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끝이라고 생각한 지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밴드 엑스디너리 히어로즈(Xdinary Heroes)가 '작별'과 '출발'을 동시에 꺼내 들었다. 멈춤처럼 보이는 순간을, 새로운 여정의 시작으로 바꿔내겠다는 것이다.
최근 서울 성동구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난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새 미니 8집 '데드 엔드'와 타이틀곡 '보이저'를 꺼내 보이며, 확신에 찬 눈빛과 기분 좋은 긴장감을 동시에 드러냈다. 창가로 스며드는 오후의 햇살처럼,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의 얼굴에는 감출 수 없는 설렘이 번져 보였다.
풀 밴드 라이브 연주와 탄탄한 보컬, 무대 에너지까지 '공연 맛집'으로 불리는 엑스디너리 히어로즈의 컴백은 지난해 10월 미니 7집 '러브 투 데스'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건일은 "오랜만에 미니앨범으로 나오게 됐는데, 아끼는 곡들이 많이 들어가 있다. 애정 있게 생각한 앨범이라 기대가 크다"며 "발매를 앞두고 있어 설렌다"고 했고, 정수 역시 "항상 기다려주시는 팬들과 들어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린다"며 "앨범 준비 기간이 어느 순간부터는 일이 아니라 숨 쉴 수 있는 공간처럼 느껴진다"며 컴백 소감을 밝혔다.
이번 앨범의 키워드는 '작별'이다. 다만 이별의 감정에 머무르지 않는다. 역설적이게도 '새로운 가능성'을 시사한다. 막다른 길(마침표)이 곧 또 다른 시작임을 의미하는 이번 신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항해'와 '작별'이다.
준한은 "처음 작업할 때 '작별'을 키워드로 잡았다. 끝이 무엇인지 고민했고, 불안정한 끝에서도 희망을 가져가자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타이틀곡 '보이저'는 이러한 메시지를 시각화한 곡이다. 가온은 "임무를 마친 여행자(보이저)가 자신만의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듯, 은퇴나 마침표 뒤에도 자신을 빛내 줄 길이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주연과 건일 역시 "살다 보면 크고 작은 작별이 있다. 그 감정 속에서 위로가 되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라며 "그리움과 작별이라는 감정을 통해 세상에 위로를 전하고 싶다"며 곡에 담긴 진심을 전했다.
특히 강렬한 신스 리프 위 파워풀한 드럼과 기타가 몰아치며 여정의 서막을 연다. 묵직한 사운드 속 감성적인 멜로디가 교차하며, 잠식돼 있던 섬세한 정서를 끌어올리는 전개가 특징이다.
무엇보다 이전보다 한층 대중적인 결을 담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간 강렬한 하드 록과 실험적인 사운드를 선보였다면, 이번 신곡에서 한층 대중적인 멜로디를 녹여낸 것.
가온은 "대중적으로 들린다면 다행이다. 늘 그렇게 만들고 싶었고, 이번에도 자연스럽게 사운드와 메시지 모두 그런 방향으로 나왔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건일 역시 "하드하고 실험적인 곡을 많이 해왔다면, 전작을 기점으로 밝고 서정적인 무드도 보여주고 있다"며 "이번 '보이저' 역시 그런 색깔의 연장선"이라고 짚었다.
연주 난도는 여전히 높은 편이다. 오드는 "힘들긴 했지만, 노력한 만큼 지금은 손에 익었다"며 "컴백을 앞두고 보니 뿌듯한 마음이 크다"며 웃었다.
앨범 만족도에 대해서는 주연이 "85점에서 95점 사이"라며 "자랑스러운 앨범이지만, 더 발전할 여지를 남겨두고 싶었다"고 말했다. "100점이 아닌 이유는 앞으로 나아갈 동기부여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수록곡 맛집'으로도 정평이 난 만큼, 이번 앨범 수록곡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건일은 5번 트랙 '라이즈 하이 라이즈'를 추천곡으로 꼽았다. 날 선 신시사이저, 묵직한 기타 리프, 강렬한 보컬이 긴장감을 조성하는 하이브리드 메탈 트랙이다. 건일은 추천 이유에 대해 "주변에 주식 하는 친구들이 많다. 아쉬운 날에 좋은 날이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써봤다"고 의외의 답을 털어놔, 현장의 웃음을 샀다.
JYP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서 '아이돌 밴드'라는 노선에 대해서도 확고한 소신을 밝혔다. 건일은 "아이돌과 밴드 양측의 팬덤 모두에게 다가갈 수 있어 자랑스럽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실제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음악뿐 아니라 비주얼과 팬 소통에서도 '아이돌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음악방송 무대는 물론, 이른바 '얼빡 직캠' 등 팬 콘텐츠에서도 존재감을 입증 중이다. 오드는 "직캠을 보면서 '오늘 얼굴 괜찮네'라고 생각한다"며 웃었고, 가온 역시 "저희 입으로 말하긴 그렇지만 비주얼적으로도 뒤지지 않는 그룹이라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특히 가온이 연령대가 높은 팬들에게도 '누나'라고 호칭해 화제를 모은 일화는 아이돌 문화의 '친근한 팬 소통 방식'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가온은 "그걸 보고 학교 선생님도 '나도 누나냐'고 하셨다"며 "제가 생각하는 아저씨는 배철수 형님 정도다. 그분까지는 형님이라고 부른다"고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JYP엔터테인먼트 수장 박진영의 반응도 언급했다. 건일은 "아직 이번 앨범에 대한 직접적인 피드백은 못 들었지만, 작업 과정에서 참고할 만한 아티스트 영상들을 많이 보내주셨다"며 "바쁘신 와중에도 애정을 갖고 챙겨주신다"고 말했다. '형님'이라 부른다는 말에는 웃음을 보이며, 자연스러운 선후배 관계를 드러냈다.
같은 소속사 밴드 선배인 데이식스 응원도 힘이 됐다. 오드는 "형들이 '이런 사운드는 너희만 낼 수 있다'고 해주셔서 큰 힘이 됐다"며 "더 열심히 해서 형들처럼 큰 밴드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글로벌 무대 경험도 쌓이고 있다. 월드투어를 이어가며 '롤라팔루자 시카고' 등 대형 페스티벌 무대에도 올랐다. 준한은 "선배들이 길을 닦아준 덕분에 설 수 있었다"며 "더 멋있는 아티스트로 성장해야겠다고 느꼈다"고 했다. 건일 역시 "선배들이 전 세계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어 그 덕을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위치에 대해서는 냉정했다. 주연은 "아직 날개는 돋아나지 않은 것 같다. 계속 뛰는 중"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목표는 분명하다. "세계 최고의 밴드가 되고 싶다. 언젠가는 국내 밴드 최초로 웸블리 스타디움에 서고 싶다.(주연)"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이번 앨범을 통해 '뮤직 히어로'로서의 정체성을 더 또렷하게 각인시키겠다는 각오다. 주연은 "독보적인 색깔을 가진 뮤지션으로 기억되고 싶다"며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정수 역시 "과감한 음악 속에서도 위로를 전하는 팀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들이 정의하는 '히어로'는 거창한 초능력을 가진 존재가 아니다. 막다른 길(Dead End)을 새로운 시작점으로 바꿔내고, 소음 속에서도 따스한 위로를 건넬 줄 아는 음악가들이다. 끝에서 다시 시작을 노래하는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진정한 '뮤직 히어로'로 거듭날 이들의 항해는 이제 막 돛을 올렸을 뿐이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17일 오후 6시 각종 음원 사이트를 통해 미니 8집 '데드 엔드'를 발표한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