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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 과르디올라의 바르셀로나와 지네딘 지단의 레알 마드리드, 모두 의심할 여지없는 최고의 팀이다.
레알 마드리드가 아무도 달성하지 못한 대기록을 작성하며 새로운 논쟁에 불이 붙었다. '과연 과르디올라가 이끌었던 바르셀로나와 지단의 레알 마드리드 중 누가 더 위대한 팀인가?'
의견은 제각각이다. 일단 로날드 쿠만 에버턴 감독은 바르셀로나의 손을 들었다. 쿠만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는 올 시즌 유럽챔피언스 리그 최고의 팀이었으며 유벤투스를 상대한 결승전에서는 훌륭한 경기력을 보여줬다"고 전제한 뒤 "다만 지금의 레알은 펩(과르디올라)이 이끈 바르셀로나와 비교할 수 없다. 그 당시 바르셀로나는 정말 훌륭한 팀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4시즌 간 3번의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거머쥔 레알 마드리드를 지지하는 이도 적지 않다.
이는 두 감독의 성향에서 기인한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이상주의자다. 크루이프즘의 영향을 받은 과르디올라 감독은 전술적으로나, 전략적으로 완벽한 축구를 구사한다. 이와 다르게 지단 감독은 실용주의자에 가깝다.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에게 지도자 수업을 받은 지단 감독은 갖고 있는 선수들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공격보다는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승리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과르디올라의 철학과 대척점에 서 있다.
하지만 두 팀은 절대적인 에이스를 보유했다는 점에서 닮았다. 바르셀로나에는 리오넬 메시, 레알 마드리드에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있었다. 메시는 과르디올라 감독 아래서 중앙 공격수로 보직을 바꿨다. 이전까지도 최고였던 메시는 과르디올라 감독을 만나 역대급 선수로 변모했다. 호날두는 지단 감독 아래서 보다 더 자유로워졌다. 과거만큼의 폭발력은 아니지만 집중력은 더 높아졌다. 호날두는 유럽챔피언스리그에서만 12골을 넣으며 우승을 이끌었다. 유럽챔피언스리그 득점왕 5연패는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과르디올라 감독과 지단 감독 모두 확실한 해결사를 앞세워 자신의 축구철학을 실현할 수 있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미러는 답을 찾기 위해 2008~2009시즌 바르셀로나의 주전 11명과 올 시즌 레알 마드리드의 베스트11 간 매치업 설문조사를 했다. 4-3-3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포지션 별 우열을 가려 더 나은 팀을 찾겠다는 의도였다. 결과는 바르셀로나의 근소한 승리였다. 바르셀로나가 6개의 포지션(다니 알베스, 카를레스 푸욜, 세르히오 부스케츠,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사비 에르난데스, 사뮈엘 에토오)에서 우위를 보였다. 레알 마드리드는 5개 포지션(케일러 나바스, 세르히오 라모스, 마르셀루, 가레스 베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서 승리했다.
솔직히 이것만으로는 시원하게 답을 구하기 어렵다. 베스트11은 바르셀로나가 앞설지 모르지만 선수층면에서는 레알 마드리드가 훨씬 두텁다. 스타일상에서도 차이가 크다. 결국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