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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강원도 춘천 송암스포츠센터에서 2018년 KEB하나은행 K리그1 28라운드로 만난 강원과 상주는 묘한 입장 차이가 있었다.
리그 6위를 달리던 강원은 위를 바라보고 있다. 4위 수원(승점 41)과 승점 7점 차 밖에 나지 않는다. 스플릿 라운드 전까지 상위팀 사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반면, 상주는 아래가 신경쓰인다. 11위 전남에 4점 차로 쫓기는 중이어서 강등권 탈출을 위해 한걸음이라도 더 달아나는 게 급선무. 최근 7경기 연속 무승(4무3패)에 빠져있으니 더 절박했다.
객관적 전력이나 분위기 등 유리할 게 하나도 없었던 상주였지만 그나마 믿는 구석이 있었다. 최근 제대 선수가 많아 전력 손실은 크지만 다시 시작하자는 투지가 강했다. 여기에 "강원에는 지지 않는다"는 자신감도 한몫했다. 지난해 상주는 강원전 3전 전패였지만 올시즌 1승1패, 가장 최근 맞대결에서 3대0으로 고춧가루를 뿌린 바 있다.
▶"공격수가 없다" vs "막강한 득점원 기대하라"
객관적인 전력 예측으로는 상주가 절대적으로 불리했다. "시즌을 새로 시작하는 것 같다"는 김태완 감독의 말대로 상주는 새로운 팀이나 다름없었다. 최근 8기 17명이 제대하면서 베스트 멤버가 대거 변경됐다. 조직력은 물론 선수들 면면에서도 예전만 못한 게 사실이다. 특히 막강한 용병을 보유한 강원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상주 김 감독은 공격수가 없어 고민이었다. 장기간 부상으로 제대로 쓰지 못했지만 주민규 윤주태 김호남이 제대하고 나니 그 공백이 더욱 컸다. 박용지를 최전방으로 기용했다. 마땅히 최전방에 세울 자원이 없는 까닭에 동원한 궁여지책이었다. 김 감독은 "일단 박용지를 기대한다. 오늘 실험해 본 뒤 심동운을 올리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강원은 득점 1위의 막강 해결사 제리치가 버티고 있다. 제리치는 최근 3경기 연속 침묵하고 있지만 A매치 휴식기 동안 푹 쉬었기 때문에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경계 대상 1호였다. 김병수 강원 감독은 "제리치가 충분한 휴식을 갖지 못해 잠깐 주춤했을 뿐 이번에 잘 쉬며 준비했으니 오늘부터 살아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여기에 지난해 팀내 득점원이던 디에고까지 건재하니 강원의 우세 예상은 무리가 아니었다.
▶역시 공은 둥글다…불리했던 상주의 반전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먼저 웃은 쪽은 걱정이 많았던 상주였다. '혹시나'하는 마음에 기용했던 박용지가 전반 6분 만에 페널티킥을 유도했다. 상대 수비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끝까지 찬스를 만들려는 집중력이 만들어 낸 결과였다. 심동운이 가볍게 해결했다. '공격수가 없어 고민이던' 상주가 공격수 효과를 보았다면 '공격자원이 좋은' 강원은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전반 21분 강원의 동점골은 다소 운이 따랐다. 오른쪽 코너킥 상황에서 황진성이 페널티박스 외곽에 있던 수비수 박선주에게 짧게 패스했다. 박선주는 기습적으로 중거리 슈팅을 날렸고 문전의 혼잡 상황에 시야가 가린 골키퍼 윤보상은 이를 막지 못했다. 상주는 해결사가 없는 대신 2선 미드필더가 협공하고 한 발 더 뛰는 투지로 승부수를 띄웠다. 후반에 불을 뿜은 원동력이기도 했다. 후반 2분 윤빛가람이 이규성의 측면 뒷공간 패스를 받아 침착하게 추가골을 터뜨렸다. 이규성은 김 감독이 새로 발굴한 원 볼란치로 "오늘 눈여겨봐도 좋다"고 했던 뉴페이스였다. 불과 7분 뒤 상주는 또 웃었다. 이번에 또 박용지가 거세게 문전 침투를 하다가 박선주의 태클에 페널티킥을 유도했다. 정해진 공식처럼 심동운이 또 키커로 나서 3-1 리드를 만들었다. 강원도 막강 공격진의 효과를 누리기는 했다. 이 역시 운이 좀 따랐다. 19분 디에고가 슈팅한 한 것이 수비에막혀 뒤로 흘렀고, 때마침 제리치의 발 앞으로 연결돼 추격골이 됐다. 곧이어 윤보상의 슈퍼세이브로 디에고의 결정적인 슈팅에 찬물을 끼얹은 상주는 강원의 거센 공세를 끝까지 막아내는 데 성공하며 80여일 만에 승리를 맛봤다.
춘천=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