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신태용-이동국 2가지 '공통분모', '라이언 킹'의 빅 피처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7-08-15 18:34


이동국과 신태용 감독 스프츠조선, 프로축구연맹

2017년 8월 14일, '라이언 킹' 이동국(38·전북)은 겹경사를 맞았다. 2007년 8월 14일에 태어난 첫 쌍둥이 재시와 재아가 만 10세가 되는 날이었다. 이동국은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재시, 재아 진정한 10대 되는 날. 아빠가 큰 선물을 받았구나. 고마워. 아빠한테 와줘서'란 글과 5남매와 함께 찍은 사진을 게재했다.

이날 오전에는 또 다른 기쁨도 있었다. 2년10개월여 만에 다시 달게된 태극마크. 이 소식을 오후 재시·재아의 생일파티 때 아이들에게 전했다. 이동국은 "생일을 맞은 아이들에게 큰 선물이 된 것 같다"며 웃었다.

감독 신태용과 선수 이동국의 인연은 '이별'로 시작됐다. 신 감독이 2008년 12월 성남 일화(현 성남FC)의 지휘봉을 잡았을 때 그 해 여름 영국에서 K리그로 유턴한 이동국은 성남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당시 팀은 리빌딩 상황이라 이동국을 포함해 김상식 김영철 등 베테랑들의 거취가 흔들렸다. 신 감독은 "내가 성남 감독으로 선임된 뒤 구단에 베테랑을 모두 잡아달라고 요청했었다. 그러나 구단의 입장은 달랐다. 이동국 외의 노장 선수들을 정리하겠다고 했다. 그런 상황에서 전북의 영입 제안이 있었고 나도 이동국을 잡을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신 감독과 이동국의 재회는 6년 만에 이뤄졌다. 2014년 10월 신 감독이 A대표팀 감독대행을 맡고 있을 당시 이동국을 발탁했다. 신 감독은 "이동국에게 감정은 전혀 없었다. 안 좋은 감정이 있었다면 당시 국가대로 발탁했겠는가"라며 반문했다.

그리고 신 감독은 이번에 이동국에게 또 한번 손을 내밀었다. 이동국은 위기의 한국 축구를 살려야 한다는 책임감이 막중하다. 그는 최근 신 감독과의 전화통화 이후 A대표팀 승선의 느낌을 받았다. 이동국은 "'경기 외적인 발탁이라면 내키지 않는다'고 말씀드렸는데 신 감독님께선 그라운드 안팎에서 모두 필요한 카드라서 뽑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독님이 어떤 카드로 쓰실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 출전 시간이 주어지면 팀이 본선 진출을 할 수 있도록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부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이동국은 신 감독이 가장 원하는 타깃형 스트라이커가 맞다. 신 감독도 이 부분을 강조했다. "이동국은 베테랑으로서 '정신적 리더'를 해줘야 한다. 사실 이동국은 경기 뛰고 싶어했다. 당연히 정신적 리더로서만 뽑은 게 아니다. 이동국은 골을 못 넣더라도 더 많은 공격포인트 올릴 수 있는 움직임을 가져간다. 내가 선호하는 타깃형 움직임이다. 2선 침투 만들어낼 수 있는 플레이를 한다. 이동국이 선발이든 조커든 자기가 90분 1~2경기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절대 나쁜 움직임 아니다. 팀에 도움 줄 수 있는 선수라 생각했다."


흥미로운 부분도 있다. 이동국과 신 감독은 공통분모가 있다. 바로 '월드컵'에 대한 아쉬움, 그리고 간절함이다. 이동국은 두 차례 월드컵에 출전했지만 제대로 뛴 적이 없다. 19세 때 첫 경험한 1998년 프랑스 대회에선 네덜란드전 13분이 전부였고, 2010년 남아공 대회에선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서 결정적인 득점 찬스를 놓치는 바람에 비난에 휩싸이기도 했다. 신 감독은 현역시절 월드컵에 한 번도 나가지 못했다. 둘에게 월드컵은 '한' 서린 무대다.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신 감독과 이동국은 모두 '소방수'다. 신 감독은 2016년 리우올림픽과 2017년 20세 이하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소방수' 역할을 해왔다. 더 나은 성적에 논란도 있었지만 촉박한 상황 속에서 최대한의 성과를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동국도 2014년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때 A대표팀을 임시로 지휘했던 최강희 전북 감독의 부름을 받고 투입돼 최종예선행 티켓을 견인했다. 이동국은 늘 "나는 항상 위기의 순간에만 부름을 받는 역할만 해야 하나"라는 푸념을 했지만, 일단 역할이 주어지면 그는 진정한 프로가 된다.


이제 모든 시선은 이란, 우즈베키스탄과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두 경기에 쏠려있다. 그러나 이동국의 시선은 더 먼 곳에 머물러 있다. 그가 그리는 '빅 픽처'는 바로 러시아월드컵 본선 출전이다. 내년이면 이동국의 나이는 '마흔'이다. 38세4개월의 나이로 태극마크를 달게 된 이동국은 고(故) 김용식 선생이 1950년 4월 15일 홍콩전에서 작성한 역대 최고령 대표선수 기록(39세 274일)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최고령 대표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그가 꿈꾸는 러시아월드컵 본선 출전이 현실이 될 경우 이동국은 국제축구사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39세2개월의 나이로 월드컵에 출전 했던 축구선수 중 12번째 최고령 선수로 기록되게 될 전망이다. 11번째는 1954년 스위스월드컵 당시 잉글랜드 소속으로 8강전에 출전한 스탠리 매튜스(39세4개월25일)다.

러시아월드컵 출전을 향한 이동국의 꿈. 신태용 감독을 만나면서 조금씩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