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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말렸다. 지난 시즌에 이어 똑같은 상황을 맞았다. 잔류냐, 승강 플레이오프행이냐의 기로에 섰다. 상황은 지난해보다 좋지 않았다. 반드시 이겨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도전정신이 지배한 지난 시즌에 비해 올 시즌은 부진과 희망을 한꺼번에 맛봤다. 특히 '비겨도 된다'는 안일함에 발목이 잡히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
이 감독이 택할 수 있었던 건 전술 변화였다. 과감한 선수기용과 공격적인 경기 운용으로 전환했다. 여기에 이 감독의 심리적인 '밀당(밀고 당기기)'이 효과를 냈다. 문선민과 김도혁 박종진, 부노자 등 주전 멤버들에게 간절함을 심어주기 위해 유스 출신 김진야 등 새 자원들을 기용했다. 선의의 경쟁은 자연스럽게 경기력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프런트도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도움을 주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인천시는 대표이사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강인덕 대표이사 직무대행이 부임한 뒤 7경기에서 무패 행진을 달렸다. 강 대표이사는 인천시에 적극적으로 승리수당 인상을 건의해 승리에 대한 가치를 높이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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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은 승강제 도입 이후 대부분을 강등권 경쟁에서 견뎌왔다. 이쯤 되면 적응할 법도 하다. 그러나 매번 겪는 위기는 '익숙'이란 단어와 거리가 있는 듯했다. 지난 4년째 인천에서 강등 전쟁을 치른 김도혁은 "올 시즌은 예년과 달리 유독 불안했다"며 "막바지 잔류에 보탬이 돼 마음 편히 입대할 수 있을 거 같다"라고 고백했다.
이 감독도 "인천이 마지막에 승부를 보는 경기가 많이 있었기에 적응이 잘 된 거 같다"라며 말했다. 후련했지만 시즌의 끝은 역시 '반성'이었다. 이 감독은 "정식 감독으로 지낸 첫해인 만큼 모든 면에서 부족하단 걸 느꼈다. 이런 실수를 다시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내년에는 이런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전했다.
인천의 우여곡절 시즌은 또 다시 환희와 아쉬움으로 마무리됐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