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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태풍 찬홈으로 제주도에 발이 묶인 선수들이 숙소에서 쉬고 있다. 사진제공=전북현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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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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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못한 태풍이었다. 여러가지 방안을 모색했다. 돌파구는 없었다. 결국 잔류를 선택했다. 덕분에 강제 휴식과 강제 워크숍이 열렸다. 전북의 눈물겨운 태풍 찬홈 탈출기를 소개한다.
전북은 11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와의 K리그 클래식 22라운드에서 3대0의 기분좋은 승리를 맛봤다. 에두가 이적하고 에닝요가 팀을 떠난 상태였다. 이동국도 경고 누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3골을 몰아치며 승점 3점을 챙겼다. 선수단은 서귀포시 안덕면에 있는 숙소에서 기분 좋은 휴식을 취했다.
다음날인 12일 새벽부터 일정이 꼬였다. 전북은 오전 11시 55분 광주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태풍 찬홈이 제주도를 강타했다. 새벽부터 제주발 비행기들이 줄줄이 결항했다. 김상수 주무 등 구단 관계자들이 제주공항으로 달려갔다. 아수라장이었다. 비행기 결항으로 오도가도 못하게 된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선수단 28명에 프런트 6명까지 총 34명이 동시에 뭍으로 날아가는 대체 비행기표를 구할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
김 주무는 즉각 이철근 단장과 최강희 감독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다. 이 단장과 최 감독은 '잔류'를 선언했다. 26일까지 경기가 없기 때문에 하루 정도 더 쉬어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오히려 휴식에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했다. 어차피 최 감독은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 휴가를 줄 계획이었다.
선수들은 뜻밖의 휴가였지만 숙소를 떠나지 못했다. 쏟아지는 비와 세찬 바람 때문에 선수들은 방안에서 얌전하게 있을 수 밖에 없었다. 온전히 휴식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다만 프런트들은 달랐다. 한자리에 모였다. 업무와 관련된 토론 자리가 열렸다. 반강제(?) 워크숍이었다. 밤늦게까지 토론과 친목 자리가 이어졌다.
13일 태풍이 제주도를 떠나자 상황이 나아졌다. 우여곡절 끝에 뭍으로 가는 비행기표를 구했다. 계획보다 하루 늦은 탈출 계획의 핵심은 '각개 격파'였다. 광주 대신 청주로 가기로 했다. 13일 오전 9시 45분부터 10시 10분까지 청주로 출발하는 3대의 비행기에 나눠 몸을 실었다. 집으로 갈 선수들은 따로 비행기를 구했다. 최 감독은 단독 행동을 허락했다. 부산이 집인 이재성은 김해로 향했다. 이주용과 최보경 등은 서울집으로 갔다. 장윤호는 광주행 비행기표를 구해 몸을 실었다. 홍정남은 집이 있는 제주도에 남았다.
최 감독은 제주도를 떠나기 전 선수단에게 한가지 선물을 했다. 휴가 기간을 하루 더 늘렸다. 15일이 아닌 16일 훈련 재개를 선포했다. 선수단은 모두 환호했다. 다들 푹 쉬면서 체력을 제대로 보충하겠다고 다짐하며 제주도를 떠났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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