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승부,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FC서울이 2015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16강 진출에 희망을 이어갔다.
'극과 극'의 경기력이었다. "원정이라 시차가 있고, 피로 등으로 불리하다"던 최용수 서울 감독의 우려가 전반을 휘감았다. 서울은 여독이 좀처럼 풀리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럴 만도 했다. 선수들은 4일 제주전(1대0 승)을 치른 뒤 회복 훈련도 하지 못하고 그 날 밤 곧바로 시드니 원정길에 올랐다. 10시간을 날아 호주에 도착했다. 시드니는 한국보다 한 시간이 빠르지만, 시차는 시차였다.
하지만 희망이 피어났다. 전반 막판부터 서울 선수들의 컨디션이 올라왔다.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조직력으로 상대 공격을 막아낸 뒤 빠른 역습이 살아났다. 전반 43분 몰리나의 패스를 받은 에벨톤이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오른발 슛을 날린 장면이 부활의 신호탄이었다.
후반은 또 다른 서울이었다. 최 감독은 윤일록과 정조국 대신 고요한과 김현성을 교체투입했다. 용병술은 제대로 먹혀 들었다. 고요한과 김현성이 공격진에서 왕성한 움직임을 보이자 득점 찬스가 열렸다. 후반 8분 몰리나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맞고 튕겨나와 아쉬움을 남겼다.
'숨은 영웅'은 베테랑 차두리였다. 전반에 움츠린 오버래핑을 후반에 폭발시켰다. '차두리표 크로스'는 웨스턴 시드니 수비진을 당황케 했다. 후반 26분 고요한의 동점골도 차두리의 발에서 시작됐다. 차두리가 측면으로 쇄도하던 에벨톤에게 연결, 에벨톤의 땅볼 크로스를 고요한이 달려들면서 밀어넣었다. '통곡의 벽'을 뚫는 순간이었다. 서울은 지난해 웨스턴 시드니와의 두 차례 맞대결에서 골을 넣지 못했고, 올해 안방에서 열린 경기에서도 0대0으로 비겼다.
골키퍼 김용대의 선방도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후반 32분 카스테렌의 기습적인 슈팅을 김용대 골키퍼가 선방으로 골문을 지켜냈다.
후반 추가시간에는 '서울 극장'이 열리는 듯 했다. 맹공을 퍼부었다. 아쉬운 장면이 연출됐다. 수비수 이웅희의 오버헤드킥이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그러나 공이 골라인을 넘어갔지만, 주심은 골을 선언하지 않았다. 또 몰리나가 날린 회심의 왼발 슈팅도 골포스트를 살짝 빗나갔다. 주심의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비록 승점 1점이었지만, 귀중했다. 승점 3점을 위해 끝까지 공세를 멈추지 않은 서울 선수들의 투혼이 인상깊은 경기였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