독이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모습이 멋져 보였다. 그 모든 결과가 류승완 감독의 손에서 이뤄지지 않나? 책임감이 굉장하겠다는 생각을 동시에 했다. 류승완 감독과 작업 할 때 디테일하게 설명해주고 동작 하나 설명할 때도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는 감독이었다. 그래서 배우로서 혼란스럽거나 헷갈리지 않아 좋았다"며 "류승완 감독으로부터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너무 재미있었고 내가 연기할 캐릭터 채선화도 아주 매력적이었다. 당연히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채선화는 여러 가지 요소가 매력으로 다가왔는데, 그 주인공이 삶에 대한 의지가 대단하다는 게 좋았다. 이 영화에 있어서 다른 캐릭터를 움직이게 하는 중요한 원동력인 구조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사전에 채선화가 어떤 인물인지, 또 나와 닮은 점이 무엇인지 류승완 감독이 물어보더라. 나는 채선화가 강인한 여성이라고 생각했고 심지가 굳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채선화라는 인물은 살고자 하는 의지가 정말 강하다고 생각했다. 상대적으로 움직임이나 행동 반경이 다른 캐릭터보다 작아 보일 수 있겠지만 그동안 채선화가 해온 선택을 보면 어떤 캐릭터보다 용기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나는 감히 그렇게 못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앞서 '휴민트'는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 배우 겸 가수 나나가 채선화 역으로 캐스팅됐지만 스케줄 문제로 하차하면서 신세경이 채선화 캐릭터로 투입됐다. 이 과정에 "하차 된 자리에 들어갔다는 부담감도 전혀 없었다. 그런 생각을 아예 하지 못했다. 모든 작품, 캐릭터는 인연이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영화뿐만이 아니라 드라마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처음에 기사가 난대로 스케줄 문제로 배우들이 작품에서 하차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그래서 부담감은 없었다. 오히려 내가 연기해서 더 몰입이 잘 된다는 칭찬을 들으니 감사하다. 캐릭터도 다 인연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채선화를 연기하면서 그 캐릭터에 자연인 신세경도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이 캐릭터도 나를 만나면서 달라졌을 것이다. 운명대로 잘 만났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사진=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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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민트'에서 신세경은 데뷔 이래 첫 북한 사투리에 도전한 것은 물론 패티김의 노래 '이별'을 불러 화제를 모았다. 신세경은 "북한 사투리 연기는 나름 내겐 큰 도전이었는데, 굉장히 잘 해내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이번에 공부하면서 알게 됐는데 북한의 지역별 사투리 뉘앙스가 전부 다르더라. 내가 연기한 채선화는 평양에서 온 친구였고 딱 그 또래 평양 사투리를 구사하고 싶어 북한말 선생님과 함께 열심히 공부했다. '휴민트'의 채선화 예고 클립이 처음 공개됐을 때 네티즌으로부터 '신세경 평양 출신이냐'라는 칭찬을 많이 들었다. 짧은 클립으로 공개가 됐는데 다행히 좋은 이야기가 많았고 그런 반응을 보면서 '1차로 통과했다'라는 안도를 하기도 했다"며 "영화 속 채선화가 영화 속에서 부르는 '이별' 노래 역시 보컬 선생님을 통해 연습했다. 마치 아이돌 연습생 같기도 한데, 채선화에겐 그 장면이 여러 정서가 담긴 노래여서 준비를 많이 했다. 너무 중요한 신이라 다양한 점을 신경 쓰려고 했다. 다만 '휴민트' 흥행 공약으로 다시 노래를 부르기는 힘들 것 같다. 일단 훌륭한 보컬이 아니라 쉽지 않은 컨디션이고 이 노래를 라이브로 부르면 여러 사람이 난처할 수 있다. 립싱크는 고려해 볼 수 있겠으나 듣는 분도 즐겁지 않을 수 있다"고 웃었다.
'휴민트' 속 아름다운 비주얼을 담단한 것 또한 "결과를 보고 만족스러웠다. 나는 '휴민트' 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을 할 때도 가장 좋은 컨디션으로 카메라 앞에 서려고 노력한다. 외적인 부분으로 대단히 준비한 것은 없는데 분위기에 맞게끔 스태프들이 노력을 많이 해준 덕분인 것 같다. 내게 가장 잘 어울리고 채선화의 매력적인 지점을 찾을 수 있게 스태프들이 창조해줬다. 채선화가 입는 한복도 다양한 색깔을 고민했는데 옥색 한복이 채선화의 분위기와 가장 잘 맞더라. 그 신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고 나에게도 잘 어울려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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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민트'의 멜로 서사를 함께 완성한 박정민에 대해서도 추억을 떠올렸다. 신세경은 "촬영 전 제작사 사무실에서 처음 박정민을 봤다. 그때 류승완 감독이 '박정민의 작품 중 좋아하는 작품 있냐'고 물어봤는데 그 질문에 대답을 못하겠더라. 정말 딱 하나만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매 작품 박정민이란 배우가 인상 깊은 연기를 해왔다고 생각했다. 모두가 그렇듯 박정민은 함께 작업하고 싶은 배우였고 특별히 이 작품 안에서 멜로적인 요소를 함께한다고 해서 많이 설레고 반가웠다. 실제로 연기 호흡을 맞춰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았고 또래였지만 배울점이 많은 배우라고 생각하게 됐다"며 "나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활동을 했고 지금은 제법 안정되긴 했지만, 어릴 때는 촬영 환경, 동료 배우, 감독의 기분 등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촬영하고 나서 후회했던 경우도 많았는데 현장에서 박정민을 지켜봤을 때 현장 분위기와 별개로 자신의 것을 묵묵히 하는 모습이 멋지더라. 저렇게 해야 시간이 지나도 후회 없는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됐다"고 꼽았다.
"자신의 연기 인생에서 멜로는 못 할 것 같았다"라는 박정민의 고백에 신세경은 "박정민이 정말 과하게 겸손한 것 같다. 왜냐면 실제로 멜로 연기가 너무 좋았다. 영화의 모든 신에 박건과 채선화의 전사를 설명할 수 없었다. 정서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정확한 신은 나와 박정민이 잘 표현해 관객을 완벽하게 설득해야만 했다. 그런 장면들은 놓치는 것 없이 120% 소화해야 했다. 그래서 더 잘 해내고 싶었는데 박정민 덕분에 두 캐릭터의 전사가 잘 설명되고 완성된 것 같다"고 말했다.
청룡영화상 이후 '전 남친' 신드롬을 일으킨 박정민에 대해서는 "좋은 기운이 우리 '휴민트' 팀에 왔다고 생각했다. 청룡영화상 이슈와 별개로 가까운 거리에서 박정민을 지켜본 한 사람으로서 밝히자면 너무 매력적인 배우다. 굉장히 좋은 때에 좋은 캐릭터가 제 주인을 잘 만났다고 생각한다"며 "촬영 할 때 모니터로 본 박건이 정말 너무 멋있더라. 그동안 박정민에게 보지 못한 느낌이라 더 그렇게 보였던 것 같기도 하다. 박정민에게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얼굴을 '휴민트'로 본 것 같기도 했다"며 "특히 박정민이 너무 근사하다고 생각했던 지점이 눈빛이었다. 정확히 기억에 남는 신이 있는데, 레스토랑에서 박건과 채선화가 오랜만에 재회하는 신이었다. 그 장면 속 채선화를 바라보는 박건의 눈빛에 실제로 심장이 철렁하는 기분이 들었다. 박건이 채선화에게 자신의 신발을 신겨주는 장면도 큰 울림이 있는 장면이었다. 그 장면은 촬영 전 콘티를 볼 때부터 그림만 봐도 눈물이 났다. (화사와 선보였던) 박정민의 신발 세계관 속에서 연결될 수 있겠지만 두 인물이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해 또 다른 재미로 다가올 것 같다. 채선화에게 신발을 신겨주는 박건의 모습은 정말 멋졌다"고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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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1998년 데뷔 이후 어느덧 28년 차가 된 신세경은 "전작이 20대였고 '휴민트'를 촬영했을 때는 30대가 됐는데 나는 지금의 내가 좋다. 30대의 내 모습이 훨씬 마음에 든다. 현장에서든, 자연인 신세경으로서든 뭔가 더 옳은 판단을 하고 신중하고 현명하게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여러 가지의 생각과 행동이 모여서 그런 전보다 나아 보이는 결과값을 창출한 것 같다"며 "사실 2009년 방영됐던 MBC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 직후에는 체력적인 문제를 겪었다. 그 당시엔 4개월간 거의 생방송으로 촬영을 해야했고 그렇기에 기본적인 수면 시간 조차 보장이 안됐다. 슬럼프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힘들었다. 대중으로부터 사랑을 받는다는 게 뭔지 인지를 못했을 때였고 그렇게 큰 사랑을 받은 것 역시 처음이지 않나? 그런 상황 속에서 체력적인 부침까지 몰려오니까 내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런 시절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 나의 삶을 케어하고 균형을 맞춰야 하는지 알게 됐고 지금 이렇게 건강하게 연기 활동을 하게 것 같다"고 털어놨다.
팬들에게 지금까지 신세경의 인생작으로 꼽힐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지붕뚫고 하이킥'에 힘들었지만 애정도 남다르다는 신세경은 "요즘도 팬들이 그 작품을 많이 보는 것 같더라. 시대를 타지 않는 시트콤이라고 생각하고 나 또한 언제 봐도 재밌는 작품인 것 같다. '지붕뚫고 하이킥' 찍을 때 김병울 PD가 내게 '시간이 흘러 돌아보면 네가 가장 순수했던 모습으로 연기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했는데 정말 그렇더라. 나라는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많은 시청자에게 소개하는 작품이었고 여전히 감사하고 은인인 시트콤이라고 생각한다"며 "덕분에 '세경씨'라는 애칭도 얻지 않았나? 다들 나를 부를 때 '신세경'으로 부르지 않고 '세경씨'라고 부르더라. 예전에 그 현상이 너무 신기해서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스스로 '세경씨'라고 검색해 보기도 했다. '세경씨 무서운 사람이네'가 완성형 밈인데 내가 일부러 만든 밈은 아니지만 '무서운 사람'이라는 지칭도 다양한 느낌이 들어서 좋다. 쉽게 대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인 것 같아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밈이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휴민트'는 조인성, 박정민, 박해준, 신세경 등이 출연했고 '베테랑' '베를린' '모가디슈'의 류승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11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