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대표' 차두리의 마지막 인사

최종수정 2015-03-31 23:16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이 뉴질랜드와 평가전을 가졌다.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뉴질랜드의 경기에서 14년의 국가대표 경력을 끝으로 은퇴하는 차두리가 은퇴식을 갖고 영상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상암=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3.31/

차두리(FC서울)가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자신이 뛴 13년간의 대표생활을 정리했다. 그리고 후배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1시간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는 모든 문장 하나하나가 주옥같았다. 차두리가 밝힌 대표선수로서의 마지막 인터뷰 그 전문을 싣는다.
상암=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마지막 경기를 마쳤다. 소감은 어떤가

날씨가 안좋은데 너무나 많은 분들이 제 마지막 자리 축하해주시고 기뻐해주셔서 감사하다. 대표팀 하면서 오르락 내리락하면서 기쁜 일 실망스러운 일 있었다. 이제 대표팀 유니폼 벗게 됐다. 모든 분둘에게 감사한다. 이제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경기하는 일 없다. 다 같이 웃으며 마주할 수 있는 시간 됐으면 좋겠다. 팬 여러분과 선수들 그리고 취재진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영상 메시지 등을 볼 때는 어떤 생각을 했나.

복 받은 사람인 것 같다. 그래서 항상 감사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나보다 분명 선수로서 더 훌륭한 일을 많이 해낸 선수들이 있다, 가깝게는 친구 (박)지성이만 해도 있었는데 운동장에 서서 은퇴를 했다. 팬여러분의 함성과 영상에 나온 팬분들의 메시지 봤을땐 내가 한것 이상의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거기에 대해 너무 너무 감사하고 한편으로는 부끄럽고 미안했다. 그래서 나는 참 너무나 행복한 축구 선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눈물이 났다.

-아버지 차범근 감독도 와서 안아주었다


아버지께서 운동장에 나오셨을 때는 좀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한 것 같다. 항상 아버지를 보고, 아버지의 명성에 도전했다. 축구하는 내내 아버지 보다 잘하고 싶었다. 잘할 수 있다고도 믿었다. 어느 순간 현실의 벽을 느꼈다. 그 때부터는 축구를 좀 더 즐겁게 하고 축구를 하면서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까 아버지와 마지막으로 보는 데 여러가지 기분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큰 짐 내려놓은 것 같아서 홀가분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큰 아성에 도전했는데 실패한 나 자신에 대한 자책도 있었다. 아쉬움도 많이 남았다. 한편으로는 아버지가 조금 밉더라. 너무 축구 잘하는 아버지를 만났다. 아무리 열심히하고 잘해도 그 근처에 못간다. 그에 대한 속상함도 있었다. 그래도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고 항상 보면서 롤모델로 삼았던 분이 아버지다. 그 또한 내가 세상을 살면서 받은 가장 큰 선물이고 행복이었다.

-손흥민 페널티킥을 실축했는데

(손)흥민이가 찰 때 이상하게 못 넣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나보고 차라는데 그건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경기를 이기는 것이 중요했다. 흐름상 골을 꼭 넣어야 했다. 흥민이가 찰 때 속으로 '(기)성용이가 차지'라는 생각도 했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후배 선수들이 이길려고 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재성이가 골을 넣어 이겼다. K리그의 어린 선수가 그런 활약을 해줬다는 것은 대표팀에 큰 힘이 될 것이다. K리그에 있는 어린 선수들에게도 희망을 줄 것 같다. 이길려고 경기를 해준 후배들에게 감사한다.

-차두리에게 아버지는 어떤 존재였나

아버지는 나에게 모든 것을 다 갖춘 분이다. 축구적으로는 닮고 싶었다. 이 사람처럼 되고 싶었다. 잘하고 싶다는 선수였다. 한편으로는 나를 가장 잘아는 분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에 내게 가장 알맞게 지시를 해줄 수 있는 감독이었다. 마지막으로 당연히 아버지니까 항상 사랑으로 나를 대했다. 내가 힘들 때 그럴 때마다 보듬어주고 챙겨주었다. 나는 행운아였다. 집에 가면 일과 연관되고 사생활과 연관됐다. 모든 것을 아버지와 함께 할 수 있어서 복이었다.

-제일 인상에 남는 감독.

가장 기억에 남는 감독은 히딩크 감독이다. 대학생 시절에 월드컵 대표팀에 발탁됐다. 사실 대표 경험도 없고 청대 경험도 없는 선수들 월드컵 대표팀에 합류시킨다는 것은 배짱과 큰 그림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파워와 스피드가 좋다는 장점만 사서 월드컵으로 데려갔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했다. 내가 여기에서 이렇게 박수받을 수 있었던 모든 시발점은 히딩크 감독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이번 아시안컵 때 우즈베키스탄전을 꼽고 싶다. 많은 사람들이 60m 드리블 해서 인상을 남겨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경기를 통해 나는 고참이고 대표팀에 필요한 선수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던 경기였다. 사실 아시아컵 소집하자마자 후배들에게 당부한 것이 있다. '개인의 욕심을 버리고 팀을 이기게 하는데에 초점을 맞추자. 이번 대회는 팀이 이기는게 가장 중요하다. 경기에 못나가도 내색하지 말고 팀을 위해 희생하자'고 했다. 말이야 쉽다. 경기를 하다보면 벤치에 앉게 되는 경우도 있다.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은 나도 벤치에서 시작했다. 들어가고 싶었다. 그래도 경기에 들어가서 어시스트를 하고 팀승리에 보탬이 됐다. 후배들에게 했던 말에 책임을 질 수 있어서 선배로서 좋았다.

또 나이가 들다보니 경기 흐름을 읽을 수 있었다. 선수들 개개인이 어떤 몸상태며 어떤 것이 잘 되는지를 알 수 있었다. 우즈베키스탄전 당시 90분이 지났다. 연장전 들어가기 전 (손)흥민이가 체력적으로 못 뛰겠다고 하더라. 상대 왼쪽 수비수가 공격에 치중해서 체력적인 부담이 있었다. 사실 전술은 감독님의 영역이다. 하지만 이기고 싶었다. 감독님에게 '흥민이가 피곤한데 뭔가 변화를 주는게 낫지 않겠나. 체력이 좋은 근호를 사이드로 내리고 결정력이 좋은 흥민이를 올리자'고 말했다. 감독님이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흥민이가 두골을 넣었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감독에게 조언하는 것에 두려움이 있다. 그런데 이기고 싶다면 선수 스스로 감독의 입장이 돼서 생각을 하는 것도 좋다. 물론 어린 선수들은 자기 경기력 집중해야하기 때문에 힘들다. 고참이 해야하는 것이다. 그렇게 고참으로서 경기에 영향을 줘서 승리를 도울 수 있어서 좋았다. 마지막으로 어시스트를 해서 팀 승리에 보탬이 될 수 있었다. 우즈벡전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아버지를 선수 시절에 이겨보고 싶다고 했는데, 아버지는 감독을 했다. 앞으로 지도자의 생각을 가지고 있나

우선은 지금 FC서울이 3연패 중이다. 일단 서울의 성적이 나게끔 죽어라 뛰는게 중요하다. 그 이후에 차차 제 앞날에 대해 생각을 하겠다. 지금으로서는 지도자 자격증은 따고 싶다. 독일에 가서 지도자 자격증을 따는 것은 내 목표다.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은 아니다. 몇년은 걸린다. 축구 안팎으로 배울 수 있다.

-먼저 은퇴한 선수들에게 축하는 받았나.

(박)지성이가 밥먹자고 문자왔다. 내일 점심을 같이 먹기로 했다. 많은 축하 문자를 주시더라. 윤정환 감독님 정해성 감독님 김태영 코치님에 지성이까지 축하한다고 이야기를 해주니까 고맙더라. 선배나 친구들보다 축구를 월등히 잘해서 이런 영광스러운 자리를 얻는 것도 아닌데 축하해주니까 너무나 감사했다.

-2004년 독일과의 친선경기를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데

대단한 경기였다. 대한민국이 독일을 이기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 아니다. 경기력이 좋았다. 그때 당시 독일에서 뛰고 있었지만 큰 스타플레이어도 아니고 평범한 프로선수였다.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큰 독일대표팀을 이겼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자랑스러웠다. 대표팀이 축구강대국들과 경기를 많이 하면 발전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대표선수로서 사명감, 태극마크의 의미에 대해서는

많은 선수들이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소집이 돼서 파주에서 훈련도 하고 평가전도 하고 예선전도 치른다. 대표팀은 정말로 복받고 하늘에서 선정하고 찝어준 선수들만이 할 수 있다. 선수들이 인식을 하고 거기에 대해서 좀 감사하면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수많은 선수들이 들어오고 싶지만 들어올 수 없는 곳이 대표팀이다. 낙오자도 많다. 한 번 들어왔을 때 뭔가를 보여주고 오래오래 남고싶겠다는 욕심을 가지고 들어왔으면 좋겠다. 그러면 경쟁이 되고 대표팀이 강해진다. 우리는 유럽이나 남미처럼 두텁지 않다. 결국 한정된 자원 안에서 선수를 발굴하고 성장시켜야 한다. 선수들도 그것을 느끼고 계속해서 발전을 해야 한국축구도 발전한다.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한국은 유럽과 다르게 대표팀에 의해 모든 축구가 돌아간다. 소속팀이 대표팀 위가 아니라 대표팀이 소속팀 위에 있다. 오늘 평가전도 이겨도 그만 져도 그만이 경기가 아니다. 한 경기가 팬들을 얻을 수 있는 기회다. 열정을 가지고 경기를 해준다면 축구팬들이 더 늘어날 것이다. 월드컵에 나가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게임이다. 즐겁게 경기에 임해줬으면 좋겠다.

-차두리하면 피지컬은 좋은데 기술은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다. 본인의 생각은

얼마전에 그런 기사를 읽다가 '피지컬은 아버지 발은 어머니'라는 댓글을 봤다. 기분이 나빠야되는데 공감이 가더라. 엄마가 내 발을 물려줬나고 생각했다. 분명히 기술이 화려한 선수는 아닌게 확실하다. 다른데 장점이 있는 선수다. 유럽에서는 선수의 장점을 가장 크게 본다. 장점을 극대화시켜서 팀에 맞춰서 기용을 한다. 우리나라는 선수가 완벽해야한다는 주의가 강하다. 대표선수들도 위축을 받는 것 같다. 완벽한 선수는 없다. 저만 봐도 훈련장이나 시합장에 가면 (구)자철이 (남)태희 (기)성용이 볼 차는 거보면 잘한다고 놀란다. 그래도 나는 '쟤네보다 잘하는 것이 따로있다. 팀에 도움이 될 것이 있다. 도움이 되기 위해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축구팬들이 단점을 찾아서 평가하지 말고 장점을 보고 점점 잘하네를 가지고 축구를 봤으면 좋겠다.

-2002년 월드컵때부터 한국 축구의 역사 현장에 있었다. 그 시간을 거치며 직접 확인했던 한국 축구의 발전상은 어땠나. 세계 무대에서 한국축구의 경쟁력은

개인능력적으로 우리나라 선수들이 상당히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유럽 선수들에 견줘 기술적으로도 뛰어나다. 유럽을 있으면서 놀랬던 것은 있다. 열심히 한다는 말이 함정이다. 우리나라는 선수들 대부분이 '정말 열심히 했어'라고 이야기한다. 유럽에 가보니까 그 열심히는 기본이다. 그런 다음에 잘해야 한다. 대학교 때 아버지가 "이제 열심히 하면 안되지. 잘해야지"라고 하더라. 순간적으로 멍해지더라. 세계 축구에서 열심히는 기본 바탕이 됐다. 유럽축구만 봐도 뛰는 양이나 투쟁심, 이기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내는게 열심히 하는 것이다. 기본 바탕이다. 좀더 간결하게 정교하게 그게 잘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선수들도 기술을 가지고 있고 좋은 선수들이 많다. 열심히 한다는 기준을 세계 벽에 맞춰서 많이 뛰고 투쟁해야 한다. 거기에 기술이 나오면 더 좋아질 수 있다.

-예전에 자신의 축구 인생을 3대5로 지고있다고 비유했다. 지금은 어떤가.

아직 3대5 그대로인 것 같다. 다만 한 골대 두번 정도 맞힌 정도의, 아쉬움이 남는 게임이다. 2년동안 FC서울 그리고 대표팀과 함께 타이틀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얼마나 우승을 많이 했느냐에 대해 하는 경기였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와 FA컵 아시안컵 결승전에 나겄다. 타이틀을 딸 수 있는 마지막 단계까지 올라간 것은 뿌듯하지만 빈손이기에 아쉽다. 골이 안들어가고 3대5로 끝난 것 같다.

Copyright (c) 스포츠조선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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