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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란데-미냐노 코치는 최상의 카드, 문제는 적응

박찬준 기자

기사입력 2017-11-05 21:05


◇스페인 대표팀 시절 토니 그란데 코치(왼쪽)와 비센테 델보스케 감독. ⓒAFPBBNews = News1

최근의 상황을 반전시켜줄, 의심할 여지 없는 최고의 카드다.

토니 그란데 코치와 하비에르 미냐노 피지컬 코치가 3일 신태용호에 합류하기 위해 한국땅을 밟았다. 그란데-미냐노 코치는 이구동성으로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를 위해 한국행을 수락했다"며 "스페인대표팀에서의 경험을 잘 살려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들은 6일 소집되는 A대표팀 훈련에 곧바로 참가할 예정이다.

당초 예상보다 거물이 신태용호에 합류했다. 신 감독은 이란-우즈베키스탄과의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이 끝난 후 대한축구협회에 전술적 부분을 보좌할 외국인 코치와 외국인 피지컬 코치의 영입을 요청했다. 대한축구협회는 곧바로 선임작업에 나섰다. 여러 후보들을 물망에 올렸고, 10월 유럽원정 당시 어느정도 윤곽을 그렸다. 신 감독은 11월 A매치 명단 발표 당시 "월드컵과 유럽선수권대회를 경험한 분들이 될 것이다. 기대가 크다"고 힌트를 줬고,
그란데 코치와 미냐노 피지컬 코치의 합류가 결정됐다.

그란데 코치와 미냐노 피지컬 코치는 역대 한국땅을 밟은 지도자들 중 최고의 이력을 갖고 있다. 그란데 코치는 8년간 레알 마드리드 수석코치를 하며 세 차례의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경험했고, 2008년부터 2016년까지는 스페인대표팀 수석코치로 자리를 옮겨 유로2008, 2010년 남아공월드컵, 유로2012까지 초유의 메이저대회 3연속 우승을 이끌었다. 1989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코치 생활을 시작한 미냐노 피지컬 코치도 1996년부터 그란데 코치와 함께하며 숱한 영광을 누렸다.

이들 스페인 듀오는 신태용호의 약점을 상쇄시켜 줄 최고의 카드다. 일단 코칭스태프의 경험 부족을 해소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전경준 수석코치, 김해운 골키퍼 코치는 월드컵 경험이 없고, 김남일 코치, 차두리 코치는 코치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클럽뿐만 아니라 국가대표 레벨에서도 최고 수준의 경험을 했다는 점이 그란데-미냐노 코치의 가장 큰 장점이다. 비록 스페인이 최악의 성적을 거두기는 했지만 2014년 브라질월드컵까지 경험한 이들은 월드컵을 준비하는 확실한 노하우와 로드맵을 갖고 있다. 역시 A대표팀을 이끈 경험과 월드컵 준비 경험이 부족한 신 감독에게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스페인 대표팀 시절 비센테 델보스케 감독(왼쪽)과 하비에르 미냐노 코치의 모습. ⓒAFPBBNews = News1
스페인 듀오는 전술적, 체력적인 부분도 올려줄 수 있다. 그란데 코치는 레알 마드리드와 스페인대표팀의 수비 조직력을 탄탄히 하는데 일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은 화려한 공격축구로 주목을 받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견고한 수비로도 유명했다. 또 세트피스를 만드는데 일가견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비 조직력과 세트피스는 지난 4경기에서 드러난 신태용호의 가장 큰 약점이었다. 그란데 코치의 가세로 신 감독의 고민을 덜게 됐다. 체력적인 약점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기에 충분해 보인다. 미냐노 코치는 단순한 체력향상이 아닌 정신적 측면까지 고려한 프로그램으로 유명하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코치가 감독보다 이름값이 큰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그란데 코치는 타고난 2인자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카리스마가 강한 파비오 카펠로, 거스 히딩크, 존 토샥,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 등을 보좌하며 큰 잡음을 일으킨 적이 없다. 대개 명장급들은 자신의 사단을 대동하고 이동하는데, 그란데 코치가 잦은 감독 교체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끝까지 레알 마드리드 2인자 자리를 지켰다는 것은 그만큼 튀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실제로 그란데 코치는 자기의 색깔을 드러내기보다는 융화에 장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선수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역색이 강해 결정적인 순간 모래알 같은 팀워크를 보였던 스페인대표팀을 하나로 뭉치게 한 숨은 힘 중 하나가 그란데 코치였다. 최근 팀내 파벌 등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은 대표팀에 기대를 해볼 만한 덕목이기도 하다.

이들의 능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이들이 얼마나 빨리, 어떻게 적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제 월드컵까지는 8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이들의 직함은 감독이 아닌 코치다. 상대적으로 권한까지 부족한 만큼 변화를 주는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들은 이전까지 기술적으로, 체력적으로 최고 수준의 개인 능력을 지닌 선수들을 주로 지도해왔다. 한국선수들 수준의 선수들을 지도한 적이 거의 없다. 이 부분을 적응하는데도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아무리 좋은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고 해도, 선수들이 소화를 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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