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떠나는 최문식 감독 "실패라고 생각 않는다"

기사입력 2016-10-30 13:59



최문식 감독이 대전 지휘봉을 내려놓는다.<스포츠조선 10월 30일 단독보도>

최 감독은 2015년 5월 올림픽대표팀 수석코치직을 내려놓고 대전의 9대 감독으로 취임했다. 2년 6개월간 계약했다. 하지만 올 시즌 클래식 승격에 실패하면서 17개월만에 퇴진하게 됐다.

최 감독은 30일 대구FC와 2016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챌린지 최종전을 앞두고 사퇴의 변을 밝혔다. 그는 "할 말은 많은데 최선을 다했으면 됐다. 도의적으로 지킬 것이 있으면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축구 철학을 펼치는 데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축구보다는 인생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운 시간이었다"며 "끝이 아니다. 제비가 봄을 가져다는 주는 것이 아니다. 봄이 와야 제비가 온다. 내 인생의 봄은 아직 오지 않았다. 실패라고도 생각하지 한다. 앞으로 지도자 인생의 큰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전은 올 시즌 7위에 머물며 승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윤정섭 대표이사가 먼저 사퇴를 선언했고,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로 부담을 느낀 최 감독도 사퇴하기로 했다. 첫 해 조진호 감독의 뒤를 이어 대전을 이끈 최 감독은 패싱축구로 체질개선을 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팀은 끝내 최하위에서 탈출하지 못하며 2부리그로 추락했다. 올 시즌 절치부심 승격을 노렸다. 동계훈련도 착실히 마쳤다. 하지만 주축 선수들의 부상과 수비진이 흔들리며 예상밖의 부진을 보였다. 시즌 초반 경질의 위기에서 벗어나 제 궤도에 올랐지만 고비를 넘지 못했다.

최 감독은 부임 내내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최 감독은 부임 후 바르셀로나식 패싱축구를 천명했지만, 그의 축구를 펼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지난해 여름과 올 겨울 두번에 걸쳐 대대적인 리빌딩에 나섰지만 최 감독식 축구를 완벽히 구현하지 못했다.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지만 승리로 이어지지 못했다. 계속된 패배는 자신감 하락으로 이어졌다. 최 감독은 결국 수비에 중점을 두는 축구로 승점쌓기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최 감독은 자신의 축구를 확실히 뿌리내리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최 감독은 "씨앗을 뿌리고 수확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당장 무언가를 바라는 문화와 환경이 아쉽다. 그렇게되면 큰 틀에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뿌리가 탄탄하게 내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성과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대전 유스 출신의 황인범을 팀의 에이스로 성장시켰다. 최 감독은 부임 후 곧바로 16세 이하 대표 시절 제자였던 황인범을 중용했고, 황인범은 딱부러지는 활약으로 기대에 부응했다. 황인범은 최 감독식 패싱축구의 핵심으로 떠올랐지만, 지난 시즌 후반 아쉽게 피로골절로 시즌아웃됐다. 올 시즌 부상에서 복귀한 후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김은중-이관우-최은성의 뒤를 잇는 프랜차이즈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최 감독은 제2, 제3의 황인범을 찾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최 감독은 올 시즌 김동찬 김선민 서동현 등을 데려오며 챌린지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겠다는 출사표를 던졌지만, 결국 현실의 벽에 막혔다. K리그에 기술축구를 뿌리내리려는 최 감독의 도전은 아쉽게 마무리됐다. 최 감독은 당분간 휴식을 취하며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생각이다.
대구=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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