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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벌어지는 '2강'과 '나머지들'의 격차, 프로다운 투자의 차이가 만든 풍경이다

기사입력 2020-06-23 05:02



[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프로축구 K리그1이 8라운드를 소화했다. 올 시즌은 코로나19 여파로 리그가 대폭 축소 운영된다. 정규리그 22라운드에 파이널 라운드 5경기로 축소됐다. 때문에 8라운드면 전체 일정의 30%를 소화한 셈이다. 이 정도 누적 지표면 올 시즌 경향성을 따져볼 만하다.

흥미로운 현상이 눈에 띈다. 전북 현대와 울산 현대. 지난해 리그 우승경쟁을 벌이던 두 강호가 더욱 강력하고 범접하기 어려운 '2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북은 초반에는 다소 흔들리는 모습이었지만, 이내 본 궤도에 올라서 리그 1위를 기록 중이다. 울산은 한층 더 강력해진 스쿼드를 바탕으로 '리그 유일의 무패 구단'으로 선전하고 있다.

반면 나머지 팀들은 이런 '2강'에 대항하지 못하는 듯한 분위기다. 약간 과장하면 2020 K리그1의 모습을 '2강과 나머지 군단'으로까지 표현할 수 있을 듯 하다. 확실히 지난해보다 이런 분위기는 더 심해졌다. 리그 초반에는 상주나 서울, 대구, 포항 등이 상당히 선전했고, 중반에는 강원이 올라오며 선두권의 지형도가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전북과 울산이 도전자였던 서울을 몰아내고 양강 구도를 확실히 굳힌 것도 7월 초순부터다. 리그가 상당히 진행된 시점의 일.


울산 현대 주니오와 비욘 존슨 사진제공=프로축구연맹
하지만 올해는 초반부터 두 팀이 독주하고 있다. 라운드가 더해갈수록 차이가 계속 벌어진다. 특히나 지난해 리그 3위였던 서울은 완전히 몰락해 25년 만에 충격적인 5패를 당하며 하위권으로 추락해버렸다. 3~5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상주나 대구, 포항은 승점 차이도 그렇지만 전력의 사이즈면에서 전북이나 울산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울산과 포항의 '동해안 더비'였다. 라이벌 대결로 분위기를 띄웠지만, 결과는 울산의 압도적인 4대0 완승이었다. 전북도 같은 날 서울을 4대1로 격파했다. 많은 것들을 시사하는 장면이다.

이렇게 2강과 나머지 팀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게 된 요인으로는 우선 코로나19에 의한 시즌 준비 환경의 변화를 들 수 있을 듯 하다. 한 축구관계자는 "코로나19로 리그 개막이 늦어지면서 각 팀마다 많은 훈련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 시간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보냈는지가 현재 전력으로 나타난다. 팀이 갖고 있는 시스템이나 지원의 차이가 극명하게 실력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예전과 같았다면 적당히 비시즌을 보내고 시즌에 돌입해 초반에 실전을 치르며 전력을 끌어올렸겠지만, 코로나19로 시즌 개막이 늦어지면서 각 팀마다 다른 출발 선상에서 리그를 시작했다는 지적이다. 선수 수급이 풍부하고, 훈련 환경이 좋았으며, 체계적인 방법으로 훈련한 팀들은 초반부터 달려나간다. 전북과 울산이 그렇다.

결국은 평소 누적된 '투자'가 쌓아 온 격차가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으로 인해 여실히 드러났다는 것이다. 서울이 25년만에 참담하게 몰락하고 있는 점 역시 이런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다. 그간 서울은 모기업으로부터의 투자가 갈수록 줄어들어왔다. 그럴 때마다 현장의 힘으로 어떻게든 버텨왔지만, 누적된 투자와 그에 따라 형성된 시스템의 깊이는 언젠가 드러나게 마련이었다. 올해의 몰락이 바로 그 결과물일 수 있다. 결국 지속적인 투자로 팀을 강하게 만들어 온 '진짜 프로'들이 점점 더 두각을 드러낼 수 밖에 없다. 다른 팀이 인식을 바꾸지 않는 한, 전북과 울산의 양강 독주구도는 계속 이어질 듯 하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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