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전남 광양전용구장에서 펼쳐지는 K리그 클래식 23라운드 제주와의 홈경기는 'K리그의 살아있는 레전드' 김병지의 위대한 기록, 통산 700경기 출전의 날이다. 김병지는 자신의 700경기보다 팀 승리를 염원했다. "700경기도 중요하지만, 팀 승리와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남이 3위이긴 하지만 승점차가 크지 않다. 중요한 기로다. 마지막 3라운드의 첫출발이고, 제주전이다. 꼭 이겨야 한다"고 했다.
노상래 전남 감독은 전략가다. 전 선수들의 기록을 손바닥처럼 줄줄이 꿰고 있다. 절친 동기이자 동반자인 김병지의 700경기는 각별히 신경썼다. 제주와의 홈경기에 정확히 맞췄다. 순서대로라면 22라운드 대전 원정이 700경기째였다. 노 감독은 전북 원정에서 '전북 출신' 김민식을 기용했다. 김병지의 700경기가 자연스럽게 23라운드로 밀렸다. 홈팬들과 함께 축하하도록 했다. 이 경기가 제주전이라는 점도 잊지 않았다. '병지삼촌'의 700경기가 전남 선수단에게 승리를 향한 강한 동기부여로 작용하기를 바라고 있다.
전남의 제주 징크스는 골깊다. 전남은 지난 2012년 7월 21일, 0대6으로 대패한 후 3년간 단 한 번도 제주를 넘지 못 했다. 최근 10경기 2무 8패, 6득점 23실점으로 절대 열세다. 2013시즌 김병지가 전남 유니폼을 입은 후로도 이기지 못했다. 김병지 개인적으로도 반드시 이기고 싶은 경기다. 지난해 9월 6일 제주전에서 전남은 2대6으로 대패했다. 6실점은 '24년차 K리거' 김병지의 개인 최다실점이다.
이겨야 할 이유는 사실 또 있다. 1996년 4월17일 통산 100경기 천안전에서 5대2로 대승한 것을 제외하고는 200경기부터 600경기까지 5경기에서 5패했다. 울산 시절인 2000년 6월3일, 200경기째인 부산 원정에서 0대1로 졌다. 포항 시절인 300경기, 2003년 9월21일 전북과의 홈경기에서 0대1로 졌다. 서울 시절 400경기, 2006년 5월10일 경남 원정에선 1대2로 졌고, 2009년 11월1일 경남 시절 500경기 전북 원정에서 2대4로 졌다. 600경기인 2012년 10월7일 서울 원정에서도 0대1로 졌다. 대기록의 타이밍에 팀은 승점을 쌓지 못했다. 김병지가 700경기에서 무실점 승리를 다짐하는 이유다.
상대팀 사령탑 조성환 제주 감독과 김병지, 노상래 감독의 인연도 남다르다. 개띠 동갑내기인 조성환 감독과 노상래 감독은 '견우회' 멤버다. 역시 동갑내기인 조 감독과 김병지는 마산공고 동기다. 김병지가 선수의 꿈을 위해 부산 알로이시오고로 전학하기 전까지 우정을 나눈 사이다.
이날 김병지를 비롯한 전선수들이 700경기를 새긴 특별제작 유니폼을 입고 입장한다. 김병지는 '기념 등번호' 700을 달고 뛴다. 전남 구단은 이 경기에 맞춰 프로축구연맹에 등번호 '700번'을 등록했다. 전남 선수단은 '병지삼촌'의 700경기에 승리를 선물하겠다는 각오로 똘똘 뭉쳐있다. 주중 FA컵 8강전에서 천금같은 결승골을 쏘아올린 '광양루니' 이종호는 "제주는 저희팀이 별르고 있는 팀 중 하나다. '병지삼촌'의 700경기 축포를 꼭 쏘고 싶다. 극비리에 세리머니도 생각하고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