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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년간 제철가 형제들은 고개를 숙였다.
전남은 유상철 감독을 데려왔다. 현영민이 은퇴하고 득점을 책임졌던 자일, 페체신이 떠나며 스쿼드가 더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유 감독은 젊은 선수로 팀을 재편했다. 특히 유 감독은 개막 전 미디어데이에서 "팬들을 경기장에 부를 수 있는 공격축구, 매력있는 축구를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11일 광양전용구장에서 열린 포항과 전남의 시즌 첫 제철가더비. 포항의 3대2 승리로 끝났지만, 진짜 승자는 이 경기를 지켜본 팬들이었다. 공격축구의 진수가 펼쳐졌다. 양 팀이 주고 받는 화끈한 공격축구에 1만1036명의 관중들은 한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선제골은 포항이 넣었다. 전반 6분 이광혁이 오른쪽서 프리킥한 것을 김광석이 헤딩으로 방향을 바꿨고, 골키퍼 앞에 있던 하창래가 헤딩슛으로 선제골을 기록했다. 전남도 1분 뒤 반격에 성공했다. 완델손이 왼쪽에서 크로스하자 박대한이 뛰어들며 오른발 발리슛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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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3대2 포항의 승리. 하지만 경기 후 양 팀 감독은 함께 웃었다. 승장인 최순호 포항 감독은 "전남이 작년에 비해 훨씬 조직적이고 짜임새가 있더라. 팀적으로 잘 준비됐다"고 전남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패했지만 전남을 바꾼 유 감독 역시 "재밌게 볼을 차고, 마지막까지 포기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남은 시즌에 대한 희망을 봤다"고 미소지었다.
함께 웃을 수 있는 경기에 팬들도 화답했다. 전남-포항전이 끝난 후 게시판의 댓글은 칭찬 일색이었다. '오늘 경기 정말 꿀잼이었다', '이렇게만 하면 팬 늘어난다', '제철더비 개꿀잼!'
모두가 K리그의 위기를 말한다. 답은 다들 알고 있다. 깨끗하고 재밌는 승부를 보여주면 된다. 매 시즌 초마다 모든 팀들이 앵무새처럼 공격축구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실제 그라운드에서 진짜 공격축구를 찾기는 어렵다. 이번 제철가더비처럼 하면 된다. 유 감독은 경기 후 "라커룸에 들어가서 선수들에게 '이렇게 해야 축구다'고 했다. 질수도, 이길 수도 있다. 최선을 다해야 팬들이 '이렇게 해야 재밌지'라고 느낀다. 지루하게 하면 관중들이 찾지 않을 것이다. 축구를 재밌게 해야 한다. 그래야 진실성이 팬들에 전달될 수 있다"고 했다. K리그 위기 탈출을 위한 해법을 제철가 형제들이 온 몸으로 보여준 경기였다.
광양=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