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플릿까지 6~7경기만 남겨놓았다. 매 경기가 피를 말린다. 감독들의 간이 쪼그라들 때다. 이제 성적을 생각해야 한다. 이기면 좋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지지 않는 것이 중요해졌다.
최강 전북마저도 '닥공 포기'를 외쳤다. '아름다운 축구' 신봉자인 최문식 대전 감독도 현실에 순응했다. 밀집 수비와 역습으로 나섰다. 제주 조성환 감독도 밸런스 축구를 버렸다. 역습으로 나섰다. 결과는 달콤했다. 대전은 19일 광주에 2대1로 승리하며 시즌 2승째를 따냈다. 제주 역시 23일 광주에 2대1로 승리를 거뒀다 .
이 와중에 대세를 거부한 사나이가 있다. '마이웨이'를 선언했다. 남기일 광주 감독이다. 올 시즌 광주는 빌드업(수비에서 공격으로 전개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볼만 잡으면 빠른 패스로 앞으로 나간다. 직진축구라는 별명도 붙었다. 수비진을 내리거나 뻥축구는 금기다. 볼을 잡으면 허리를 거쳐서 일선으로 나선다. 시즌 초반에는 좋았다. 선수와 감독도 힘이 넘쳤다. 선두권까지 치고 나갔다. 하지만 중반을 넘어서면서 추진력이 떨어졌다. 특히 부상 선수들이 속출하면서 남 감독표 직진 축구는 무기력해졌다. 현실과 타협한 대전, 광주에 연달아 한방씩 얻어맞았다. 그럼에도 자기 색깔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남 감독은 "그나마 잘하는 것을 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남 감독은 "시즌 내내 해오던 축구가 있다. 한 경기 잡고자 바꿀 수는 없다. 반짝 효과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팀에 좋지 않다"고 말했다. 부상자들의 복귀라는 호재도 있다. 6월말 다쳤던 임선영이 복귀했다. 12일 전남과의 경기부터 다시 뛰었다. 조용태도 부상을 털고 돌아왔다. 여기에 새로 영입한 까시아노가 대전전에서 데뷔골을 터뜨렸다.
29일 경기 상대가 울산인 것도 또 하나의 이유다. 광주는 6월 7일 수원과의 15라운드 1대0 승리 이후 무승의 늪에 빠졌다. 6경기에서 4무2패로 부진했다. 7번째 경기가 울산전이었다. 1대0으로 승리, 무승에서 빠져나왔다. 광주에게 울산은 부진 탈출의 징표다. 남 감독은 "울산은 상대적으로 높이가 좋다. 이런 팀을 상대할 때는 수비라인을 끌어올려 압박해야 한다. 김신욱이나 양동현, 코바가 떨구는 볼만 막아낸다면 해볼만하다"고 말했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아직 광주는 승점에 여유가 있다. 광주는 다른 팀들에 비해 1경기를 덜 치렀다. 그럼에도 10위 울산과의 승점차는 5점이다. 한 번 정도 더 쉬어갈 수 있다.
물론 울산에게 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강등권 경쟁에 직면하게 된다. 남 감독은 "일단 해볼 수 있는 것은 다 해보고 생각하겠다"며 '마이웨이'를 고집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