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약수터 안내문에서 음용을 금한다는 표현을 봤다. 수질 검사 결과, 부적합으로 판정된 시기에는 그렇게 하라는 것이었다. 음용(飮用)은 '마시는 데 씀. 또는 그런 것'이 사전의 정의다. 들으면 바로 알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알리는 말이라면 알기 쉽게 써야 할 텐데, 실패 아닐까. "먹지 마세요", "마시지 마세요", "드시지 마세요" 하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려운 약수터 안내문은 그것만이 아니다.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 시 장시간 채수를 자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약수는 뜨거나 받는다고 하는 서술어와 어울리니까 약수를 너무 오래 뜨지(받지)는 말라고 하면 되지 않았을까. 기다리는 사람이 있건 없건. 또, '약수 뜨기'라는 말을 '채수'로 쓴 모양인데, 사전에 올라 있는 채수(採水)는 "강물이나 바닷물의 물리적·화학적 특성을 연구하기 위하여 서로 다른 깊이의 물을 떠올리는 일"로 정의된다. 단어 선택도 잘못됐다.
어느 제설함(除雪函. 쌓인 눈을 치우는 데 필요한 염화칼슘이나 모래 따위를 넣어 두는 곳) 겉에 붙은 안내문의 한자어 사랑도 유별나다. "제설함 내 쓰레기 투척은 자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이것은 "안에 쓰레기 버리지 마세요" 하는 게 알기 쉽지 않나. 투척도, 자제도 애초 걸맞은 말이 아니다. '버리다', '하지 마라' 하는 게 맞다. 나아가 "버리지 마세요"는 이미 높임 표현이다. "투척을 자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는 길기만 길다. 알리는 말이라면 알기 쉬운 게 최선이다. 여느 문에서든 쉽게 만나는 말, "미세요" "당기세요"처럼.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유현경 한재영 김홍범 이정택 김성규 강현화 구본관 이병규 황화상 이진호, 『한국어 표준 문법』, 집문당, 2019
2. 국립국어원,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문법1(체계 편)』, 2011
3. 표준국어대사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