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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하염없이 쏟아지는 장대비를 타고, '청용'은 신출귀몰 그라운드를 주름 잡았다. 브라질에서 건너 온 리그 최고의 골잡이는 어김없이 상대의 숨통에 비수를 찔러넣었다. 호화 멤버를 앞세운 울산 현대가 '수중전'으로 치러진 대구 원정에서 3대1로 승리하며 K리그1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그런데 변수가 있었다. 경기 전부터 굵은 비가 그라운드에 쏟아졌다. 수중전이 불가피한 상황. 정교한 볼 컨트롤이 힘들고, 선수들의 체력도 쉽게 소진될 수 있는 변수다. 결국 누가 더 활동력과 결정력을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경기 초반 분위기가 엇갈렸다. 울산에는 산전수전을 다 겪었고, 여전히 체력까지 좋은 이청용라는 '특급카드'가 있었다. 이청용이 초반 흐름을 주도했다. 이청용은 우선 강렬한 중거리슛으로 상대의 기를 꺾었다. 전반 6분 페널티박스에서 공이 흘러나오자 중앙에서 쇄도하며 약 25m지점에서 강력한 슛을 날렸다. 구성윤 키퍼가 비로 시야가 잘 확보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가까스로 잘 막아냈다.
이후에도 울산의 공세가 계속 이어졌다. 대구는 좀처럼 공격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전반을 0-1으로 마쳤다. 후반전 반격이 절실했다. 대구는 신창무를 빼고 장성원을 투입했고, 울산은 베테랑 이근호를 기용했다.
전술 변화에도 불구하고 흐름은 여전히 울산이 주도했다. 이번에는 전반에 침묵했던 '득점머신' 주니오가 본색을 발휘했다. 주니오는 후반 10분 강력한 중거리 포로 골문을 흔들었다. 뒤에서 신진호가 띄워준 공을 잡은 뒤 그대로 정면에서 빠른 타이밍에 슛을 날려 상대를 무력화시켰다.
대구도 그냥 당하진 않았다. 주니오의 추가골이 터지고 1분 뒤 김동진이 만회골을 터트렸다. 코너킥 상황에서 장신 정태욱이 헤더를 했지만, 조현우가 막았다. 그러나 골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김동진이 침착하게 밀어넣었다. 30분 이상 남은 경기 시간. 대구도 해볼 만 했다.
하지만 주니오가 또 다시 상대의 희망을 무너트렸다. 후반 35분에 측면을 돌파한 김인성의 크로스를 받아 그대로 쐐기골을 터트렸다. 대구의 희망을 무너트린 멀티골이었다. 대구는 울산을 상대로 최근 11경기에서 단 한번도 이기지 못하는 불명예를 이어갔다.
대구=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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